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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씨의 돌아온 황금기 ‘제 2막 : 설렘’

기사승인 2018.01.29  23: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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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사람’

새해 두 번째 ‘번.불.콩(번갯불에 콩볶듯 갑자기 이뤄진)’ 인터뷰 주인공으로 만나게 된 혈우병 환우는~ 다름 아닌 지난 2016부터 2017년까지 2년간 서울경기 지회장직을 이임하고 이번에 대의원으로 선출된 김영기(47세·8인자·중증) 씨다. 몇 번의 약속이 어긋나면서 어렵게 마련된 이날 인터뷰는 혈우재단 근처에서 그와 함께 식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식사 후 근처 까페에서 사전대화를 잠깐 나눴는데, 그는 “말 주변이 없어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너스레웃음을 지었지만, 내 예상대로 청산유수 같은 이야기가 술술~ 흘러 나왔다. 아! 걱정은 이제 내가 해야 할 몫이 됐다! 그 많은 형용사 관형사 부사 품사들의 표현을 인터뷰 기사에 모두 담지 못하는 미안한 감이 더욱 크다. 자. 그럼 지금부터 ‘사람’ 김영기 씨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이번에 서울 경기지회 대의원으로 활동하게 된 김영기라고 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작년에 어머님도 돌아가시면서 사고무친의 고아가 되어버린 셈이라고 할까요? 아직 결혼도 못하고 혼자 싱글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특별한 여행경험은 없다. 제주친구 방문해서와 이모가 사시는 해남은 연중방문 2,3번 방문코스다. 가는길이 많이 험한데 땅끝까지 걸어다닐 수 있으메 감사하다.

유기자 : 안녕하세요? 먼저 혈우병 진단을 어떻게 받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영기씨 : 아마 제가 저학년 때였던 거 같은데, 코피를 많이 흘렸어요. 그 당시 어머니도 보인자였던 것도 모르고 계셨던 때였고. 전남대학병원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검사를 받고서 혈우병이라는 사실을 알았죠. 그 당시에 앞니가 흔들려서 (앞니를) 뽑았는데 출혈로 인해서 수혈을 많이 받으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었죠. 지금도 치아 때문에 치과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손도 못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기자 :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영기씨 : 따로 수술을 받은 적은 없지만, 의사선생님께서 엑스레이스에 찍힌 제 양 발목과 오른쪽 무릎 상태를 보시고선 ‘걷는데 상당히 힘들었을 텐데 대단하다’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그거 외에는 아직은 괜찮은 편입니다. 걸을 때 외형상으로 다리가 좀 불편해 보일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수술 받을 생각은 안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2008년부터 자가 주사를 맞기 시작했는데... 그 전에는 주사법을 몰라서 은평구에 있는 내과 병원 17곳을 방문하면서 주사 좀 놔 달라고 찾아 다닌적이 있었어요. 물론 찾아간 곳마다 다 ‘딱지’ 맞았는데, 우연찮게도 한 곳에서 일주일에 두 번 정기적으로 맞을 수 있게 되었죠. 그때 그 의원분이 저와 같은 분에게 주사를 놔준 경험이 있으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급할 때는 자가주사로 대처 해야 할 때가 있을 거 같았는데, 마침 ‘재단에서 (자가주사)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고 10년 전부터 직접 자가 주사를 놓기 시작했어요. (자가주사)시작할 때 실패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한 번에 성공하고 나니까 아무렇지 않게 생각되더라구요. 그 이후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 번정도 스스로 맞고 있습니다.

유기자 : 싱글이신데~ ‘혼자 사는 법’에 대해 노하우가 있다면요?

영기씨 : 보통 혼자라고 생각하면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저와는 거리가 좀 멀다고 생각 드네요. 지금까지 혼자 지내온 생활이 길다보니까 월요일부터 주말인 일요일까지 스케줄은 매일 짜여 있습니다. 주로 책 한권을 들고 시청, 경복궁, 덕수궁, 삼청동 길을 산책도 할 겸 무조건 길을 나섰다가, 걷다가 지치면 까페에 들어가서 차 한잔 시켜놓고 책을 읽기도 하죠. 그리고 현재 하는 일이 있어 일주일에 4일 정도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책을 보고요. 영화도 일주일에 한편씩 꾸준히 보고 있어요. 아니면 집에서 ‘미드(미국드라며)’시리즈를 한 번에 다운받아서 몰아서 볼 때도 있구요. 그러다 보면 일주일이 저에게는 ‘무지 짧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요즘은 ‘혼밥’, ‘혼술’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제가 술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혼술’만 빼고 ‘혼밥’은 저도 굉장히 즐기는 편입니다. (하하)

   
▲특별한 여행경험은 없다. 제주친구 방문해서와 이모가 사시는 해남은 연중방문 2,3번 방문코스다. 가는길이 많이 험한데 땅끝까지 걸어다닐 수 있으메 감사하다.

유기자 : 최근에 새로운 일을 하시게 됐다는데, 어떤 일인가요?

영기씨 : 아~ 실은 제 친구가 노무사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친구가 일을 같이 하자고 계속 요청해왔는데 외부 일을 많이 다녀야 하는 일이다 보니 제 몸 상태가 부담되어서 많이 망설이다가 6~7개월 전에 일주일에 4일만 일하는 조건으로 같이 일하기 시작했어요.

유기자 : 인생 목표에 대해 궁금해요~

영기씨 : 죽을 고비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두 번 정도 겪고 나니까 ‘사는 게 별게 없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가능하면 나에게 투자하는, 나만 생각하는 주의가 생기다 보니까 내일을 생각하기 보다는 ‘오늘을 살더라도 즐기면서 살아보자’라는 목표가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동유럽 쪽에 있는 체코로 여행도 좀 다녀와 보고 싶고, 대하소설 ‘토지(박경리作’와 '혼불(최명희作)‘을 꼭 완독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유기자 : 아! 장편소설이군요. 그럼 환우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영기씨 : ‘카톡’방에 제가 읽고 있는 책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편인데, 이게 남들에게 보이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완독을 해야겠다’라는 제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해요. 아무래도 혈우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이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모리와 함께 하는 화요일(미치 앨봄作)’이라는 책이 있는데, 주 내용은 근육이 굳어가는 병을 앓고 있는 한 남자의 스승이 매주 화요일마다 주인공을 찾아와서 나눈 대화 내용을 쓴 것인데, 그 안에 삶, 가족, 인생, 결혼에 대한 모든 주제들이 다 들어가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극한에 처해 있는 병을 알고 있는 사람에 비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혈우병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 환우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가진 병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될 것 같네요.

   
▲책은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다. 특히 외로울 때는.... 읽고있는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유기자 : 독서를 참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소장하고 있는 책은 몇 권 정도 될까요?

영기씨 : 100권 정도 넘는 거 같아요. 이 중에서 30권 정도는 강준만 교수가 매월 정기적 또는 주간적으로 발행한 ‘인물과 사상’이라는 책이고, 그 외 나머지 책들은 일반 서적들입니다.

유기자 : 행복했던 시기는 언제였는지?

영기씨 : 제 인생에 30대가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그 당시가 제 몸 상태가 제일 좋았던 때였고, 사회적인 생각과 방황도 늦게나마 그 시기에 해봤던 거 같아요. 30대 초에 친구 두 명과 같이 배낭 하나만 들고 ‘제주도에서 어떻게 해서든 1년을 살아보자’는 계획을 가지고 떠난 적이 있었어요. 돈을 벌어야 하니까 감귤 농장에서 일주일 정도 있어도 보고 식당에서도 1개월 정도 일도 해봤어요. 또 하나는 제 고향이 광주(전라도)인데 고향에 살고 있다는 취지하에 광주에 있는 군 단위를 다 다녀보자는 계획도 세운 적 있었어요. 전라남도 영광이라는 한 곳만 빼고는 거의 모든 지역을 1박2일씩 머물러도 봤어요. 친구들과 같이 할 때도 있었고 어쩔 땐 저 혼자만 다닌 적도 몇 번 있었어요. 전라북도는 삼분의 일 정도 돌다가 포기한 적도 있었어요. 외국으로 나가보지는 못했었지만 그런 경험들이 있었던 30대가 제 인생의 가장 생각의 나래를 펼쳤던 시기였던 것 같네요. 그리고 사랑도 30대 초에 딱 멈춰버린 것 같네요. 근데 최근에 다니고 있는 사무실에 나가면서 약간의 ‘스파크’처럼 숨겨진 마음을 발견하게 만든 인물이 있는데, 아직 이른 감이 들어서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제 욕심으로는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설렘을 가지고 있어요. 인생의 황금기가 30대라면~ ‘이 황금기가 사랑을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중입니다.

유기자 : 30대가 황금기의 기억에서~ 특별히 남는 추억거리 좀 들려주세요.

영기씨 : 아~ 그 당시 제주도에서의 추억거리가 있는데, 지금까지도 연결이 되고 있어요. 제가 이번에 지회장직에 낙선을 하고 열흘간 이모가 살고 계시는 해남과 제 고향인 광주, 그리고 친구 두 명이 살고 있는 제주도에 다녀 온 적이 있어요. 제주에 있는 친구 집에 갔을 때 친구의 와이프가 맥주 한잔을 권해서 마신 적이 있는데, 친구 와이프가 “평소에 못 보던 남편의 밝은 모습을 영기씨 덕에 보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친구가 거기에(제주도) 머물고 있다는 기억 때문에 30대에 가지고 있던 추억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가 아닌가 싶어요. 아마 우도에 살고 있는 게 외로워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하하~

유기자 : 지난번 지회 행사 때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받은 선물을 지회행사에서 많이 베푸시 던데... 받았던 선물 중 기억에 남는 건 뭐가 있을까요?

영기씨 : 아~ 선물이야 많죠. 작년에 제가 4~5가지를 받은 게 있어요. 그 중에서 ‘축 성탄’이라면서 본인이 직접 성당에서 만들었다고 줘서 받은 게 있어요. 지금의 저를 설레게 만든 분이시기도 합니다. 그걸 제가 ‘최고의 선물’이라며 손 글씨로 써서 카톡에 올린적도 있어요. 만들어준 정성 탓에 저녁에 집에 들어갈 때마다 오래 태우지는 않지만 매일 불을 붙이고 있어요. 그리고 인생의 최고의 선물이 있다면 아버님이 안 계신 저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어머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저를 지금까지 지탱하게 만들어준 원동력이 아닌가 싶어요.

   
▲사랑은 손에서 시작한다. 사랑은 손이 하는 것이다(이문재, 아직 손을 잡지 않았다면). 이 성탄초도 마음이 가서 손이 만들었을 것이다.  네 이름이 내 심장을 죄어온다.

유기자 : 인생에 있어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영기씨 : 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제가 지회장 떨어졌을 때, 제게 맘을 줬거나 제가 맘을 드렸던 분들 중에서, 그대로 인용을 하자면 ‘너는 혹은 지회장님, 영기는 사람을 얻었다’는 것을 들려주시더라고요. 그런 말들을 들었을 때 ‘그래도 내가 못나게 살아오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마웠고 많은 위로가 되어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인생에 있어 소중한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람이라는 게 진심을 열고 다가간다는 게 전부가 아닌 ‘서로가 뭔가 통하는 작은 연대감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네요.

유기자 : 코헴회 서울경기 지회장직을 맡아 활동해 오셨었는데,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다면?

영기씨 : ‘코헴’에 몸 담은 지 5년 밖에 안 되었고, 지회장직도 주변에서 나가보라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지회장직을 맡아왔지만, 처음 2016년 지회장직을 할 때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옆에서 협조해 주신 많은 분들 덕에 일도 많이 수월해졌던 같네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일 중 작년 여름캠프 때 캠프장에서 지회모임을 가졌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회원들이 참석을 해주셨어요. 아마 그때 계기로 회원들한테서 참여와 연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단합된 힘을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다른 행사 때보다 그때 그 기억이 계속 남아있는 거 같아요.

   
▲이때가 코헴회행사에 처음참석해서 사진에있는 분들을 처음 만났을 것이다. 무슨 배짱인지 이 팀의 조장을 맡았다. 자청해서 팀도 꾸리고.

유기자 : 2018년 계획은 어떻게 세우셨는지?

영기씨 : 일단은 두 가지가 있는데요. ‘코헴’쪽으로 보자면 이번에 대의원으로 선출이 되었기에 제 일을 떠나서 코헴회를 크게, 넓게, 깊게 잡아서 기성세대와 장년세대를 연결할 수 있는 생각을 많이 해보고 싶고, 물론 개인적인 일도 지금처럼 열심히 하고 앞에서도 언급한 설렘을 완성단계로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지금도 제 머리 속에 한 사람을 이 만큼 걱정해 본적이 30대 초반이후에 없었는데 그것을 이루고 싶은 생각도 계획에 세우고 있어요.

유기자 : 끝으로 환우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영기씨 : 코헴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선출된 서울경기 대의원 김영기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코헴회로 보면 (여러분의)참여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참여가 코헴회를 더 풍요롭게 또는 더욱 알차게 만들어 갈수 있습니다. 전국 우리 회원들이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찾고, 자신의 치료환경을 개선하고, 자신의 발전을 코헴회를 통해서 도모할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의 참여를 간절히 호소 드리면서 다시 좋은 자리에서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영상] 영기씨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찾고, 자신의 치료환경을 개선해봅시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유년의 시절 중 어느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 가'라는 이 질문을 내게도 자문해 본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황금기는 언제였을까?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반면, 영기씨는 지금까지 자신을 이끌어 오게 만들어준 ‘30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물론 몸이 건강했던 시기였기에 모든 것을 도전해 봤다고 했지만, 혼자가 아닌 누군가가 같이 있었기에 '도전'이라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혼술'은 못해도 '혼밥'을 즐길 줄 알고, 혼자 영화를 보는 것도 편하다는 그는, 자신에게 잊혀졌던 설렘의 감정을 최근에 다시 느끼게 해준 상대를 찾았다고 한다. 어찌 보면 지금 이 순간이 그에게 펼쳐지는 ‘제2의 황금기’일지도 모른다. ‘인생에 있어 사람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그의 마음가짐처럼 시작의 단계에 있는 그분!과의 설렘을 올해는 꼭 완성단계로 만들어 가길 응원해 본다.

[헤모라이프 유성연 기자 황정식 기자] / 사진설명=김영기 씨

   
▲제주친구 둘은 초딩 6학년 같은 반이었다. 앞줄 두번째가 나. 둘은 너무 변해버려 못찾겠다.

유성연 기자 tjddus@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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