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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 환우, 서글서글한 눈웃음 그를 만나다

기사승인 2017.11.29  03: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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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 라이프’로 무장된 환우이야기 오늘의 번.불.콩. 인터뷰 주인공

일이 있을 때 간간히 시내를 나가보곤 하는데 최근 며칠 사이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 들다 못해 바닥에 떨어진 은행과 나뒹굴며 쾌쾌한 향을 풍기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겨울이다. 오늘따라 바람은 왜 그리도 부는지... 따뜻하게 머플러라도 하고 나올 걸... 이런 아쉬움 속에 오늘의 ‘번.불.콩.’ 주인공을 만나기로 한 까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기다림 끝에 만난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환우 박수민씨.(35세 8인자 중증) 자~ 오늘의 인터뷰를 시작해 본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서른다섯 살이고 현재 아내와 큰 딸, 그리고 아직은 아내의 뱃속에 있는 작은 아이를 포함해 네 식구의 가장인 박수민이라고 합니다. 둘째 역시 딸로 내년 1월 초에 만날 것 같아요.”

   
▲번불콩 주인공 수민씨(가운데)와 유기자&하기자 ^^

유기자 : 안녕하세요? 먼저~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알려주세요.

수민씨 : 현재 삼성 디스플레이에 다니고 있고요. 연구소 분석실에서 ‘구조분석’이라는 전자현미경 파트 쪽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기자 : 조금 복잡한 일 인가요?) 음... 연구 개발직인데요. 전자현미경 쪽 파트는 주로 모니터를 보는 작업이에요. 대부분을 앉아서 근무를 하고 있어요. 사무실 자리와 실험실 자리가 따로 되어 있어서 장시간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수시로 왔다갔다 움직이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 자체는 앉아서 하는 일이지만 같이 일하는 사원들이 있어서 그 분들이 하는 일을 수시로 봐줘야 하는 것도 있어서 수시로 이동하기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아요.

하기자 : 지금 건강상태는 어때요?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수민씨 : 아직까지는 좋은 편인 거 같아요. 요즘 출혈이 잦아지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휴식을 취하지 못해서 컨디션이 안 좋은 거 같고요. 다행히 고질적으로 출혈이 있지는 않아요. 주사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꾸준히 맞아주고 있어요. 반은 집에서 맞고 반은 회사에서 맞고 있어요. 다행히도 사내 병원이 있어요. 그래서 그곳에 제 병을 이야기 해놨어요. 몸이 안 좋으면 그곳에 가서 바로 주사 맞으러 왔다고 하면 따로 대기하지 않고 주사를 맞을 수 있죠.

   
▲ 평창 알펜시아 스키장에서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기원하며 '하나된 열정'

유기자 : 혈우병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있었다면?

수민씨 : 힘들었을 때라~ 음... 글쎄요? 혈우병이라고 해서 딱히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하하). 학교 다닐 때나 직장 다닐 때나, 현실적으로 (혈우병을) 다 오픈 해놓고 지냈기 때문에 다른 일반인들처럼 똑같이 생활했어요. 그러다보니 병 때문에 불편했던 점은 없었던 거 같아요. 단지 피곤하고 귀찮을 때도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그 정도?(하하) 어차피 그건 제가 평생 안고가야 하고 생활의 일부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봐요. (하기자 :운동은 따로 하는 게 있었나요?) 지금은 없지만, 한 일곱 살 때쯤 다치지 말라고 수영을 권해줘서 중학교 때까지 꾸준히 했어요. 수영 배울 때도 아프거나 하면 주사를 맞고 운동을 했었는데... 요즘 개념으로 말하면 ‘수 치료법’이라고 해야하나? 어릴 때부터 해왔던 운동이라 그런지 따로 아프거나 하지는 않아서 좋았던 거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학교 앞에 수영장이 있어서 아빠랑 같이 새벽반에 등록해서 수영을 하고 그랬죠.

하기자 : 힘들 때 가장 힘이 되어 줬던 위로가 있다면?

수민씨 : 아~ 힘들었을 때라~ (고민고민)...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던가? 하하하. 뭐가 있었지 (하기자 : 예전에 사업하다 망한 적 있었잖아) 푸하하~ 그랬었나!! 근데, 솔직히 그때도 힘들지 않았던 거 같아요. 왜냐면 자영업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바로 취직이 되었었기 때문에 중간에 실직에 대한 텀이 없었어요. (유기자 : 그때 하던 일을 접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는 했지만, 우선은 제일 문제가 되었던 게 수입에 대한 부분이 컸었어요. 제가 2년간 번역 일을 했었어요. 일하는 거에 비해 수입이 많지가 않다보니까 이것저것 다른 일들을 알아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된 거였죠.

   
▲ 치즈의 나라 스위스에서 '퐁듀는 맛있어'

하기자 : 고치고 싶은 자신의 나쁜 버릇이 있다면?

수민씨 : 음... 나쁜 버릇이라~ (하기자 : 오픈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말해주세요. 하하.) 제가 천성이 좀 게으른 편이에요(하하) 그러다 보니 집안일에도 바로바로 안하고 있다가 쌓아줬다가 한 번에 몰아서 하려고 하는 단점이 있어요. (유기자 : 아내가 뭐라고 안하세요?) 하하하 고치라고 하죠. 항상 고치라고 하는데 느려도 할 건 다 하니까 괜찮아요.

유기자 : 여행 많이 다녔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다면?

수민씨 : 네네... 워낙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옛날부터) 여행 다니면서 잊혀지지 않는 곳은 아이들이랑 언젠가 꼭 다시한번 가보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죠. 최근에 다녀온 여행은... 누나가 캐나다에 살고 있어서 명절에 아이랑 같이 처음으로 장거리 여행을 갔다 온 게 기억 남는 곳 중 하나이고요. 국내에는 울릉도가 생각이 많이 나요. 울릉도는 어는 곳이라고 할 곳 없이 둘러본 곳 마다 다 좋았어요. 그 중에서도 울릉도 북부 쪽에 숙소를 잡고서 주변을 구경을 했는데 해안도로 자체도 좋았고, 웅장하면서도 대자연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제주도보다 훨씬 좋았던 거 같아요. 주변에서 국내 여행지 추천을 가끔 물어보면 오염되기 전에 빨리 다녀오라고 얘기해 주는 편이에요. 기자님도 오염되기 전에 꼭! 한번 다녀오세요. 하하

   
▲ 울릉도 여행 중 '우리땅 독도를 가다'
   
▲ 몰디브 휴가중 수중절벽 다이빙 '인도양의 심해를 향해'

 

유기자 : 요즘 타임머신을 소제로 한 드라마가 꽤 인기 있잖아요. 혹시 다시 가보고 싶은 과거의 장소가 있다면?

수민씨 :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이라~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제가 그 시기에 발목이 아파서 수술을 받고 학교를 많이 못 나갔었어요. 사회생활을 하다보니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학력 순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저의 부족한 면도 알게 되니까 공부를 좀 더 해둘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내에서도 학교 가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조건이 많이 까다롭더라고요. 지원 자체가 고등학교로 치면 인문계가 아닌 실업계여야 하고 전문대를 졸업하면 편입을 해서 학사를 따서 대학원을 지원해야 하는 시스템이어서 도전을 해보려고 하다가 그냥 포기를 했는데... 그런 부분이 개인적으로 좀 많이 아쉬웠어요. 그렇다고 해서 딱히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보드보다 휴식 '날이 좋아서'

유기자 : 아주 예쁜 딸이 있는데...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민씨 : 사실은 아직도 그 부분에 답이 나오지 않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전 계속 (혈우병)환자로 살아왔지만, 딸은 (보인자)자식이 되는 입장이다 보니까 마음은 아직도 복잡해요. 처음에 병원에서 딸이라고 알려줬을 때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아내한테는 ‘그냥 괜찮을 거야’라고만 얘기를 했었는데... 지금은 딸이 환자도 아니고... 때 되면 한 세대가 걸러지니까 좀 더 좋은 환경이 될테니까... 만에 하나 지금하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해도 지금 당장은 걱정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당장 극복해야 할 것도 없을 거 같고 나중에 (딸이)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살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꺼에요. 제가 앞에서 주사를 맞는 것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아이가 아직 어려서 제가 주사 맞는 걸 보여주지 않고 있지만 어느 정도 대화가 오갈수 있는 시기가 되면 서서히 보여주고 설명을 해주려고 해요.

   
▲ 캐나다 로키 여행중 모레인 호수에서 '나윤아 날아봐!!'
   
▲ 유럽여행 중 '먹고보고먹고보고'

유기자 : 성격이 매우 긍정적인거 같아요. 스스로 평가해 본다면 자신에게 몇 퍼센트 만족하고 있나요?

수민씨 : 전 제 자신에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없어요. 하루하루 생활하는 거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전 제 자신에 100점을 주고 싶어요. 하하하

하기자 : 간직했던 꿈이 있었다면?

수민씨 : 하하하... 어릴 때 ‘장래희망이 뭐냐’라고 물어오면 전 ‘선장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하하하). 큰 배든 작은 배든 선박면허를 따서 제 배를 갖는 게 꿈이에요. (하기자 : 지금도 진행형 인가요?) 지금요? 음... 일단은 살아야 하니까(하하하). 언젠가는 갖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기자 : 아내에게 듣는 ‘잔소리’ 중 가장 싫은 잔소리가 있다면?

수민씨 : ‘빨리 빨리 움직여’라는 거죠(하하하)... 예를 들자면 밥 먹고 설거지 할 때나 청소할 때 옆에서 빨리빨리 움직이라면서 가사 일보는 거에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지저분한 것만 이라도 치워주기를 바라는 거죠.

   
▲ 와이프와 스위스 알프스에서 패러글라이딩 후 기념샷
   
▲ 강원도 성우 스키장 정상에서 '겨울을 즐겨요'

 

유기자 : 돈 벼락을 맞는 돼지꿈을 꾼 적은 있는지? 꾸었다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은지?

수민씨 : 살면서 돼지꿈을 꾼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만약에 돼지꿈을 꾼다면 복권을 사야겠죠? 막연히 복권이 아니라 진짜 ‘슈퍼보드’ 복권이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저는 아이들이 층간소음이 없는 곳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서울시내에 단독주택을 사고 싶어요. 듣고 싶은 음악을 크게 틀어서 듣기도 하면서 그렇게 사는 걸 상상해 보네요.

유기자 : 끝으로 우리 환우들께 인사 한 마디 해주세요.

수민씨 : 지금 당장 제 옆에 계시는 석찬형님(하기자)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이 힘들어 하셨는데, 겨울에는 빙판길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셨으면 하고요. 요즘은 낙엽도 한참 많이 떨어질 때라~ 이 또한 조심해야 할 듯싶어요. 그리고 우리 환우들에게는 늘 필요한 것 중 하나이기도 한 것이 운동인데요. 어떤 운동이라도 꾸준히 열심히 해서 몸에 근육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덤으로~ 유지요법 꾸준히 하는 것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감사해요.

   
▲ 몰디브 휴가중 '인도양을 달리다'

드디어 오늘의 '번.불.콩 인터뷰'도 끝났다.

수민씨 인터뷰를 하며 문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이미지가 있었다. 바로 ‘하회탈?’ 서글서글한 눈웃음을 짓고 있는 그 모습. 그건 아마도 ‘탈’ 속에서 연상되는 긍정적인 힘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병을 주변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털어 놓고 필요할 때 바로바로 주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특히 어릴 때부터 수영을 배우면서 기초 체력을 다져놔서 그런지 건강한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우리 환우들에게 유지요법도 중요하고,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 주는 거 같았다.

수민군은 지금 아내의 배속에서 사랑 받고 있는 둘째 딸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미래의 두 딸들은 든든한 버팀목인 아빠 엄마와 함께, 럭셔리 한 요트에 올라 선상파티를 즐길지도 모른다. 그의 꿈처럼 슈퍼보드 복권이 당첨되기를 기대해 보며...

[헤모라이프 유성연 하석찬 기자]

   
 

유성연 하석찬 기자 tjddus@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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