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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래씨 “인생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경영하는 것”

기사승인 2017.07.29  21: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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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불.콩.인터뷰] 서울 상경 후 10년 만에 ‘내 집’ 마련 ‘재테크’ 노하우는?

이번 ‘번.불.콩(번개 불에 콩 볶 듯 갑작스런 인터뷰)’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광화문으로 나섰다. 인공적인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찻 속에서 오래 있다 보니 머리가 무거워지는 듯. 잠시 자연 바람을 쐬기 위해 창문을 열었건만, 얼굴에 닿는 바람은 뜨거운 열기 뿐~

우연의 일치인지 지난번에 만났던 동현씨 덕환씨에 이어서 이번에 만나볼 번,불,콩. 주인공인 경래씨도 ‘전산 IT계열’에서 프로그래머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흐르는 청계천이 바로 내다보이는 도로가 한 커피숍에서 경래씨를 만났다. 그동안 여러 행사에서 마주친적이 있어서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석찬 기자와 함께 우리 세 사람의 수다를 늘어놓으려 한다.

   
▲ 나주 중흥골드스파리조트에서 동생 경욱씨와 함께 손을 들고 있는 경래씨(왼쪽)

유기자 : 자~ 아시죠? 첫 질문은 자기소개라는 거~ ㅎㅎ

경래씨 : 네. 안녕하세요~ 올해 36살 홍경래(36세·8인자·중증)라고 합니다. 현재 부모님은 부산에서 거주하고 계시고 저는 서울에서 자취생할한지 10년째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 밑으로 결혼한 남동생이 한 명 있구요.

유기자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죠?

경래씨 :전산 IT쪽 계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은행 내부 전산시스템과 관련된 업무인데요. 개발과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구요.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데 한 10년 정도 이 쪽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기자 : 단도직입적으로~ 혈우병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경래씨 : 중요한건 유지요법(응고인자 보충)을 주기적으로 해주는 게 제일 좋은 것이라서 가능하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1,000~1,500IU정도 맞고 있어요. 또 우리 환우들한테는 근력을 키워주는 운동이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몸에 무리가지 않을 정도로 근력을 키우는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 평일에 시간내기가 힘들다는 경래씨를 찾아나선 유기자 ^^

유기자 : 프리랜서라면 시간이 조금 자유롭지 않을까요? 취미생활이 궁금하네요?

경래씨 : 음...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다보니까 날씨가 좋으면 혼자서 놀러 다닐 겸해서 겸사겸사 주변 경치 구경하러 자전거 타고 많이 달리는 편이에요. (유기자 : 주로 다니는 자전거 코스는?) 남한강을 따라 내려가거나 북한강을 따라서 올라가는 식으로 많이 타는 편이에요. 요즘은 자전거 도로도 잘되어 있으니까요.

유기자 : 자전거를 자주 타신다면, 거리로는 어느 정도 되는지?

경래씨 : 보통 4~50KM정도 되는 거 같아요. 제일 많이 가본 곳은 당일코스로 충주까지 150킬로미터를 다녀온 적도 있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전국일주를 꼭 해보고 싶은 맘도 있어요. (유기자 : 장거리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오면 출혈 증상은 없어요?) 달리면서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타기 때문에 출혈은 없었어요. 하지만 출혈이 생기는 느낌이 들면 (운동을) 몇 일정도 쉬기도 하는데, 출혈 걱정에 운동을 안 하고 쉬다보면 오히려 (출혈이) 더 잘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뭐든 몸 상태를 체크하면서 운동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거 같아요.

유기자 : 서울 생활 10년 동안, 집을 장만했다고 들었는데요?

경래씨 : 하하하. 한마디로 말하면 안 먹고 안 쓰고 그런 식이었죠. 그렇다고 특별히 재테크를 한 것은 없어요. 수입이 들어오면 아껴서 생활비와 적금을 나눠서 관리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모아진 거 같은데요. (유기자: 원래 근검절약 정신이 강하신건지?) 어릴 적에 할머니 할아버지 덕을 많이 본거 같아요. 그 시대 어르신들은 전쟁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이신지라 항상 아끼시는 것이 몸에 배어 계신 걸, 제가 곁에서 지켜봤던 게 도움이 되었나 봐요. 크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든 거죠. 이런 것들이 제가 자취생활하면서 스스로 터득하게 된 거 같아요.

   
▲한국코헴회 레드타이챌린지 런칭행사에 참석한 경래씨. 포토월에서 주희 간사와 다정한 사진을 찍기도~

유기자 : 환우들께 나만의 재테크 노하우을 공유한다면?

경래씨 : 음... 글쎄요... 이게 노하우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했던 방법을 안 좋아 하실 거 같기도 한데~ 하하하. 전 가계부를 사서 지출과 수입을 꼼꼼히 적었어요. 가계부를 쓰기 전에는 돈의 출처를 정확하게 알지를 못했는데 (가계부를) 쓰면서부터는 눈으로 확인이 되잖아요. 그래서 필요없는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게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서울 올라오면서 한 가지 다짐한 게 있었는데 '인생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을 경영하겠다'고 마음먹고 올라왔거든요. 그래서 내가 정한 목표에 맞춰서 계획을 짜고 맞춰가는 습관을 들이면 집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유기자 : 집도 장만하셨는데, 결혼에 대한 계획은?

경래씨 : 제가 결혼에 대해 아직까지는 절박한 심정은 아닌 거 같아요. 결혼할 상대가 생겼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꼭 (결혼을) 해야겠다는 것이 크게 와 닿지를 않는 거 같아요. (유기자 : 집에선 결혼이야기가 없어요?) 물론 결혼하라고 하시죠. 동생도 결혼해서 지금 잘 살고 있지만, 저는 결혼이 ‘부럽다’기 보다는 혼자서 살아온 시간이 길어져서 그런지 감각이 무뎌진건지 (결혼에 대한 생각이) 아직까지는 없구요. 그냥 혼자 있는 게 더 편한 거 같아요. 짝이 나타난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죠. 하하하.

유기자 : 가상 질문 하나 드려볼께요? 한 달간 무인도 생활이 주어진다면, 준비해 갈 3가지는?

경래씨 : 기본적으로 약은 필수이니까~ 하하하. 그리고는 먹을 걸 해결할 수 있는 식량만 있으면 될 거 같은데요. (유기자 : 그렇게 간단하게요?) 간혹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멍하니 있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런 곳으로 무인도가 ‘딱’인거 같아요.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면 되고, 심심하면 먼 바다 바라보면서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어느 순간 일 때문에 쫓기면서 살아온 시간이 더 많네요. 그러다보니 보통의 삶처럼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해본다는 건 솔직히 어렵잖아요. 무인도가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고나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뻥~ 뚫려서 돌아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경래씨는 가능하다면 환우들 행사에서 꼭! 참석을 한다고 말했다. 소중한 건 바로 ‘우리들’이기에~ / 사진속 모습은 코헴 당구대회 출전 모습

유기자 : 올해 나의 버킷리스트 3가지가 있다면?

경래씨 : 일단은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해보는 거구요 . 그 다음엔 책 한권을 써 보는거? (유기자 : 자서전을 말씀 하는 건지?) 아뇨~ 하하하. 그냥 소설책이요. 원래는 제가 소설을 쓰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돈이 없어 컴퓨터 프로그램 일을 배우다 보니 지금의 이 일이 내 주업이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짝을 만나는 거. 하하하... 결혼을 원해서 (짝을) 만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서 결혼을 하는 거 (유기자 : 그게 그 말아닌가요? 알쏭달쏭하네요) 중요한건 내 인생이 어느 틀에 짜여서 움직이는 거 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보내면서 살아가보고 싶어요.

유기자 : 운전 하시죠? 누구나 경험하는 ‘초보운전자들의 실수담’은 하나씩 있는데~

경래씨 : (하하하) 네. 면허를 딴 지 일주일 되었을 때 인거 같은데, 파주에 아는 형님이 계셔서 놀러 가겠다고 네비게이션도 없이 차를 끌고 나간 적이 있어요.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가 중간에 통일로에서 빠져야 하는 상황인데 빠지지를 못해서 무조건 직진으로 하염없이 쭉 의정부까지 가버렸어요. 지금은 그나마 좀 괜찮은 편이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당황해서 차선을 바꾸지 못하고 오로지 직진만 했던 게 기억이 나요. 하하하. (유기자 : 초보들이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차선변경이잖아요. 결국 목적지는 갔다 오셨어요?) 아니요. 계속 달리다 보니까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빠져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눈치 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차선을 바꿔가면서 의정부에서 겨우 빠져나와서 돌고 돌기를 반복하다 파주까지 가는 건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와 버렸어요.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앞이 캄캄해요(하하하).

▲ [영상] 초보운전 시절 황당한 실수담을 털어 놓는 경래씨. 

유기자 : 코헴회에서 올해 여름캠프를 준비하고 있잖아요. 경래씨의 여름캠프 계획은 어떠세요?

경래씨 : 네 예전엔 캠프참여를 잘 했었는데, 최근에는 일 때문에 바쁘다보니 참여를 못했어요. 그래서 올해는 가능하면 참석하려고 생각중입니다. 교통편이 먼 곳이라고 들었는데 당일 날 혈우재단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하려고 생각중이에요. 자봉단(캠프 자원 봉사단원)이 아니더라도 캠프에서 일손이 필요하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생각도 가지고 있어요.

유기자 : 주변 사람들에게 ‘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경래씨 : 사람에 대해서 ‘어떤 사람’이라고 특정하게 정하는 거 보다는요.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내 목적을 위해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사람을 만나러 다니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내가 먼저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정과 편견에 가까운 시선으로 사람을 보기 시작하면 내가 먼저 다가가기도 전에 뒤돌아 서 버릴 게 뻔할테니 그런 건 싫고요.

유기자 : 캠프 때 꼭 뵙기로 하고요~ 끝으로 환우들께 한 말씀해주신다면?

경래씨 : 음... 생각해보니까 그동안 일을 핑계로 오랫동안 캠프도 참여 못했는데, 그래도 처음 서울 올라와서 생활하면서 힘들 때 코헴회에서 알고 지낸 형님들 덕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거 같아요. 혼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보다는 여러 행사에 잘 참여하셔서 얼굴도 보고 혈우정보도 공유하면 정신적으로도 훨씬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자주 좀 뵈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코헴회 여름캠프 자원봉사자로 자주 참석했다는 경래씨. 몇해 동안 캠프에 참석하지 못했다가 이번엔 꼭 참석하겠다고 했다. 

경래씨는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내가 먼저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한다”며 “사람의 기준을 특정하게 정하는 거 보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 맞는 말이다.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사람을 만나기 시작하면 항상 부정과 편견에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눈앞의 이득만을 위해 블라인드를 켜 놓고 있다가 어느 순간 내가 진심으로 다가가려는 그 순간에는 어쩌면 그 상대방은 이미 뒤돌아 서 있을지도 모른다.

혼자만의 시간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서른여섯 살 경래씨. 인생백세를 본다면 아직 초반전이다. 그와의 대화 속에서 삶의 여유와 미래의 모습이 머리를 스쳐간다. 내가 도움의 손길을 뻗었을 때 그 손을 지금 잡아줄 수 있는 누군가가 지금 내 주변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잘 살아 왔구나”라는 안도감을 받지 않을까? 올해 연말이면 다니고 있는 직장계약 기간이 만료된다며 그 후의 시간 계획을 짜고 있다는 경래씨. 그 계획안에 ‘내 짝’을 만나는 것도 넣어 보면 어떨까 싶다.

[헤모라이프 유성연 기자 / 사진영상=하석찬 기자]

   
▲두 분 참 잘~생겼다~ 하석찬 기자와 홍경래 회원

유성연 하석찬 기자 tjddus@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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