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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 - 열다섯번째 주자 : 김진규님

기사승인 2017.12.27  23: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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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환경 개척은 환우들의 몫"

한국의 등록된 혈우병 환우는 2300여 명이다. 그 환우의 가족들과 의료진, 환우협회와 보건당국, 복지단체와 제약산업 관계자까지 포괄하여 '혈우 사회'라 부르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고, 내밀한 부분까지 터놓고 이야기 할 공간도 많은 것은 아니다. 본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한 번 서로의 맨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깃거리를 털어보자. '너와 나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시즌3 현재 릴레이 순서) 김은기 위원장 – 조수호, 조진원 형제 – 황정식님 - 조진기님 - 이명림님 - 이귀병님 - 전수지 간호사 - 이승민님 - 이남일 간사 - 지현승님 - 조달호님 - 김종필님 - 김수섭 아버님 - 김선경 복지사님 - 김진규님

 

칼바람이 목깃을 파고드는 12월의 한 복판, 서울 보라매공원 근처의 한 빌딩에서 김진규씨를 만났다. 부산에서 만났던 기억밖에 없어 처음 추천받을 때만 해도 부산에 또 내려가는구나 싶었는데 운 좋게도 서울로 인터뷰 장소가 잡혀 기름값과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건설현장은 아니지만 인근 회사들이 함께 이용하는 건물지하의 소위 ‘함바집’에서 점심을 뚝딱 함께 해결하고 조용한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당에서도 커피숍에서도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김진규씨를 아는 사람들이었고, 땀흘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익숙한 목례가 이어졌다. 그렇게 많은 동료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진규씨는 ‘혈우병’을 이야기함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 좌측부터 김진규님, 하석찬 기자, 김태일 기자, 유성연 기자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진규입니다. 부산회원이구요. 나이는 40대중반 아들2명 있고요. 와이프 있고요. 부산에 있다가 직장이 서울로 이전해서 서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된다는 주말부부 하고있습니다. 하하

2. 지금 하시는 일은?
교통카드 회사에 다닙니다. 캐시비(꿀벌모양) 카드충전을 하면 우리 회사로 데이터들이 넘어오는데 전산처리을 해야 하잖아요.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Q. 힘들진 않으세요?) IT가 다 똑같죠. 하하. 늦게 퇴근하고... 전산장애 생기면 밤늦은 시간에도 나와서 일을 하죠. 

3. 가족과 떨어져 지내시는 게 힘들진 않으세요?
처음에 조금 힘들었는데 사실은 똑같아요. 생각을 달리 하면은 부산에 있을 때도 늦게 들어가고 아침에 일찍 나오고 하니 애들 볼 시간 없고 주말에 보고 그랬는데 지금도 늦게 들어가고 거의 집에선 잠만 자고 주말에만 애들 보는 거니깐 비슷한 것 같아요.

   
▲ 주말마다 봐서 더 애틋한 부부

4. 여유있는 시간에는 주로 뭘 하세요?
주로 영화를 봅니다. 직원들이랑 퇴근 후 같이 보거나 주말에는 애들이랑 같이 봅니다. 최근에는 원더우먼 나오고 슈퍼맨 나오고 하는 거(저스티스리그) 애들하고 같이 본다고... 재밌잖아요. 킬링 타임... 영화는 다 좋아합니다. 그래도 웬만하면 애들이랑 같이 가려고 SF나 가볍게 볼 수 있는 거 많이 보죠.

5. 릴레이 추천해주신 김선경 복지사님과의 연결고리는?
옛날에 저도 잠깐 복지사 일을 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도민이 어머니(김선경 복지사)랑 알고 지내는 사이였죠. 그러다 조금 친분이 쌓인 게 복지사일을 하면서 친분이 생겼죠. 제가 우연찮게 같은 나이 또래나 어린 친구들을 대면하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경남 지회모임에 참석도 하고 조금 생각해보니 내가 이 친구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을 꺼라 판단이 됐었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제가 하고 있던 IT일에도 회의를 느끼던 때였구요. 그런 상황에 마침 재단에서 복지사 제의가 와서 시작했는데 괜찮았어요. 왜냐면 애들을 조금만 일깨워주고 관리해주고 방향을 제시해 주면 바뀔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서 집에만 있는 친구를 어떻게든 학원을 보내서 활동적으로 만들어 준다든지... 그렇게 외부로 나와 배우다보면 생각이 바뀌어요. 그런 점들이 굉장히 좋았어요. 사실은 어떤 계기가 있어 그만 두게 됐는데 아쉽기는 많이 아쉬워요. 복지사 일을 그만두고도 한동안 그 친구들하고 계속 연락을 했었어요.

6. 혈우병은 처음 어떻게 진단받으셨나요?
여덟 살이었나? 치아 갈 때 피가 안멈추고 계속 나서, 송도 아동병원이라고 지금은 없어졌는데 아동병원 중에 전국에서 알아주는 병원이었는데 다른 병원 다녀봐도 원인을 못찾으니까 유명하다고 거기까지 간 거에요. 거기서 진료를 받아보니 ‘혈우병이다’라고 진단받았죠. 딱히 치료제는 없었어요. 아버지가 수소문하다 AHF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당시 녹십자병원이 있었어요. 그걸(AHF) 맞고 지혈이 되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임상시험을 했어요 하하. ‘국내에는 약이 이것뿐이 없다, 아니면 수혈을 해야 된다’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엔 적십자혈액원에서 크라이오를 계속 맞았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AHF를 구해 맞았지만 비싸니깐 보통 크라이오를 맞았어요.

   
▲ 치료환경을 개척하는 데에 환우들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김진규님

7. 병으로 제일 힘들었던 기억은?
어릴 때 벽이 무너져 다리를 다쳤어요. 그때부터 오른쪽 다리가 안좋아졌어요. 입원하고 했으면 됐는데 병원가도 할 게 없다고 해서 2년 정도 목발을 짚고 다녔어요. 신경도 다쳤고 붓기도 하고 처음에만 아팠고 그 다음엔 힘을 잘 못주다 보니 근육이 안 생겨서 관절이 많이 상한 거 같아요. 인공관절 수술은 2002년 오른쪽 무릎, 2012년 왼쪽 고관절 했어요. 부산에서요.

8. 부산에 있는 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혈우환자로서는 거의 처음 하신거죠?
재단이나 이런 데는 약 처방 받기가 너무 편하잖아요. 당시 부산에는 약 처방하는 종합병원이 별로 없었어요. 약값이 비싸고 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뭐 그런 이유로 종합병원들이 약을 처방 안하는 게, 선생님도 없고 이런 게 너무 싫은 거예요. 제가 갑자기 뇌출혈이 생겼을 때 응급실에 약이 없는 거에요. 그럼 실려가도 약을 맞기까지 최소 30분이에요. 그래서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종합병원이 어니냐, 부산대학병원인거에요. 그냥 찾아갔어요. 대학병원에 가니 다행히 혈액종양내과에 관심있는 신호진 교수님이 계셨어요. 신호진 교수님께 약을 처방을 받다가 고관절이 너무 안좋아서 ‘수술도 여기서 받자’ 그래서 좀 알아봤어요. 인공관절 수술이란 게 옛날에야 어려운 수술이었지 정형외과 선생님 말씀으론 “맹장수술이나 같다”, “실패할 확률도 적다” 자신있게 말씀하셔서 부산대학병원에서 하기로 결심하고 이병원에서 혈우병환자 최초로 인공관절 수술을 제가 했어요. 응고인자 처방은 신호진 교수님이 해주시고 수술은 정형외과 선생님이 하시고, 지금 경과는 좋습니다.

9. 최근 가장 크게 웃었던 적은 언제?
애들하고 놀 때죠 하하. 우리 애들이 특히 둘째가 몸개그을 많이 해요. 캐치볼 하는데 넘어지고 하하. 지는 야구선수 될거래요. 내가 볼 때는 아닌데... 별로에요. 잘 못해요. 하하 (Q. 아들 자랑 좀 해주세요) 음... 요즘 애들 같지 않고 순수해요. 말하는 거 보면 느껴지는 게 있잖아요. 공부 못하는 애들 부모님이 흔히 하는 칭찬으로 ‘애들 착해요’ 이런건가 하하. 요즘 애들은 되바라지고 이런 느낌들 받잖아요. 그런 건 없어요.

10. 즐겨먹는 보양식이 있다면?
별로 없어요. 아, 얼마 전에 홍삼엑기스 먹었어요. 간에도 좋다고 해서... 제가 뚱뚱한데 건강해요. 부산에 있었을 땐 아내가 토마토를 그렇게 챙겨줬는데 계속 거기서 지냈으면 토마토 아마 엄청 먹었을거에요.

   
▲ 가족 제주나들이때

11. 버킷리스트 세 가지
스카이다이빙을 해보고 싶어요.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초보 스카이다이빙은 조교 앞에 매달려 타니까 가만히 앉아있으면 된대요 하하. 그리고 안 될 것 같은데 서핑도 해보고 싶어요. 파도 위에 한번 서보고 싶어요. 그리고 유럽여행이죠. 2~3개월 가족이랑 같이 유럽여행 진짜 가고 싶어요. 다 가고 싶은데. 꼭 한군데 찍으라면 스위스에 가보고 싶어요. 

12. 혈우병치료에 있어 가장 개선됐으면 하는 한 가지
저는 치료제가 가장 우선인거 같고요. 사용방법이 편한 피하주사가 나온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용방법이 편한 게 우선시돼야 될 것 같고요. 유전자 가위를 기대 했었는데 5년 이내는 어려울 것 같고,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종합병원에 적을 두는 거죠. 전국 모든 종합병원에 혈우병 치료제가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는 혈우환우들 중에서도 뇌출혈로 사망한 경우도 꽤 있어요. 가까운 데 적을 안두면 급할 때 찾아가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가 없어요. 뇌출혈 골든타임이 30분이라면 우리는 늦는 거죠. 이건 우리 환우들이 노력을 해야 해요. 병원에선 환자가 없는데 꾸준한 치료를 어떻게 해요? 힘들더라도 노력해야죠. 환우가 어떤 종합병원에 가겠다하면 도와줘야 하는 게 코헴회고 나아가 재단도 많이 도와줘야 되고 그래서 환우가 가까운 데에서 치료 받을 수 있게. 사실 서울 내에서도 재단의원은 멀어요. 서초동 가까운 사람 말고 종합병원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원할거에요. 가서 얘기하고 부딪히는 게 힘드니깐 안가는 거에요. 환자들이 재단만 가면 재단 말고는 혈우에 관심 있는 의사선생님이 없어져요. 어떻게든 병원을 확대하는 게 제일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13. 다음 릴레이주자 추천
김연수 전회장님이요. 오랜만에 사진으로나마 얼굴 한번 보고 싶네요. 안본지 오래 되어서요 하하. 코헴회 일이나 환우들 일에 활동적이었던 분들이 나가면 더 잘 참여를 안하셔요. 대부분 사람들이 그래요. 물론 자기의 다른 일과에 바빠서 그렇겠지만 그런 얘기도 듣고 싶고, 특히 수술하고 코헴회 도움받고 6개월에서 1년은 관심을 가지다 시간 지나면 코헴회에 관심이 없어져요. 대부분 환우들이 그렇게 되요. 그런 얘기를 듣고 싶어요. 사실 개인적으로 만나뵙고 싶어서 그 핑계로 추천하는 게 더 크죠. 하하.

   
▲ 인터뷰에 함께해주신 김진규님께 감사드립니다

부산 아니라 전국 어디를 찾아가서라도 꼭 만났어야 할 김진규님이라는 생각이 드는 인터뷰였다. 없는 길이라면 만들어서 걸어가는 부산 싸나이 김진규님의 멋진 기운이 새해에는 많은 회원들에게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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