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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 - 열네번째 주자 : 김선경 복지사님

기사승인 2017.11.24  21: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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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경남 회원들의 든든한 빽" 도민이 엄마를 만나다

한국의 등록된 혈우병 환우는 2300여 명이다. 그 환우의 가족들과 의료진, 환우협회와 보건당국, 복지단체와 제약산업 관계자까지 포괄하여 '혈우 사회'라 부르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고, 내밀한 부분까지 터놓고 이야기 할 공간도 많은 것은 아니다. 본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한 번 서로의 맨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깃거리를 털어보자. '너와 나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시즌3 현재 릴레이 순서) 김은기 위원장 – 조수호, 조진원 형제 – 황정식님 - 조진기님 - 이명림님 - 이귀병님 - 전수지 간호사 - 이승민님 - 이남일 간사 - 지현승님 - 조달호님 - 김종필님 - 김수섭 아버님 - 김선경 복지사님

제주 김수섭 아버님의 릴레이를 이어받은 건 부산경남지회의 김선경 혈우재단 복지사님이었다. 복지사라는 직함도 있지만 회원들 사이에는 '도민이 엄마'로 더 정겹게 불리는 김선경님은, 맞다 9인자 혈우환우의 어머니이며 가슴 절절히 환우가족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해 온 분이다. 부산경남지역 환우들 뿐 아니라 제주에 사는 환우들도 도움과 상담을 요청해오기도 하며, 코헴회의 교육프로그램에서도 활약이 큰 김선경 복지사님을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혈우재단 부산의원에서 만났다. 11월 부산의 날씨는 제법 초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 김선경 복지사와 하석찬 기자

1. 안녕하새요, 자기소개 해주실까요?

저는 7공주 집안의 6녀로 태어났고, 참, 오빠가 한 분 계셨는데 고등학교 때 돌아가셨어요. 조도민(9인자. 27세)의 엄마이고 현재는 부산에서 한국혈우재단 부산경남 상담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2. 혈우재단의 복지사 운영형태는 어떻게 되나요?

부산경남에서 복지사는 광주보다 1년 늦은 2006년부터 근무했으니 벌써 11년이 되었네요. 혈우재단 복지기획팀 소속으로 재단 김윤정 선생님께 보름마다 상담일지를 보냅니다. 환우가 수술 또는 집중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경우 전화나 방문으로 좀 더 자주 접촉해 자가관리가 잘 되도록 안내하구요.

그리고 월 1회 정도 상담사례와 집중상담 환우를 중심으로 사례관리를 해요. 지역별 상담사들은 연말에 다음 년도의 사업과 프로그램계획을 올려서 진행하게 되죠. 출혈관리의 경우 대부분 전화 상담으로 진행하고 결과를 확인합니다. 심한출혈이나 장애등록, 희귀질환 등록처럼 좀 더 집중관리가 필요한 경우 부산의원에 내원하거나 직접 방문해서 상담을 합니다. 또 병원, 학교, 보건소 등 관련기관에 기관 상담으로 환우들의 고충을 중재하기도 합니다.

재가복지프로그램의 종류는 전체 환우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와 소모임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내년에도 신환자 중심의 부모교육, 중학생부모 또래의 진로상담과 체험활동, 청장년층 소모임, 어머니모임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산경남지회의 임원들과도 유기적으로 교류해서 필요한 도움과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3. 환우 상담사례 몇가지 말씀해주신다면?

음... 박00 환우분이라고 경남에 사시는 40대 환우였는데, 구강 내 혈종과 통증으로 수술한 환우였어요. 몇 해 전에 지방병원에서 치질수술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부산백병원에서 바로 진료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혈액종양소아과 박지경 교수님께 문의 후 구강외과에서 진료 볼 수 있도록 예약했고, 박지경 교수님의 의뢰로 해당 과에서 출혈 위험 없이 검사나 처치가 진행되고 당일 처치가 곤란할 경우는 다음 예약일 또는 입원 일을 잡기도 하죠. 타과 진료에도 직접 오셔서 결과를 듣고 진료계획을 함께 세워주셔서 환자들이 많이 감사해하시죠. 그 환우의 경우, 구강외과와 이비인후과에서 같이 협진하고 수술한 지 10일 만에 퇴원했습니다. 수술의 경우 지방병원에서 주사 맞고 수술 할 수 있다하더라고 꼭 혈액종양과가 있고 우리 약을 취급하는 대학병원에서 수술 받으시길 권해요.

또 부산에 사시는 40대 김00 환우분 경우였는데, 무릎관절통증이 심해 인공관절 수술을 한 환우의 집중상담 사례였어요. 이 환우의 경우 뇌병변 문제와 정신과적 문제로 인공관절 수술 후 관리가 제대로 안돼서 재활치료 기간이 길어졌고 지금도 집중상담으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신과적 문제가 있을 경우 수술은 뒤로 미루어야 해요. 약물이나 정신과 입원치료로 안정이 된 뒤에 소견을 받아 수술을 해야 합니다.

   
▲ 지난 7월 경북경남 합동 청년워크샵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김선경 복지사

4. 부산경남지회 초창기부터 함께 활동하셨죠?

아들이 91년에 진단받고 93년에 재단등록을 했습니다. 당시 부산에서는 고종섭 회장님으로부터 혈우병 약이나 재단 가입 등 많은 정보를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환우회 모임에 참 열심히도 참석g고 환우가족들끼리 유대도 좋았습니다.

어린이날 행사라 하여 부산녹십자 건물 옆 충렬사에서 그림그리기도 하고 퀴즈와 게임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부산백병원에서 1년에 1번 정기 혈액검사를 단체로 받았는데, 강당에서 소아과 선생님들이 처방하시고 임상병리 선생님들께 채혈을 했죠. 전체 검사결과는 도트프린트로 출혈된 결과지를 병원에서 받으면 개별결과지로 만들어 정상치 비교하도록 상담해 주었어요.

출혈 때 응급실에 가기 전에 간호사 경력이 있는 저한테 와서 주사를 맞고 간 환우들도 많았어요. 도민이 또래의 하태훈 환우도 어릴 적에 주사를 주곤 했는데 서울로 이사를 가서... 태훈이와 태훈이 엄마가 가장 궁금하고 보고 싶습니다.

그때부터 환우들 고충을 듣고 주사를 주고 지회 일을 돕다보니 오늘의 상담사 업무까지 하게된 것 같아요. 도민이가 초등학교 시절에 아빠 사업이 부도나면서 병원에 다시 취직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도민이 출혈 있을 때 언제든지 주사를 주고 학교에서 아프면 데리러가고 해야 해서 병원근무는 할 수 없었죠. 지금처럼 유지요법이 있었으면 아마 지금쯤 전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겠지요.

5. 처음 진단 받으셨을 때 어떠셨어요?

생후 9개월 때 감기치료 때문에 인근 병원에 갔는데 담당선생님이 가슴에 멍이 든 걸 보고 혈우병 이야기를 하며 백병원에 가보라 하더군요. 지금생각하면 백병원에서 수련의를 마치고 개업한 고학준소아과선생님 덕분에 진단을 쉽게 받았습니다.

당시엔 누구나처럼 정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슬픔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간호사로 근무했던 저 조차도 혈우병에 대하여는 응고인자가 부족해 혈액이 응고되지 않는 질환이라는 정도로만 알았으니까요. 검사를 위해 채혈한 부위가 근육출혈로 진행되어 입원치료를 받는 동안 사실 저보다도 도민이 아빠가 더 힘들어 했어요. 다행히 가족들의 지지와 격려로 큰 어려움 없이 진단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6. 아드님 도민이가 장성했던데요?

도민이는 초등학교 때 정말 공부가 싫어 책상에만 앉으면 눈물을 뚝뚝뚝 흘려 힘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숙제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선생님께 불려간 적도 있구요.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노느라, 고등학교 때는 관절경 시술로 재활치료 받느라 학업을 소홀히 했던 것 같아요. 유지요법을 시작한 고등학교 때부터는 공부보다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내더라구요. 아들이 첫 월급으로 사준 나이키 분홍색 파카는 아직도 입고다녀요. 엄마 고생한다고 생일선물로 사온 안마기는 요새도 쓰고 있구요.

책 보다는 옷 사고, 머리손질로 깔롱(‘폼나게’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지우는데 시간을 더 보냈는데 그래도 밉지 않았어요. 자기관리를 위해 깔끔하게 차려입는 것도 중요하고, 좋은 이미지를 위해 저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게 또 얼마나 필요한지 아니까요.

고등학교 때는 인문계 갈 성적이 안 돼서 실업계에 보냈어요. 남녀공학이라 놀기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대학을 가든 취업을 하든 고등학교는 나와야겠기에 놀더라도 학교에서 놀라고 했죠. 다행히 착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시험도 치르고 졸업도 잘 했어요.

남자가 대학은 가봐야지, 미팅이란 것도 해봐야지 하며 설득해선 대학에 회비를 냈더니 합격을 시켜주었네요. 실업계 나와 수능도 안치고 대학에 간 셈이죠. 사회복지과에 합격한 친구들은 또래보다 아줌마들이 많아 수업을 포기한 환우들도 있었는데, 병원행정과에 보냈더니 여자 친구들이 많아 시험 때는 개인과외를 해서 통과했어요.ㅎㅎ 정말이지 그 당시 의료수급권자로 3.5 이상이면 국가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는데 한번 밖에 받지 못해서 엄마로서 아쉬움이 컸어요.

   
▲ 올해 코헴 여름캠프에서 지역 청년들과 함께. 가운데가 아들 조도민군

7. ‘혈우사회의 강동원’이라고 소문 들었어요.

미남이라 하시니 그런 것도 같네요.ㅎㅎ 대학교 때는 외모덕분에 담당교수님으로부터 호감을 사 학교 홍보담당으로 학교방송에도 나오곤 했죠.

2010년부터 종합병원 원무부에서 일한지 7년차인데 우수사원으로 상도 여러 번 받았대요. 올해 11월부터는 은성의료재단 문화병원으로 이직하고 주임으로 승진했구요. 도민이 말로는 최연소 주임이라고 해요. 새로운 곳에서 직책까지 맡았으니 자기관리는 물론 신경쓸 일이 더 많아지겠죠. 지금까지 7년 동안 해왔던 경력으로 앞으로도 훌륭하게 잘 해 내리라 믿어요. 그동안 못한 공부를 대학원에서 해도 좋고 공단시험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인터뷰를 빌어서 엄마는 항상 너 편이며 너가 좋아서 하고자 하는 일에는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8. 복지사 일 하시면서 보람있는 건?

출혈조절로 치유가 되는 것도 보람된 일이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마침내 합격했다는 취업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기뻤어요. 변리사 시험 합격한 거제 이주형 환우의 소식은 눈물이 날 정도였고요. 우리환우들이 남보다 조금 늦을 수도 있고 출혈고통과 싸우다 학업에 뒤쳐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처음 1년 열심히 준비하고 몇년이라도 한 우물을 파다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오더라구요. 정말 공부가 가장 재밌고 쉽다는 녀석들에게는 우리 어머니들 팍팍팍 기운을 밀어줍시다.

9. 복지사로서 아쉬웠던 점은요?

경증환우들 중 “나는 괜찮아, 하루쯤 아프다 곧 나아져” 하며 관리를 소홀히 해 장애를 가진 경증환우들이 가장 안타까워요. 관절구축과 변형은 순식간이지만, 변형으로부터 회복하려면 1,2년 이상 긴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장애로부터 재활의 시기가 빠를수록 회복도 빨라진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10. 힘들었을 때 힘이 되었던 한마디 또는 사람이 있다면.

부산경남의 혈우가족 모두가 저한테 든든한 빽이에요.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 중에 ‘행복한 이기주의자’라는 책을 건네준 분이 계십니다. 이타주의와 상반되기도 하지만 내가 행복해야 제 주변도 행복하리라 여기면서 행복바이러스를 모두와 함께 나누겠습니다.

11. 가을에 떠나면 좋은 여행지

가을에 떠나면 어디든지 좋죠. 출근을 하다가도 은행잎 가로수길을 보면서 센치해지기도 하고, 몇 정거장 가면 갈 수 있는 시민공원이나 어린이대공원의 편백나무 숲에 자주 가요. 참, 부산 의원에서도 가까운 삼락생태공원과 대저생태공원은 갈 때 마다 느낌이 다르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놀이터가 될 것 같아요.

   
 

12. 우울할 때 기분전환 방법

스트레스는 첨부터 안 받는 게 좋겠지만, 받은 스트레스는 최대한 빨리 날려 버려야 돼요. 저 또래 어머니들은 아마 사우나가 좋은 전환방법이 될 것 같네요. 사우나에서 냉∙온법을 즐겨보세요. 혈압이나 심장이 안 좋으신 분은 하시면 안 되고요, 4~5차례 냉탕과 온탕을 오가다보면 마음까지 시원해집니다.

13. 코헴가족에게 희망의 한마디

‘혈우병이라도 좋으니 지금시절 태어나 한 번 뛰어봤으면...’ 하는 청년의 말이 생각납니다. 여러 가지로 아쉬웠던 과거를 생각하면 지금의 혈우병 환경은 참 많이 좋습니다. 주2~3회 유지요법에서 앞으로 주 1회, 월 1회로 길어지면 우리 환우들의 삶의 질은 한층 나아질 거에요. 일반인과 당당하게 경쟁하며 못할 일이 없습니다. 유지요법은 필수로 하고 본인에게 맞는 운동요법을 찾아 꾸준히 운동을 해야만 합니다. 아무리 직장생활이 바쁘더라도 스트레칭은 늘 생활화해야 하며, 주 2~3회는 나를 위한 운동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너도 할 수 있다.” 때를 기다리기보다 꿈을 향해 준비하고 가꾸는 사람에게 기회는 반드시 오는 것 같아요. 코헴가족 화이팅!

14. 다음 릴레이 주자는?

같은 상담사로 잠시 근무하다 지금은 IT 사업으로 열심인 김진규 환우를 추천합니다. 앞으로 사회가 3차 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고 있어서 우리 청소년 환우들에게 훌륭한 선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환우가족들을 아끼는 어머니의 마음과 복지사로서의 전문성이 함께 느껴지는 만남이었다. 도민이 공부 안하고 놀았던 과거를 너무 적나라하게 말씀해주셔서 인터뷰를 보고 도민이가 '이불킥'을 연발할 수도 있겠지만, 아들을 믿고 잘할 수 있는 부분의 역량을 기다려 준 열린 어머니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좋기도 했다. 쿨한 인터뷰를 함께 해 준 김선경 어머님께 멀리서 감사인사를 한 번 더 드리며, 다음 릴레이로 다시 돌아오겠다. 제발~

[편집 김태일기자 / 취재 유성연 하석찬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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