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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 - 열두번째 주자 : 김종필 님

기사승인 2017.08.04  22: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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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회장 시절, 고생스러웠지만 보람있었어"

한국의 등록된 혈우병 환우는 2300여 명이다. 그 환우의 가족들과 의료진, 환우협회와 보건당국, 복지단체와 제약산업 관계자까지 포괄하여 '혈우 사회'라 부르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고, 내밀한 부분까지 터놓고 이야기 할 공간도 많은 것은 아니다. 본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한 번 서로의 맨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깃거리를 털어보자. '너와 나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시즌3 현재 릴레이 순서) 김은기 위원장 – 조수호, 조진원 형제 – 황정식님 - 조진기님 - 이명림님 - 이귀병님 - 전수지 간호사 - 이승민님 - 이남일 간사 - 지현승님 - 조달호님 - 김종필님

조달호님이 추천해 준 김종필님을 찾아갔다. 우연인 듯 아닌 듯 '서울경기 지회장 라인'이다. 2015년 말까지 지회장을 역임했던 김종필님은 사실 최근의 지회모임이나 코헴회 행사에서 좀처럼 얼굴을 보기 어려웠고 재단의원에 진료보러도 안온다고 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건강은 어떤지, 헤모라이프 편집부 기자들과는 오랜 기간 코헴사무국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던 김종필님이어서 근황이 더욱 궁금했다. 제법 익숙한 동네, 화성시 발안단지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김종필님을 만났다. 

   
▲ 안녕하세요, 김종필입니다.

본인소개 부탁드릴까요?
김종필입니다. (끝?) 네.ㅎㅎ

Q : 더운데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뭐 그냥그냥.. 최근 고관절 출혈돼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20년 전에 인공관절 수술했던 곳인데 뼈가 웃자라서 출혈도 되고 통증이 심해요. 반대쪽은 비구컵(골반쪽에서 대퇴골두를 잡아주는 동그랗게 파여진 컵모양의 인공구조물)이 다됐다고 해서 11년만에 재수술 받았는데 이쪽은 잘 써 오다가 이번에 처음 이렇게 아프네요.

Q : 아플때는 어떻게 치료하세요?
고관절이라서 별다른 치료보다는 주사 맞고 일단 푹 쉬어주고 있어요. 

   
▲ 고관절 때문에 힘들었던 근황을 이야기하고 있는 김종필님

Q : 약처방은 어디서 받고 계세요?
신촌 세브란스에서 '진타' 처방받아 쓰고 있어요. 한달에 두 번 진료보러 가요.

Q : 종합병원이라서 처방에 어려운 점은 없나요?
예약한 시간보다 좀 더 기다리는 경우는 있지만 바쁠땐 원내약국에 미리 오더가 들어가게 해서 진료보고 바로 약을 받아갈 수 있으니까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Q : 세브란스에는 언제부터 다니셨어요?
작년 초부터. 나이가 있다보니까 이제 다른 과 진료도 종합적으로 같이 보고 해야 해서요. 재단의원 원장님한테 소견서 받아서 세브란스로 다니게 됐어요. 보통 오전에 혈우병 보는 소아청소년암센터 진료를 받고, 협진으로 오후에 피부과나 비뇨기과를 보니까 오히려 시간도 절약되고 혈우병에 맞춰서 다른 성인질환을 관리할 수 있으니까 좋더라구요. 

   
 

Q : 지내시면서 응급상황은 없으셨어요?
올림픽 열리던 해였으니까 88년이었겠죠? 허벅지에 혈종이 생겼는데 지혈이 안되고 계속 커지다가 딱 계란처럼 부풀어올랐는데 외부 충격으로 터져서 피가 줄줄 새어나오는 거에요. 급하게 수술 들어가서 혈종 제거하고 봉합하는데 붓기때문에 피부가 잘 꿰매지지도 않더래요. 아직도 흉터는 남아있죠.

Q : 88년이면 약이 어떤 게 있었죠?
보통 AHF(Anti Hemophilic Factor - 녹십자사)많이 쓸때였는데, 세브란스에 '헤모필T'(당시 박스터사)라고 1000단위짜리 약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응급한 상황이니까 그걸 고용량으로 맞고 그랬죠. 나중에는 정식수입도 안되고 유효기간 문제도 있고 그래서 잘 안쓰여졌던 것 같아요.

김승근 주필 : 90년대에 회원들 모이고 활동 시작할 때에 종필형님이 동생들한테 인기가 많았는데, 이유가 형님이 손재주가 좋아서 모형 비행기도 만들어주고 그러셨어요.
그냥 잔재주였죠. 신설동 있을 때 많이 만들어서 사무실에도 전시하고 그랬는데..ㅎㅎ 어릴적부터 아파서 집에만 있다 보니까 뭐 깎고 만들고 하는데 흥미가 있었던 거에요. 

   
▲ 본인의 세공기술로 만든 청동시계와 재활원에서 수여한 상패

Q : 첫 직장이 어떤 곳이었어요?
금은 세공하는 일. 젊었을 때 자격증 따서 취업했었는데 기숙사 생활하고 그런 게 힘들어서 오래 못하고 나오게 됐죠. 주조부터 보석 물려 다듬는 일까지 손재주가 있어서 그런가 제법 했었는데 몸에 잘 맞지는 않았나봐요. 지금도 그때 만든 시계 가지고 있어요. 재활원에서 받은 상패도 어디 찾아보면 있을텐데...

Q : 다음 직장이 코헴회였나요?
아뇨 그 전에 치과 보철물 만드는 치기공소에 다녔었어요. 처음엔 완성품 배달하는 일로 들어갔는데, 금은 세공 했던 게 소장 눈에 띠어서 보철 만드는 일까지 하게 됐구요. 그런데 그 일도 손만 쓰는게 아니라 페달도 밟아야 하고 전신을 써야 해서, 그리고 밤에는 공부도 병행해야 해서 몸이 못버티더라구요. 오래 하지는 못했죠.

   
▲ 치기공소 근무했을 때 연습해 만든 치과 보철물들

Q : 고향이 여기세요?
네 화성.

Q : 화성은 어떤 곳이에요?
공기 좋고, 뭐 서울에서 가깝고, 좋은 쌀 나오고... 송산포도도 유명해요. 그리고 궁평항이라고 국제 요트대회도 열리잖아요, 바다 접해있어서 좋은 점도 있죠. 아, 매향리라고 미군 사격장이 있어서 시끌시끌 했잖아요? 지금은 사격장 없어지고 시에서 리틀야구장을 많이 지어서 몰라보게 달라졌죠. 

   
▲ 미군 사격장을 없애고 만든 리틀 야구장

Q : 화성도 정치적으로는 꽤 보수적인 곳이죠?
그쵸. 이쪽에 연고 없는 사람도 보수정당 달고 나오면 무조건 되는 그런 곳이니까요.

Q : 대선에선 누구...
철수아저씨 찍었어요.ㅎㅎ 뭔가 바꿔보겠다고 하는 것 같아서 찍었는데, 사실 누가 돼도 쉽게 바뀌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정부도 원전정책이나 증세하는 데서 너무 일방적인 것 같아서 아쉬워요.

   
▲ 드라이브와 여행을 즐기는 김종필님

Q : 화성에서 가볼만한 여행지는?
제부도 좋아요. 제부도 해수욕장도 조용하게 바다 볼 수 있는 곳으로 그만이구요. 배타고 들어가는, 국화도라고 우리 회원이 사는 아주 작은 섬도 있는데 예쁘게 꾸며놨더라구요.

Q : 코헴사무국 일하실 때 차로 여행을 많이 다니셨던 걸로 아는데 기억에 남는 곳은?
쉬는 날, 차로 무작정 달려서 정동진까지 가서 위아래로 해안도로 잘 나있잖아요? 강릉이었나? 그 지역 라디오방송에 사연을 보냈는데 저녁 라디오에서 신청곡이랑 함께 읽어주더라고요. 신기하고 괜히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 좋은 기억 담고 돌아왔던 적이 있어요. 사진 찍는 것 좋아하니까 동해안은 배타고 나가서 선상일출 보는 것도 좋죠.

   
▲ 제부도 가는 바닷길

Q : 2014~15년 서경지회 지회장을 지내시면서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음...지회에 임원은 많은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었어요. 그 시기에 여름캠프도 서경지회 주최로 열려서 더 신경쓸 게 많았구요. 그래도 그때 세팅해 놓은 지회 예결산 양식이나 사업정형이 지금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고생스러웠지만 좋기도 해요.

Q : 지회에서 좀 더 잘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지금 잘 해나가고 있는데, 굳이 한가지 꼽자면... 예전에는 새로운 지회 환우들을 만나고 이끌어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게 좀 부족한 것 같아요. 낯선 환우가족들에겐 코헴회보다도 지회에서 더 다가가기 쉬워야 하는데, 늘 참여하는 회원들로만 지회가 운영되어서는 정체될 수 있으니까요. 구성원들이 같이 노력해 봐야죠.

   
▲ 서울경기 지회장 시절, 가정의달 행사 단체사진

Q : 지회 일이나 사무국 간사 일하시면서 좋았던 기억은?
많은 환우들을 알게된 것. 딴 건 없어요. 임원들이 소모적인 논쟁만 많이 하는 것 같아서 내가 직접 임원을 해 바꿔보고 싶었고, 그런데 임원이 되어서도 똑같이 답답한 지점은 있더라구요. 그냥 일반회원으로 돌아가자 생각하니까 맘이 편하네요.(웃음)

Q : 결혼생각은 없으세요?
혼자 살기도 힘들어요.하하. 

Q : 앞으로의 계획은요?
일단 몸관리가 제일 우선이고요, 그 다음에 천천히 계획을 세워보려고 해요.

   
▲ 회원 선후배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나누셨으면...

Q : 혈우병 치료환경에서 바뀌어야 할 부분은 뭐 있을까요?
이제 치료제는 어느 정도 된 것 같은데, 환우들 스스로 혈우병을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환우들이 인공관절 하고 나서 감염될 수도 있고 뼈 자라고 그런 것도 있으니까, 일반인처럼 생각하지 말고 당장 안아프더라도 끝까지 관리를 잘 했으면 좋겠어요. 또 음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데 술도 적당히 마셔야죠.

Q : 마지막, 다음 릴레이주자 추천 바랍니다.
생각을 미처 못해왔는데, 서울경기 지회장 할 때에 제주 회원(현재 제주도도 서울경기 지회에 편제되어 있음)들을 한 번 내려가 만난 적이 있었는데 교육이나 교류에 대한 요구가 많더라구요. 여러 가족 중에 김재덕 환우 아버님이 많은 역할을 해주고 계시니까 그분을 만나보셨으면 좋겠네요.

   
▲ 인터뷰를 마친 후, 좌측부터 김태일 기자, 김종필님, 하석찬 기자 (사무국 시절 생각나네요)

코헴회 일을 하다가 온전히 개인의 일상으로 돌아간 환우들에게서는 일정 정도의 거리감과 냉소 같은 것이 더 느껴진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조직과 공간에서 가질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상처'가 그들에게 남아있어서일 것이다. 짧은 인터뷰에서 상처도 느껴졌지만 새 살이 차오르며 필요한 온기와 촉촉함도 함께 느끼고 돌아왔다. 김종필님의 앞날에 행운과 주변인들의 응원이 함께 하길 바라본다. 그나저나 다음 릴레이가 제주도라...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막판에 마크스키너 WFH 전 회장도 언급되었었는데 접어주셔서 감사하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 공동취재 김승근 주필, 하석찬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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