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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 - 두번째 주자 : 조수호 조진원 쌍둥이환우 (1편)

기사승인 2016.02.03  1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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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바이 탄 쌍둥이형제의 이야기 두편 중 1편

한국의 등록된 혈우병 환우는 2100여 명이다. 그 환우의 가족들과 의료진, 환우협회와 보건당국, 복지단체와 제약산업 관계자까지 포괄하여 '혈우 사회'라 부르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고, 내밀한 부분까지 터놓고 이야기 할 공간도 많은 것은 아니다. 본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한 번 서로의 맨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깃거리를 털어보자. '너와 나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코헴회 김은기 위원장의 추천을 받은 두번째 주자로, 칼바람을 뚫고 두바퀴(합이 네바퀴)를 굴려 달려온 조수호 조진원 쌍둥이 형제를 만났다. 내용이 너무 재밌고 다양해서 두편으로 나누어 게재한다. 현장감이 줄어들까봐 경어체를 쓰지 않음은 양해 바란다.

   
조수호(좌), 조진원(우) 형제... 구분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두사람의 애마 킴코 G5, 스즈키 어드레스V125G
1. 본인 소개... 전에, 너무 헛갈리네요. 왼쪽이 수호 형 맞죠? 조금 더 마른...

수호 : 맞아. 지금은 좀 나잇살이 붙었는데 어릴적부터 편식을 해서. 얘(진원)는 잡식성이고 주는대로 다 먹었지.

 

2. 주변분들은 잘 구분하세요?

진원 : 다 알아. 내가 좀 괴팍하고 나댄다고. 이 아저씨(수호)는 소심하고 잘 삐치지. 거래처 가면 얼굴은 다른데(다르다고요??) 인상이 비슷하니까 한 사람으로 봐. 퀵서비스 픽업 들어가면 오해를 많이 받아. “방금 시내에 보냈는데 안가고 왜 또 왔냐”고. “기사님 이러시면 안돼요. 시내 갔다가 언제 강남 가시냐고” 막 항의해. (일동 웃음)

 

3. 자 이제 자기소개 해주세요.

수호 : 퀵 한지 17년 정도 됐고, 별명은 삐돌이? 소심남 조수호에요. 나이는 47, 혈우병은 9인자야~

   
 쌍둥이는 트윈스의 빅팬이란다
진원 : 똑같고, 별명은 조프로. 당구말이야. 잘 치지는 못하는데 승부욕이 강해서 ‘뭐든지 3년 정도 하면 잘하지 않을까...’해서 도전하길 좋아해. 사진도 좋아하고, 야구는 25세때 LG트윈스에 프로 입단테스트까지 받았었지.

 

4. 수호형님은 취미가?

수호 : 모으는 거 좋아해. 우표, 사진... 옛날엔 ‘꽝’된 복권도 모았었어. 기타도 좀 쳤었는데 싫증을 잘 내. 그래서 치기보다는 모으고만 있지. 기타가 세 대나 돼. 하하.

 

5. 김은기 위원장이 두분을 추천했는데, 어떤 인연이?

수호 : 응? 영기 아저씨 아니고?

진원 : 거봐 내가 ‘은기’라고 얘기했잖어~ 참... 내가 얘기할게. 은기 아저씨랑은 친분도 없을 때였는데, 우리가 재단 물리치료실에 누워서 조용히 치료받고 있으면 누가 자꾸 내려와서 시끄럽게 떠들어. 은기 아저씨, 복근 아저씨, 재청 아저씨... 이런 사람들이었어.

수호 : 처음엔 되게 싫었어.(웃음) 자꾸 시끄럽게 해서 각방 달라고 그랬지. 저분들하고 있으면 치료가 안된다고 칸막이라도 해달라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뭐 그런 것 같어.

 

   
서울 곳곳을 누비며 멋진 풍경을 담는 것도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6. 근황 토크

진원 : 살살 일하고 있어. 요새 우리집에 친척들까지 함께 살게 돼서 9명 대가족이 됐거든. 어린 조카도 있고 한데 삼촌이 아프면 안되잖아. 여름 내 몸사려서 일하고 지난 가을엔 부산 여행도 갔다왔어. 불꽃축제 가서 사진도 찍어오고. (기자 : 불꽃사진 물리치료실에도 걸려있는 거 봤어요. 잘 나온 거 몇 장 보내주세요.)

   
부산 불꽃축제에서 찍은 사진

수호 : 몸은 안아파서 다행이야. 엊그제는 조카랑 스케이트장도 갔다왔지. (기자 : 스케이트 타세요?) 아니, 타지는 못하고 스케이트장까지 데려다만 준거지. 밖에서 보고 있고. 얼마 전에는 전동휠 있지? 세그웨이, 나인봇, 한발짜리도 있고... 조카한테 그거 가르쳐주다가 응급실 갈뻔 했잖아. 양쪽 발에 50대50으로 똑같이 힘을 줘야 하는데 우린 그게 안되잖어~(웃음)

 

   
쌍둥이의 SNS 절반은 조카사진으로 채워지고 있다

7. 퀵서비스 일을 하게 된 계기?

진원 : 열네 살 때였나? 동네사람 중에 고구마장사를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엄청나게 한파가 몰아쳤던 해에 그 아저씨 따라서 양철통 뜯어서 자갈 깔고 고구마를 구웠지.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한거야. 집 앞에 스케이트장이 있어서 장사도 엄청 잘됐어.

   
핸들 잠시 놓고 휴식중에...
수호 : 몇 년 그렇게 장사 잘 했고 근데 항상 3월쯤 돼서 따뜻해지니까 할 게 없는거야. 그래서 고민하다보니까 우리한테 고구마 떼어오던 50cc짜리 오토바이가 있는거야. 고구마로 번 돈 보태서 그걸 125cc짜리로 업그레이드 해서 퀵서비스 시작한거지.

진원 : 지금까지 17년 됐고. 처음엔 오토바이 한 대로 둘이서 일주일에 3일씩 번갈아가며 일했어. 일도 험했지만 몸이 힘드니까 쉬어가면서 한거지. 큰 퀵 회사에서 갈라져나와 너도나도 동네퀵을 만들때였는데 그때 큰 사건이 있었어. 날짜도 기억하는데 2월15일, 한 달 사이에 100년만의 폭설이 세 번이나 온거야. 대낮인데 하늘이 캄캄해지면서 눈이 이만~큼 온 날에 퀵 기사들이 엄청 죽고 다치고 했어. 얘(수호)는 다행히 노는 날이었고, 난 운전할 엄두가 안나서 강남역에 오토바이 세워놓고 전철타고 집에 왔지. 그런데 그런 일 있고 나니까 기사가 귀해져서 여기저기서 찾더라고.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해 온거지.

수호 : 용산이나 동대문 이런 데를 주로 뛰는 회사들은 힘들어서 못하겠더라고. 컴퓨터, 원단 이런 무거운 걸 날라야 되니까 몸이 안따라주는 거야. 사람들이 알려주더라고. 여의도쪽 회사로 옮기라고. 거기는 서류나 방송국 녹화테잎 같은 게 주로 나오니까 잘 맞을 거라고. 2002년에 여의도쪽으로 옮겨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으니까 이제 자리 잡은거지. 회사에다가 우리 아픈 거 다 얘기하고 배려받으면서 급여는 좀 작지만 자유롭게 일하고 있어. (기자 : 페이가 적어서 속상하진 않으세요?) 뭐가 속상해, 능력차인데~(웃음)

진원 : 우리 환우들 보면 아픈 걸 그렇게 숨기더라고.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병을 얘기 안하니까 주변에서 내 상태를 모르잖아. 나도 처음엔 그랬는데, 그러다보니까 ‘너만 왜 편하게 하려고 하냐’라고 주변에서 오해를 하는거야. 차라리 처음부터 얘기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하는 게 낫더라고. 지금은 맘도 편하고 만족해.

 

   
모터쇼와 바이크쇼는 둘에게 '출첵대상'이다

8. 일하면서 힘든 점과 좋은 점

수호 : 힘든 점은... 춥지. 여름엔 덥고. 그리고 아무래도 오토바이니까 위험하지. 거래처는 거의 다 여의도 안에 증권사, 은행, 방송국 같은 회사들이니까 그렇게 불평불만은 없고 믿고 맡기더라고. 월정액으로 거래해.

진원 : 좋은 건 아무 때고 쉴 수 있고 프리직이라는 거. 그리고 서울 곳곳을 다니니까 여기저기 멋진 풍경도 볼 수 있고 사진도 찍고 좋아. 현대백화점 앞에 발레리나 조형물 예쁘더라고. 찍어서 사람들한테 보내주면 좋아해.

 

   
 잠시 엔진을 멈추게 만드는 겨울풍경

9. 서울의 숨겨진 명소는?

진원 : 북촌 한옥마을 알아? 요샌 거기가 핫하지. 그리고 계동하고 신사동 가로수길... 방송에도 많이 나오고 외국인도 많잖아. 길이 쭉쭉뻗고 가게들이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두사람의 주 일터인 여의도

수호 : 난 사람들 북적북적한 곳이 좋아. 청계천이나 홍대 ‘걷고싶은 길’ 가면 데이트족도 많고 하여튼 좋아. 옛날에 아버지가 시장에서 장사를 하셨는데 나중에 일 그만두고서도 시간 날 때마다 그렇게 시장엘 가시더라고. 나도 백수때 아프면 집에만 가만히 있고 그랬는데 아버지를 따라서 동대문, 남대문에 나가보면 사람들 바쁘게 움직이고 하는 걸 보면서 동기부여가 되더라고. 어떻게든 일을 하고 활기차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지.

 

   
두사람이 보내오는 서울 구석구석의 멋진 풍경들은 인터뷰가 끝나고 또다른 기획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2편으로 이어짐...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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