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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 - 열세번째 주자 : 김수섭 님

기사승인 2017.09.30  23: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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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과 목욕탕 가는게 삶의 낙"이라는 재덕 아부지

한국의 등록된 혈우병 환우는 2300여 명이다. 그 환우의 가족들과 의료진, 환우협회와 보건당국, 복지단체와 제약산업 관계자까지 포괄하여 '혈우 사회'라 부르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고, 내밀한 부분까지 터놓고 이야기 할 공간도 많은 것은 아니다. 본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한 번 서로의 맨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깃거리를 털어보자. '너와 나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시즌3 현재 릴레이 순서) 김은기 위원장 – 조수호, 조진원 형제 – 황정식님 - 조진기님 - 이명림님 - 이귀병님 - 전수지 간호사 - 이승민님 - 이남일 간사 - 지현승님 - 조달호님 - 김종필님 - 김수섭 아버님

김종필님이 다음 릴레이주자로 제주도 김재덕 환우의 아버님을 추천했을 때, 먼 거리에 원망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되기도 했다. 제주는 갈 때마다 늘 그 계절의 가장 선명한 색깔과 꾸밈없는 냄새를 풍겨주었던 곳이다. 게다가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아팠던 관절도 제주에 있는 동안에는 씻은듯 나아졌던 기억이 있어 뭔가 영험한 기운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들었는데 그곳의 혈우가족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화장품가게를 운영하시는 재덕이 아부지, 김수섭 아버님을 만나 제주에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 소개말씀 부탁드립니다.

제주도 표선에 살고요, 재덕이는 대학 1학년에 들어가 지금 옆에 없지만 재덕이 아버지 김수섭이라고 합니다.

Q : 제주에 사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제주는 열살때 아버지 따라 내려왔어요. 그러다 아버지 형제분은 다 고향에 계시는데 아버지 혼자 제주에 와서 살다보니 외로우셔서 고향에 가고싶으셨던 모양이에요, 고향으로 다시 가신다고 땅과 밭을 다 정리하시고 짐을 싸셨다가 그때 큰 누나가 결혼을 하는 바람에 쌌던 짐도 다시 풀고 눌러 앉으신게 지금까지 제주에서 살게 되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아들 떼어놓고 못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 인터뷰중인 김수섭 아버님(좌)과 하석찬 기자

Q ; 혈우병에 대한 가족력은 있었나요?

처형 아들인 성민이가 있죠. 사실 난 재덕이가 태어날때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재덕이 위로 딸 둘을 낳고 아이를 더는 안 가졌었는데, 재덕이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딸이든 아들이든 간에 하나를 더 낳으라'고 하셨고 집사람도 원해서 재덕이를 낳은 거죠. 혈우병에 대한 정보를 접할 곳이 전혀 없었을 때 재덕이한테는 ‘단지 너가 조금 몸이 불편할 뿐이다'라는 식으로 얘기만 했었는데, 중학교 3학년때인가 어느날 재덕이가 목욕탕에서 뜬금없이 하는 말이 '아빠 혈우병은 모계유전이라는데, 우리 외가집에 누가 그렇지?'라고 먼저 말을 하는 거에요. 속으로 뜨금했었는데, 이게 기회다 싶어서 그때부터 혈우병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Q. 아들이랑 목욕탕을 자주 다니셨나봐요. 

처음 재덕이가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매주 목욕탕을 같이 다녔어요. 내가 재덕이 만나러 서울 갈 때 제일먼저 하는 것이 같이 목욕탕 가는 거에요. 처음 재덕이를 목욕탕에 데리고 다니기 시작한 건 몸에 다친 곳이 없는지 보기 위해서였는데, 이것이 습관이 되어 버린 것 같네요. 속깊은 얘기도 나눌 수 있고 부자지간에는 괜찮은 방법인 듯 해요.

   
▲ 코헴 여름캠프에서 자원봉사했던 김재덕 군

Q : 재덕이 누나들은 보인자 검사를 했나요?

안그래도 며칠 전에 '아이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기도 해서 보인자 검사를 해야하지 않겠냐'고 집사람과 얘기를 했었는데 아직까지 검사는 안했어요. 집사람이 마음 아파할까봐 조심스러운데 그래도 같이 권해서 검사를 해야죠. 아빠들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면서 넘어가려고 하는데 엄마들의 입장에서는 좀 다르겠지요... 그나마 요즘의 젊은 엄마들은 정보가 많아지고 약도 좋아지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좋아지는 게 보여요. 우리 큰딸은 재덕이 때문에 간호학과를 전공했어요. 재덕이 보다도 더 성적이 좋은 아이였는데, 직접 말은 못하고 속으로만 간호학과를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라대 간호학과에 시험을 봐 합격해서 등록을 한다고 하는데, 기쁘다기 보다 재덕이 때문에 자기 꿈을 바꿨다고 생각하니까 미안한 마음이 더 컸었죠. 

Q : 제주도에는 혈우가족이 몇 가구나 계신가요? 서로 연락은 어떻게?

초창기부터 우리들은 솔직히 약에 대한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 당시 제주에서는 9인자 환자가 겨우 재덕이, 성민이 두 명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서로가 정보를 나누고 할 만한 자료들이 전혀 없었죠. 성민이도 처음에는 혈우병을 모르고 있다가 초등학교 5학년 넘어서 알았고 그 전에 다치는 일이 생기면 매번 가서 수혈을 받고 해서 애를 많이 먹었어요. 요즘은 교통이 좋아져서 다행이지만, 그 당시는 서울까지 왔다갔다 하는 것도 힘들었을 때였어요.  

제주도는 현재 비상연락망으로 11명의 연락처가 있지만, 작년인가 재작년까지 서로가 전화를 잘 안 받았어요. 재덕이가 처음 진단을 받고 나서 병원에서 11명의 전화번호를 줘서 받았는데 그 당시엔 11곳에 전화를 다 돌렸지만 11명이 다 전화를 하지 말라고 했었어요. 아마도 지역사회에 환자라는 게 알려지는 게 싫어서 그랬겠다 이해는 됐죠. 그런데 그 후에 어떻게든 연락처가 남아있다보니 크게 다치거나 약이 급할 때 서로에게 연락을 하고 도움을 주고받게 됐고 지금은 많이 활성화됐습니다. 그중에 9인자는 4명이 있어요.

   
▲ 바다를 향해 뻗어나갔던 용암의 기운이 느껴지는 바다

Q : 제주 환우들은 보통 어떻게 처음 혈우병 진단을 받나요?

대부분은 많이 다치거나 갑작스럽게 코피를 많이 흘리거나 해서 병원에 갔다가 이상하다 싶어 검사해보고 진단을 받게 되더라구요. 최근에 한 어린 환우의 경우는 머리를 다쳐서 뇌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을 받고 난 후 혈우병이라는 걸 알게 된 케이스였어요. 그때 아이 아빠가 아이를 안고 우리 집에 처음 찾아왔을 때 봤는데 머리가 심하게 부어 있었어요. 재덕이 경우는 가족력 때문에 대충 감을 잡고 있던 케이스였어요. 보통 아이를 안을 때 손으로 가슴을 잡고 안았는데, 어느 날 재덕이를 씻기려고 보는데 손자국이 몸에 생겨있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서울에 혈우병 지정병원에 찾아가서 검사를 받았죠.  

Q : 응급상황시에는 제주대 병원으로 가나요?

그렇죠. 하지만 자가주사 어려운 가족이 급하게 주사를 맞을 일이 생길 경우에는 서귀포의료원으로 가라고 얘기해 줘요. 서귀포의료원은 현재 약이 상시 비치되어있지는 않지만 치료경험이 많아서 약을 듣고 찾아가면 접수도 필요없이 먼저 주사약부터 맞게 해주는데, 제주대 병원은 그 조치가 좀 약해요. 지난번에 응급의학과에 얘기를 했는데도 잘 안된다고 들었어요. 

   
▲ 제주 협재해변에서의 일몰

Q : 제주에서 생활하시면서 혈우가족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제주는 응급시에 교통문제와 약 처방에 대한 문제가 제일 커요. 그래도 제주대병원에서는 환자의 상태, 몸무게에 따라 여러 병 안 맞고 한 바이알에 끝낼 수 있도록 맞춤 처방을 해줘요. 재덕이 경우는 1회 처방으로 3,000IU를 처방해 줘요. 그런데 환자수가 적다보니 약을 많이 비치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게 제일 어려운 점이에요. 우리도 약을 빨리 처방 받을 수 없으니까 급할 때에는 인근 환우한데 약을 빌려 쓰고 있습니다. 약이 없을 때 급한 심정을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당시의 섭섭함은 아무도 몰라요. 육지에서라면 급한대로 어느 병원이든 쫓아가서 가져오겠지만, 제주는 그런 상황이 안되다보니 그게 제일 어렵네요. 

Q : 제주 열 한 가족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있나요?

아직까지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있진 않아요. 지난 6월에 서울경기지회랑 사무국에서 방문했을 때가 두번째 전체적으로 모인 거였어요. 개인적으로 연락되는 분들은 중간중간 연락이 되서 만나고는 있지만 단체로 같이 모이긴 쉽지 않네요. 그래도 이번에 사무국에서 방문했을 때 좋았던 것은 청년층 형들이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엄마들이 '안도감을 받았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수 있었습니다.

   
▲ 아버님이 추천해주신 뷰포인트 쇠소깍의 끝자락

Q : 정기적인 모임도 자리잡고 교육의 자리가 마련돼야 할 듯 싶네요.

그러면 좋죠. 여기분들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게 중요하겠지만, 사무국에서 시간이 되신다면 한 번씩 와서 주사교육을 포함한 혈우병에 대해 알지 못했던 얘기들을 본인들이 거쳐온 경험 같은 걸 들려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10월 중순 넘어서 정기 모임을 가질 것 같습니다. 처음 모임에는 엄마들이 참석을 많이 했었는데 두번째 모임때는 엄마, 아빠가 같이 참석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보니 아이들 상황에 대해서 서로 얘기하는 것도 수월해 보였어요. 

Q : 현재 제주는 코헴회 서울경기지회에 속해 있는데 별도의 자치활동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까지는 제주지역이 서경지회에 속해 있는데, 솔직히 서경지회와 제주가 서로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니에요. 급할때는 차라리 부산으로 가서 도움을 받은 적은 있죠. 어쨌든 공식적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정기적인 제주도 환우모임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주에 인원이 많으면 모를까 재정적인 지원보다는 정보가 풍부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시대가 좋아져서 요즘은 핸드폰만 있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보내주는 정보에서 내가 궁금한 여러 정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좋더라구요. 전문가가 알려주는 내용이나 약품에 대한 관심은 가도 찾아보지 못하면 못보는 사람이 많아요. 쉽게 접할 수 없는 영어로 된 단어도 많다보니 찾아봐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기 때문에 정보에 대해 많이 어두워요. 정보에 대한 교류가 활성화되면 제주분들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거죠. 제주뿐 아니라 각 지역마다 대도시에서 모인다해도 거리가 멀어서 참여하기에 어려운 소외된 사람들도 많을테니까 지역 소모임이 많이 활성화돼야 할 것 같습니다. 

한가지, 협회차원에서 정부에 건의해 국고탈락자들에 대해 현실에 맞게끔 기준을 상향조정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주는 특히 땅값이 폭등해서 심각한 문제가 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국고탈락자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았어요. 

   
▲ 인터뷰는 식사 후 한 잔 하는 자리로까지 이어졌다

Q :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재덕이에게 한말씀 해주신다면?

재덕아, 건강한 게 첫 번째다. 솔직히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재덕이를 포함해 아이들이 사회에서 부딪히는 모든 것들을 피하지 않고 살아가면서 건강하게 사는 게 최고인거 같다. 우리 세대, 경제적으로 학교 등록금도 못 낼 정도로 가난한 시대에 살던 때랑은 다르니까 돈벌이에만 매몰되지 말고 네가 생활하면서 하고싶은 것도 해보면서 건강한거면 그거면 될 것 같다. 지금 목표를 세우고 있는 꿈에서 다른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그것에 못 박듯 가지 않았으면 한다. 

   
▲ 유채꽃길을 걷는 재덕이 아버님과 어머님

Q. 요즘도 재덕이가 제주 내려오면 목욕탕 자주 가시나요?

항상 가요. 집사람과 나는 서로의 차에 목욕가방이 항상 비치되어 있어요. 재덕이가 내려오면 공항에서 태우고 오다 근처에서 사우나에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거죠. 내 경험상 아들과 목욕탕을 다니는 건 정말 추천을 해주고 싶어요. 지금은 재덕이도 커서 그런가 같이 가는 걸 조금 쑥쓰러워 하대요. 맘 같아서는 나중에 손자 녀석까지도 목욕탕에 데리고 다니면서 때도 밀어주고 싶어요. 재덕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식구들과 같이 목욕탕에 가면 여자들은 딸을 포함해 3명이 들어가지만 난 혼자서 들어갔었는데 재덕이가 태어나니까 그게 제일 뿌듯했어요. 

Q. 표선에서 유명한 건 뭐가 있나요?

글쎄요... 특별할 것 없이 조용한 마을인데... 귤농사랑 무 농사를 많이 지어요. 제주도 무가 유명한데 아세요? 그리고 우리나라 유일한 6성급 호텔도 있는데 그것보다 그 앞 표선해변에서 보는 일출이 끝내줘요. 조금만 발품팔면 오를 수 있는 멋진 오름들도 많이 있구요.

   
▲ 표선 해변에서의 아름다운 일출

Q : 제주 오면 이건 꼭 먹어봐라 하는게 있다면?

돼지고기죠. 제주는 육지서 돼지고기 반입이 금지돼있어서 흑돼지 품종을 이곳에서 믿고 먹을 수 있어요. 확실히 육지고기랑 차이가 있는데 제주사람 하루에 한끼는 꼭 돼지고기를 먹어요. 그리고 물회도 먹을만 해요. 갈치는 올해 많이 잡혔다곤 하는데 최상품은 너무 비싸서 제주사람도 잘 안먹죠. 

Q : 다음 릴레이주자를 추천해주시겠어요?

또 제주가족을 추천하면 곤란하실 것 같고... 육지분들을 아직은 잘 몰라서요, 약이 급할 때 몇번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부산에 김선경 복지사님을 추천해도 될까요? 지리적으로 그나마 가깝다보니까 제주 안에서 해결이 안될때 전화번호 하나 가지고 무작정 찾아갔던 기억이 나네요. 친절하게 안내해주시고 용기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아, 저희 제주가족들도 제주도로 여행왔다가 응급상황에 처한 환우들 위해서 언제든 도울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필요하신 분은 저한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 인터뷰 후 아버님의 가게 앞에서

제주에서 느꼈던 '치유의 힘'은 맑은 공기와 물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했지만 실은 척박한 치료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병원을 발굴하고 환우들간 연대를 확장해 온 제주 가족들의 땀으로부터 나온 기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님과 재덕이의 목욕탕 회동이 오래오래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코헴회와 제주 회원들의 교류가 더 활발해져 이곳이 혈우인들이 살기 정말 좋은 곳으로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헤모필리아라이프도 정보 정달의 역할에 정진할 것을 약속한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 사진, 인터뷰 진행 유성연 하석찬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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