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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 - 열번째 주자 : 지현승 님

기사승인 2017.06.10  16: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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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안경사'입니다.

한국의 등록된 혈우병 환우는 2100여 명이다. 그 환우의 가족들과 의료진, 환우협회와 보건당국, 복지단체와 제약산업 관계자까지 포괄하여 '혈우 사회'라 부르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고, 내밀한 부분까지 터놓고 이야기 할 공간도 많은 것은 아니다. 본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한 번 서로의 맨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깃거리를 털어보자. '너와 나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시즌3 현재 릴레이 순서) 김은기 위원장 – 조수호, 조진원 형제 – 황정식님 - 조진기님 - 이명림님 - 이귀병님 - 전수지 간호사 - 이승민님 - 이남일 간사 - 지현승님

 

   
▲ 16년째 안경사로 일하고 있는 지현승씨

1. 자기소개 한번~

서울 삼전동에 사는 서른일곱살 지현승입니다. 물론 혈우병A 중증이구요, 많이 아파요.(하하) 그치만 잘생겼으니까 괜찮아요.

2. 하시는 일은?

안경점에서 일하고 있는 안경사입니다. (기자 : 아, 안경을 판매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하나봐요?) 네. 안경사 면허증이 있어야죠. 안경, 콘택트렌즈, 선글라스 다 취급해요.

3. 안경사 일은 몇 년째? 그리고 어떻게 하면 안경사가 될 수 있죠?

햇수로 16년째, 지금은 중곡동에서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전문대나 4년제 다 있더라구요, 안경광학과 졸업하고 국가고시 봐서 패스하면 면허증이 나와요. 고시는 절대평가라서 자기만 노력하면 어렵지 않게... 저도 한번에 붙었으니까요. 두달 공부하고.(푸하핫) 물론 떨어지는 사람도 많아요.

   
▲ 상남자같은 외모와 다르게 손님에게는 친절한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4. 일하면서 제일 어려운 부분은?

근무시간이 길고 휴일이 일반 회사와 다르다는 거? 그리고 어떤 일이든 사람 상대하는 게 제일 어렵잖아요. (기자 : 진상손님 예를 든다면?) 가격적인 면에서 너무 억지를 쓰거나 안경 품질가지고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는 분들이 가끔 있어요. 그럴수록 파는 우리도 사는 손님도 맥빠지고 맘 상하죠.

5. 올 여름 선글라스 트렌드는 뭔가요?

음... 그냥 심플한 디자인에 미러코팅? 한 2~3년 됐죠, 미러코팅 뜨기 시작한 건. 유행이란 게 그렇듯이 처음엔 젊은 사람들만 썼는데 점점 전 연령대에게 확산된 것 같아요.

6. 얼굴형에 따라서 어울리는 테가 다른가요?

대개 언론에서 ‘계란형 얼굴은 뭘 써야하고 동그란 얼굴은 원형 테를 피해야 하고...’라는데 솔직히 그런 법칙은 없죠. ‘케이스바이케이스’니까 손님 취향에 따라서 권해드리는 편이에요. 그리고 전문가가 권해도 손님 맘에 안들면 꽝이니까 써보고 손님 맘에 드는 게 최고에요.

   
▲ 현승씨가 가게에 찾아온 손님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7. 안경테 가격이 천차만별이던데, 어떤 차이가 있는 거죠?

일단은 재질이죠. 금속중에는 ‘모넬’이냐 ‘티타늄’이냐 차이도 있고 저가모델은 도금상태도 약하게 돼있을 수 있어요. 1~2만원 하는 중국산 테 중에는 좌우 대칭이 안맞게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싼 제품은 그만큼 공장에서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표가 나더라구요. (기자 : 현승씨는 안경 어떤 거 써요?) 썼다 벗었다 하는데 알까지 해서 20만원 넘긴해요. 근데 그렇게까지 비쌀 필요 없고 보통 5만원에서 15만원 사이 정도 제품이 많이 팔려요.

8. 안경사 일은 우리 환우들에게 추천할만 한가요?

하하하... 제가 이 일 시작한 이유는 평생직업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나중에 직접 가게를 열어 사장이 되면 좀 더 편하게 아픈 몸으로도 일할 수 있겠다 싶었죠. 직원으로 생활하기에는 근무시간도 길고(아침 9시반부터 저녁 9시까지) 서있는 시간도 많아서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여유가 생기면 오픈해서 자기 사업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요새 안경사 직원 초봉은 150만원부터 시작해서, 경력 5년~10년 되면 200~250만원, 큰 안경원의 관리자 정도 되면 300만원 이상 받는 걸로 알고 있어요.

9. 이남일 간사님이 추천해주셨는데 어떤 사이?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웃음) 같은 시기에 다리 수술하고 재활하면서 친하게 지내면서 서로 챙겨주고 각별해졌죠. 그 전까지는 다른 환우들 아무도 몰랐는데 코헴의집 있으면서 남일이형 통해서 회원들 많이 알게 됐죠. 어둠의 세계로 이끌어줬다고나 할까?(박장대소)

   
▲ 현승씨에게 릴레이 바통을 넘겨준 코헴회 이남일 간사(좌)

10. 여름이 오고 있는데,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비키니요.(푸훗)

11. 여름휴가 계획 알려주세요.

시체놀이? 딱히 없고요, 3박4일 나오는데 쌓인 피로 풀려면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아니면 시골집에나 한 번 다녀오려고요. 충남 홍성 쪽이에요.

12. 평소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죠?

따로 관리하는 건 없고, 일주일에 한 두 번 출혈용량으로 예방하고, 출혈되면 바로 주사 맞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엔 물리치료도 자주 받으려고 했는데 일주일에 평일 하루 쉬다보니 병원 찾아가기가 쉽지 않네요.

13. 인공관절 수술, 일찍 한 걸로 아는데 어떤 계기로?

스물 일곱, 여덟 살때 왼쪽 오른쪽 순서대로 무릎 인공관절 했는데, 당시에 무릎이 거의 굳어서 각도도 안나오고 통증도 심했어요. 안경사 일 시작할 때는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았는데 일 하면서 무릎이 많이 망가졌고, 어느날 근육출혈이 있어서 병원에 갔었는데 무릎이 더 문제라고 해서 김강일 교수님 소개 받고 수술까지 하게 됐죠.

14. 수술 경과와 앞으로의 수술 계획은?

수술 후에 각도가 아주 많이 나오지는 않아서 조금 불편함은 있어도 지금까지 출혈도 거의 없고 살아가는 데 크게 불편함은 없어요. 요샌 고관절이 가끔 출혈돼서 수술 해야하나 생각하는데 바빠서... 기회가 닿으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5. ‘내가 남들보다 이거 하난 뛰어나다’

입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니까 말빨? 그리고 안경 만들어서 그런가 손으로 뭐 만드는 거 잘하는 것 같아요. 게임도 잘하고요.

   
▲ 손으로 하는 일에는 자신 있다는 현승씨

16. 취미는?

게임 좋아하고 요새는 ‘리니지 레볼루션’해요. (기자 : 레벨은?) 180 만렙이죠. 어릴땐 오락실 많이 다녔는데 1942(비행기 슈팅게임)하다가 주인한테 쫓겨난 적도 있어요. 끝판 깨고 또하고 또하니까 500원 쥐어주면서 나가라고...ㅋㅋ

17. 여자친구는? 이상형은?

여친 없습니다. (기자 : 없는 이유는요?) 글쎄요... (옆에서 주희 간사 : 왜 우리형 괴롭혀요?) 여성들이 잘 범접할 수 없나봐요.(하하) 이상형은 지금 딱히 없지만, 굳이 연예인중에서 찾자면 박보영? 귀여운 스타일 좋아해요.

   
▲ 코헴사무국에 일하고 있는 주희 간사는 현승씨의 하나뿐인 동생이다.

18. 20대에 못해봐서 아쉬웠던 건 없나요?

글쎄요... 하고 싶은 건 대부분 했던 것 같고, 따지자면 여행을 많이 못해본 것 같아요. 그리고 직업선택에 있어서 다른 생각을 많이 못해본 게 아쉽긴 해요. 학과 선택때부터 내 몸으로 오래 할 수 있는 안경쪽 공부를 시작하다보니까 다른 직장을 고민해보진 못한거죠. 주변 혈우병 친구들 중엔 삼성이라든지 장애공채로 들어간 친구들도 많은데, 나는 ‘안경사 해야돼’라는 생각 때문에 도전해보지 못한 게 좀 그래요. 아쉬운 점이기도 하지만 안경사로 빨리 자리잡았으니까 장단점이 있는거죠.

19. 가장 친한 혈우병 친구는?

소개해 준 남일이형 제외하면... 같이 많이 놀았던 은범이형, 김기자님(기자 : 놀았다는 표현은 뺍시다!), 석찬이형, 수민이, 달호형 다 친하죠.

20.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갈 세가지

물건보다도 사람을 데려가고 싶은데, 사냥 잘하는 김병만, 요리 잘하는 여자, 그리고 약 배달 해줄 수 있는 환우 친구 하나?(웃음)

   
▲ 코헴 사무국에서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는 현승씨와 김태일 기자

21. 꿈은 무엇인가요?

꿈이라기보단 잘... 사는 거? 내 가게도 가졌으면 좋겠고 몸도 너무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기자 : 안경점 오픈하면 이름은 뭘로? 회원들 찾아가게요) 이름은 생각해봐야겠고 지역은 in서울이었으면 좋겠네요.

22. 혈우병치료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치료제가 대리처방도 안되고 횟수제한도 있잖아요. 게을러서가 아니라 정말 일이 바쁘거나 몸이 아파서 못오는 환자도 있는데 대리처방을 일률적으로 막는 건 건강을 더 해치는 게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처방횟수 제한도 풀면 필요한 때에 적절히 처방받아 쓰고 건강할 때엔 상대적으로 적게 투여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국가재정도 절약할 수 있는데 횟수를 묶어놓으니까 모든 환자가 제한 내에서 최대로 처방받으려고만 하는 것 같아요.

23. 다음 릴레이주자를 추천해주세요.

달호형. 조달호 회원님이요. 나랑은 좀 다른 삶을 살아온 것 같고, 몸상태도 비교적 좋은 케이스인 것 같아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아, 치료제 임상하면서 매일 약을 맞고 있다니까 그런 얘기도 궁금하고요.

   
▲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한 곳을 바라보는 것...? (위부터 시계방향 손완호 간사, 김태일 기자, 지현승씨)

직장에서의 촬영까지 허락해준 지현승님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쉬는 날이 많지 않고 업무량이 많아 몸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특화된 자신만의 분야에서 16년째 자리잡아가고 있는 현승씨의 모습이 자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을 투영하는 밝은 렌즈처럼, 우리 사회에서 멋진 역할을 해내는 현승씨의 모습을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 사진 하석찬 기자]

김태일 하석찬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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