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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 - 아홉번째 주자 : 이남일 간사

기사승인 2017.03.01  15: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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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들과 함께 울고 웃기"

한국의 등록된 혈우병 환우는 2100여 명이다. 그 환우의 가족들과 의료진, 환우협회와 보건당국, 복지단체와 제약산업 관계자까지 포괄하여 '혈우 사회'라 부르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고, 내밀한 부분까지 터놓고 이야기 할 공간도 많은 것은 아니다. 본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한 번 서로의 맨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깃거리를 털어보자. '너와 나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혈우환우 이승민님의 바통은 코헴사무국 이남일 간사가 이어받았다. 푸근한 간사계의 맡형, 이남일 간사을 지면을 통해 만나보자.

(시즌3 현재 릴레이 순서) 김은기 위원장 – 조수호, 조진원 형제 – 황정식님 - 조진기님 - 이명림님 - 이귀병님 - 전수지 간호사 - 이승민님 - 이남일 간사

   
코헴사무국에 근무하고 있는 이남일 간사

1. 본인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코헴사무국에 일하고 있는 이남일입니다. 마흔 한 살이고, 결혼한지 4년차 됐네요. 아직 아이는 없고, 8인자 혈우환자입니다.

(기자 : 아, 경증이셨던가요?)

아니요, 중증이에요. 좀 건강해보이나요? 관절수술을 9년 전에 했는데, 한 해 동안 인공관절 세 군데를 했어요. 4개월 텀을 두고 2월, 6월, 10월에 했으니까... 고관절 표면치환술이랑 양쪽 무릎 인공관절 했죠.

   
▲ 코헴 사무국 손완호 간사와 함께

2. 왜 그렇게 수술을 서둘러서 하셨어요?

고관절이 너무 아팠는데, 처음 하고 나니까 너무 좋았던 거에요. 통증도 많이 사라지고... 그러다 보니까 고관절 때문에 잘 몰랐던 다른 관절 통증이 그제야 느껴졌던 거죠. '이것마저도 안아프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급하게 연달아 수술을 했습니다. 고관절은 세월이 지나다보니까 요새들어 좀 아프기도 하고 그래요. 예방요법 잘 안하면 어김없이 출혈도 있고... 왜 나만 안좋은가 싶기도 하고요. 무릎은 아직까지 예후가 되게 좋아요.


3. 혹시 고관절 수술하신 게, 문제됐었던 '드퓨'사의 제품으로 하신 건가요?

네 맞아요. '드퓨'사 쪽으로 민원을 두 번 넣었었는데 재수술을 하지 않는 한 보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회사가 우리나라의 손해사정사를 고용해서 그리로 제 피해사항 관련 서류를 보내면 그 손해사정사가 외국 어디로 또 서류를 보내고 뭐 보상 여부가 정해진다고 해요. 수술해주신 교수님을 만나서 제가 재수술이 필요한지 검사도 하고 해야하는데 바빠서 못하고 있네요. '드퓨'사 측에서는 재수술 시 수술비를 지원해주겠다는 거고 그 외의 피해보상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 피해자들은 회사 상대로 소송도 하고 그러는 걸로 알고 있어요.


4. 문제네요...관련해서 국내에는 어떤 대응이 없나요?

아직 없어요. 다른 피해환자 아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보니 좀 답답한 상황입니다. 일단 지켜보고만 있어요. 통증도 있고 자주 출혈되고 그래서 인공관절 한 후에 관절경 수술을 한 번 더 하기도 했는데 '드퓨'쪽 손해사정사는 인공관절 제품 때문이 아니라 혈우병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거의 자기들과는 상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니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제가 혈우병 단체에 있으면서도 이런 정보가 잘 파악이 안되니 혼자 끙끙 앓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저도 '드퓨'사의 제품으로 수술했다는 걸 작년에서야 알았으니까...


5. HIV 감염사태 때도 그랬었는데, 처음엔 '나만 그런가 보다'했다가 점차 피해자들이 서로 만나고 뭉쳐서 대응할 수 있게 된 거거든요. 이런 건에 대해서도 환자들이 공동대응을 할 필요가 있겠네요.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예방요법을 주에 3~4번 하고, 특히 스트레칭을 자주 하려고 노력해요. 아내가 주사바늘을 찌르지는 못하고, 주사맞기까지 준비를 다 해줘요. 환우들한테 얘기해주고 싶은데, 스트레칭 하니까 발목 아픈 게 훨씬 덜해요. 양쪽 발목도 관절경 수술을 했거든요...(기자 : 수술 진짜 많이 하셨네요) 네. 일리자로프까지 해서 정형외과 수술만 총 일곱번? 전신마취 많이해서 그런지 약간 깜빡깜빡 거릴 때도 있어요.(웃음)


6. 마취 후유증에 대해 그런 얘기 많이 들었는데 그게 의학적으로 사실일까요?

누구는 사실이라고 하고 누구는 또 아니라고 해요. 전신마취 한 번 할 때마다 말도 좀 어눌해지는 것 같고... 언젠가 TV에서 의사가 얘기하는 게 만성통증증후군? 그런 병도 다른 치료법이 없어서 전신마취를 한 번 하고 나면 좀 완화되고 하는 게 뇌를 리셋함으로 해서 좀 감각이 무뎌지는 효과가 있다곤 하더라고요.

   
 

7. 종교 있으세요?

와이프 따라서 카톨릭. 성당을 좀 다녔죠. (기자 : '다녔죠'는 뭔가요? 세례명도 있으세요?) 하하. 요새 많이 못나가고 있어서... 세례명은 미카엘이에요. 결혼 할 때 혼배성사도 봤는데... 1년에 한번은 성당 가요.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해성사도 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잘못하는 게 많아서 그런가 봐요.(웃음)


8. 출혈때문에 위험했던 순간은?

어릴 때 코피만 쏟아도 응급실로 실려가고 그랬어요. 한번은 코피가 너무 심하게 터져서 부모님이 번갈아 수혈을 해주시고 그래도 피가 모자라서 국립의료원 의사선생님께서 수혈을 해주셔서 죽다 살아난 적도 있어요. 생명의 은인인데 이름도 기억 못하네요.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함께 키운다고 하잖아요, 우리 혈우인들한테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실제로 어렸을 때 한 번 입원하면 몇 백만 원씩, 거의 집 한채씩 해먹었는데 동네 사람들과 주변 분들이 도와주셔서 어려워도 치료할 수 있었어요.


9. 혈우병 치료, 어떤 부분이 더 발전해야 할까요?

사실 우리 욕심일 수도 있는데, 다른 희귀질환에 비해 상당히 많은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하더라구요. 약물만 제대로 투여하고 관리하면 젊은 친구들은 얼마든지 건강하게 커나갈 수 있는데, 여러 규제들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 특히 처방제한 때문에 급성출혈에도 50%씩 맞는 것만이 최선이다 라고 생각하는 친구들 보면 우리가 규제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지 알 수 있죠. 치료를 위해 제도가 있는 게 아니라 재정을 아끼기 위한 제도이다보니까 코헴회와 헤모라이프가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아내와 함께 제주 해변에서

10. 형수님과는 어떻게 만나셨어요?

아, 같이 수술하고 친해진 다른 혈우환우의 소개로 만났어요. 6년 전 어느날 SNS, 그러니까 당시에 유행하던 '카스'에 제가 혼자 술먹는 사진을 올렸는데 그 친구가 "형 혼자서 뭐하냐 외롭게"라고 댓글을 달았길래 제가 "외로워 보이면 한 명 소개시켜주던가" 했죠. 그러더니 얼마 후에 진짜로 소개팅을 시켜주는 거에요. 그렇게 소개팅녀와 처음 만나서 한강변 커피숍에서 늦게까지 차 마시면서 얘기를 많이 나눴고, 지금의 와이프가 된 거죠.


11. 형수님의 어디에 반하셨어요?

단언컨대, 외모. 예뻐서 좋았어요. 진짜루.(기자 : 형수님이 인터뷰 보시고 좋아하시겠어요) 처가가 제주도라서 일년에 서너번 제주도에 가요. 가도 관광은 못하고 일만 하고 오지만요.(웃음)


12. 그래도 제주도의 핫플레이스를 추천해주신다면?

글쎄요...영스찜닭? (일동 웃음. 처가에서 하는 가게 이름임) 농담이고요, 최근에는 제주도에 산방산이 좋더라구요. 산 모양도 너무 예쁘고, 환우들도 예방하고 오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쉬운 산이에요. 요샌 제주도에 중국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좀 아쉽긴 하지만 제주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은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장모님 회갑이셔서 집이 거기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가 식구들과 제주도 펜션을 잡고 놀고 온 적도 있어요. 그만큼 매력적인 섬이죠.

   
▲ "여보, 어서 가자! 영스찜닭으로!"

13. 우리 환우들이 형수님댁 가게에 가면 어떤 혜택이라도...

음... 음료수 하나 써비스? 하하. 그래도 닭다리 두개 정도 더 얹어서 요리해 주시지 않을까... 제 이름을 파세요.


14. 제주로 이행시 한 번 해볼까요?
제)주도에 처음 가면
주)상절리대에 꼭 가보시길... 매료되실 겁니다. (아하하, 부끄럽네요.)


15. 코헴사무국 일하면서 가장 보람있는 순간은?

회원가족이 상담을 해오셨을 때 제가 응대해드리고 바로 일처리가 되었을 때 보람을 많이 느껴요. 하나의 예로, 국고탈락자 회원이 입원을 하게 돼서 지원받을 수 있는 게 없냐고 물어오신 적이 있어요. 입원시에는 국고탈락자라도 특례조항이 있어서 의료급여 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는 걸 모르셨나봐요. 절차를 알려드리고, 큰 부담 없이 잘 퇴원하셨다고 연락받을 때면 사무국 일하는 맛이 나죠.


16. 반대로 사무국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마찬가지로 상담을 나누다가 제도에 막혀서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을 때 힘들죠. 힘든거 하면 여름캠프가 제일 그렇지 않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행사야 저희들 몸이 힘든 거니까 회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 보면서 또 충전되고 그러더라구요.

   
 

17. 로또에 당첨되면 뭐 하시겠어요?

일단 집을 사고요, 집은 예전엔 전원주택을 사고 싶었는데 병원에서 멀어서 안되겠더라구요. 그냥 서울에 아파트 한 채... 그리고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닐거에요. 친구가 추천해준 곳이 스위스, 프랑스. 그리고 천주교의 성지인 로마에 가서 교황님도 뵙고요. (기자 : 당첨금 금방 다 쓰시겠는데요? 하하)


18. 독자들에게 코헴회를 아주 쉽게 홍보한다면?

코헴회 사용설명서가 있다면 좋을텐데,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코헴회를 많이 활용해주세요. 사무국에 오시면 커피머신도 있고 안마의자도 있으니까 오셔서 편히 쉬면서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19. 늦었지만 새해 결심 세가지

잘 안되고 있는데 금연, 그리고 몸관리 철저히 하기.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충실하기. (기자 : 아내분께 공약을 걸어주세요.) 아 그렇게까지... 그럼 아내 말에 귀 기울이기, 또 저녁은 같이 먹기 하겠습니다.

   
▲ "공약은 꼭 지키겠습니다."

20. 꿈이 있으세요?

어릴 땐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그랬는데, 철들고 나서는 평범하게 살고 싶더라구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 눈으로 날 봤을때 내가 바랐던 '평범한 삶'으로 보일 것 같아요. 이룬 거죠. 가족들과 건강하게 살면 그보다 좋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21. 다음 릴레이주자를 추천해주세요.

친한 혈우병 후배 지현승이라고, 제가 제일 힘들 때 같이 있어준 친구에요. 수술하고 코헴의집에 있고 그러면서 서로 많은 힘이 됐죠. 말은 좀 거칠어도(일동 웃음) 행동은 다정다감해요. 직업적으로도 어떻게 보면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회원들에게 다양한 간접경험을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현승아~ 바통을 받아라~

   
▲ 좌측부터 김태일 기자, 이남일 간사, 코헴 황정식 대의원

코헴회에서 '마당발'을 담당하고 있는 이남일 간사, 회원과의 소통에서 보람을 느끼고 제도에 막혀 지원이 어려울 때 가장 힘들다는 부분에서 회원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긴 호흡으로 혈우인들의 삶과 건강을 위해 땀흘려 줄 것을 기대한다. 두 차례에 걸친 긴 인터뷰에 함께 해준 이남일 간사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한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 사진=손완호 객원기자, 이남일 간사 제공]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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