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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정답은 어디에나 있었던 것인지도…”

기사승인 2018.12.21  04: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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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주의가 병을 부른다’라는 책 속에 투영해 본 혈우사회

   
 

“현대의학의 의약품에 대해 공부하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병을 진단할 수 없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의학의 한계를 말하고 아무런 처방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희귀 병이든 흔한 병이든 환자 자신은 몸이 아프다.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힘든 것은 매 한가지이다. 그나마 치료법이 개발되어 완치가 가능하거나 관리가 하고, 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는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안심과 위안이 될 것이다. 반면 혈우병처럼 만성 질환이나 난치병, 희귀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우들의 경우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어두운 터널이나 미로를 헤매야 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래서 간혹, TV나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이른바 희귀병이나 난치병을 ‘자가 치료 했다’라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결국 그들은 어떤 전문가도 의사들도 낫게 해주지 못하는 그 미로 같은 길에서 ‘살아남겠다’라는 의지 하나로 헤쳐나간 사람들이라고 느껴진다.

얼마나 강한 의지가 있어야, 저렇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활 방식이나 기존의 모든 것을 버리고 병의 치유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일까. 자신이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도 없는, 그저 약한 환자일 뿐인데 말이다.

그리고 그런 환우들이 인터뷰를 통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늘 나오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들이 어떤 것을 먹고 생활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기적의 물? 기적의 식단? 소위 말하는, 어떤 병도 사라지게 만든 그 ‘밥상’을 보며 나는 그 안에 담긴 환자와 보호자의 정성에 감탄 하곤 한다.

그러면서 문득, 패스트푸드와 조미료로 점철된 나의 점심 밥상을 보며 “이렇게 먹다가는 나도 곧 알 수 없는 질환에 걸릴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소한의 양념과 조리, 그리고 육식을 배제한 자연주의 채식 위주의 밥상, 어쩌면 채식 밥상은 그렇게 은연중에 내 머릿속에 ‘건강하기 위한 밥상’으로 자리 잡고 있었는지 모른다. 예전에는 ‘야채로만 담은 샐러드’를 돈을 주고 사 먹는다는 것에 누구나 다 놀랄 일이었다고 말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홍대나 강남역 등 번화가를 지나가다 보면 갖가지 샐러드 전문점이나 ‘비건 레스토랑’같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당들이 곳곳에 보인다.

   
 

외국 여행 때나 보았던 것 같은 이런 식당들이 속속들이 생겨나면서 이제는 채식과 샐러드로 한 끼를 때우는 밥상이 우리 세대의 한 문화의 일부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물론, 외국의 경우 살아있는 생명을 잔인하게 죽이고, 이를 섭취하는 인간의 존재성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는 일부 사람들의 채식주의 열풍으로 시작된 것 같은 유행이었으나, 우리나라식의 채식주의 열풍은 TV나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미모의 배우들이 채식의 건강함과 장점에 대해 광고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열풍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들처럼 아름다워지기 위해, 뚱뚱하지 않고 마른 몸매를 얻기 위해 건강한 야채로 식단을 채우는 늘씬한 연예인들을 보며 많은 남성, 여성들은 그들처럼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되기를 원하는 모방심리가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런 시선은 나 개인의 의견이지만 말이다.

오죽하면 1~2년 전인가,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라는 소설이 엄청난 이슈와 인기를 가져오기도 했다. TV 다큐멘터리에서는 육식주의의 삶과 잡식의 인간의 본성, 그리고 채식주의의 유행에 대해 실체를 밝힌다고 말하며 실제 채식주의자들의 건강상태와 채식을 해야 하는 스님의 건강상태까지 분석하여 채식이란 것이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 얼마나 큰 위험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역설하는 것을 보며, 이전까지 내가 채식에 대해 가졌던 생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채식주의자? 좀 피곤하지 않아?”

그러니까. 이를테면 나에게도 채식주의자란 이런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육식과 채식을 가리지 않는 내가 보기에 “저 케이크 위에는 생크림과 버터가 들어가면 정말 맛있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된다. 채식은 건강을 위한 필수적인 생활습관이라고 채식주의자들은 주장 하지만, 얼마 전 그런 주장에 경종을 울렸던 ‘채식주의의 위험’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 “인간의 몸은 원래 잡식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과도한 채식을 거듭하고 육식을 금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나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인 사실을 전했다.

육식을 하는 것에 대해 “생명을 죽이는 잔인한 행위”라고 말하며, “채식만이 오래 살 수 있는 비법”인 듯이 말하는 그들과, 육식과 채식을 함께하는 우리는 “정말 어떤 쪽이 옳은 것일까?”라는 답이 없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의사의 길을 가는 게 망설여졌다. 자기원을 처음 방문할 때와 비교하면 몸 상태가 60-70%정도 나았지만, 아직 완전히 쾌유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 20년간 투병했던 어느 의사의 생활처방전 <채식주의가 병을 부른다>

<채식주의가 병을 부른다(이동진, 이송미 저자/ 이상 출판/ 2014.09.15.)>라는 이 책 속 주인공은 현직 한의사이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의사조차 원인을 모른다는 희귀난치성 불치병을 앓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10대 때부터 시작된 몸의 이상 증상들,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검진 결과 ‘기질성 질환’일 뿐, ‘치료법은 없다’라는 의사의 대답, 하지만 스스로를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 말할 만큼 어려운 투병 생활을 홀로 견디며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신의 병을 치유하고자 노력하고, 또 그런 자신의 의지와 궁금증을 의사로, 한의사로 밝혀내고자 했던 강한 의지가 이 책의 곳곳에는 기록되어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희귀질환과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치병 환우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었고, 그 중에는 선천성 유전적 질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으나, 후천적인 사고나 어떤 계기로 질환이 발병한 경우를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환우 자신이 자신의 병과 처지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지를 보며 슬퍼하곤 했다. 그리고 ‘의사조차 치유할 수 없는 병’에 대해 늘 답답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만큼 ‘채식주의 자연적 식생활을 하는 것으로 자기 병을 치유했다’고 하는 경험자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정말 채식주의가 의학적 치료의 답이 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그 뒤를 따르곤 했다.

하지만 기존의 자료와 언론매체의 보도들은 너무 극단적으로 채식주의가 옳은가, 육식이 옳은가 라는 문제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 많았다. 그랬기에 이 책이 실제 채식주의와 자연주의적인 자가 치유를 스스로 시도해보았고, 의학적 지식이 있는 현직 의사의 투병 체험기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내가 궁금해 했던 점을 해소시켜 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읽어 내려갔던 것이다.

물론, 결론적으로는 그녀 역시 자신의 병을 치유한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하여, 지금 몸담고 있는 한의학과 의학의 차이점, 한의학에서 말하는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치유법의 효과를 보았다는 점에서 다소 편중적인 시각으로 이 주제를 기술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희귀질환 수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 헤모필리아라이프 박천욱 대표

중요한 것은 어떤 병을 앓고 있는가와는 별개로, 자신의 체질과 자신에게 맞는 지식을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단지 의학이나 한의학 어느 쪽에도 기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명과 삶에 대한 의지를 스스로 가져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그녀 자신이 ‘스스로 건강한 삶을 되찾겠다’라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강인한 모습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 혈우사회의 모습을 교차시켜봤다. 새로운 치료제, 새로운 치료법, 보다 나은 치료환경....? 우리는 지나치게 ‘신약’에 목메고 있는 건 아닐까? 현재의 치료제는 혈우병 환우들의 건강관리가 안 되는 것일까? 예방요법만 잘해도 혈우병 환우들의 삶의 질의 변화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러니 수많은 혈우병 전문의사들이 강하게 권하는 그 예방요법을 등한시하면서 신약에 목말라하는 건, 우리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아직 치료제조차 없는 희귀질환 환우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넘쳐나고 있다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기에 말이다.

이 책을 통해 투영된 우리 혈우환우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답은 찾고자 노력하면 어디에나 있었던 것인지도 몰라”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박천욱 대표 china69@naver.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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