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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죽게 되는 희귀질환,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기사승인 2018.08.02  04: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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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가장 소중한 것을 하는 것”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이 언제 어디에서든 죽을 수 있는 유한한 삶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고, 노년의 삶을 맞이하여 죽게 될 것이 분명한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어른이 된 자신의 미래의 시간을 떠올리고 상상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불치병에 걸리거나, 교통사고 같은 뜻밖의 일을 겪지 않는 한, 대부분은 자신의 죽음을 실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은 그렇게 모두가 알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 떠올리지 않는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Heavenly Forest, 2006)> 미야자키 아오이(사토나카 시즈루)와 타마키 히로시(세가와 마코토), 둘 만의 비밀장소에서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갖게된다.

오늘 이야기 할 한 편의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로맨스 드라마 2006년 작품/ 감독 신조 타케히코)>. 이 영화 안에는 자신의 죽음을 평생 동안, 매일 떠올리면서, 죽음을 피하기 위해 살아온 한 소녀가 등장한다. 그 소녀의 이름은 사토나카 시즈루이다. 그녀가 앓고 있는 병은 이른바 ‘사랑하면 죽는 병’ 또는 ‘성인이 되면 죽는 병’이라고 불리는 비후성 심근증(희귀질환을 각색하여 극화한 것이기에 영화에서는 병명을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에 걸린 여학생이다. 시즈루는 대학생이지만 기껏해야 중학생 정도쯤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앳된 외모와 신체적 조건을 가진 여대생이다. 밥을 먹지 않고 도넛츠 모양의 과자만 먹는다. 또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려고도 하지 않기에 대학 내에서도 그녀와 말을 섞어본 사람도 별로 없을 정도로 조용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시즈루 앞에 마코토라는 한 동갑내기 남학생이 나타난다.

마코토는 학교의 ‘퀸카’인 여자 동기 미유키를 짝사랑하는 보통의 대학생이다. 단지, 시즈루처럼 특별한 관계를 타인과 맺거나, 접촉하는 것을 피하려는 소극적인 성향이 있다. 그 이유는 그에게 피부질환이 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예민한 피부 때문에 가려움증이 심하다. 가려움을 치료하기 위해 그는 어릴 적부터 바르던 약이 있는데 이 약이 이상한 냄새가 날 것이라는 다분히 심리적인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두 사람은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이유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 마코토가 짝사랑하고 있는 학교의 퀸카, 쿠로키 메이사(토야마 미유키)

스스로를 외톨이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 ‘사진’이라는 하나의 같은 취미를 공유하게 되고, 그리고 어느 날부턴가 부모님과 다투고 집을 나온 시즈루를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자취방에서 같이 살자고 말하는 마코토가 만들어가는 아주 천천히 물드는 사랑 이야기, 이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시즈루가 가진 비밀스러운 병과 함께 흘러간다.

“사랑하면 죽어요? 어른이 되면 죽는 희귀한 병”

시즈루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바로 어른이 되면 죽는 병이다. 병명이 영화에서는 정확히 명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우리는 약간의 병에 대한 힌트를 알 수 있다. 첫째, 이 병은 유전병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즈루의 어머니 역시 이 병으로 인해 오래 전에 돌아가셨고, 동생도 얼마 전 죽었다. 시즈루가 아버지와 크게 다툰 후 집을 나오면서 마코토에게 건네는 대사로 자신의 병을 설명하고 있다. 시즈루의 아버지는 아내에게 희귀한 병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시즈루의 어머니와 결혼했고, 시즈루의 어머니는 아이(시즈루와 동생)를 낳고 죽게 됐다.

시즈루 아버지는 결국 시즈루와 그의 동생을 키웠지만 혼자 남게 된 것이다. 이런 아버지를 보며, 시즈루는 마코토에게 자신의 병에 대한 진실을 말할 수도,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즈루의 모습. 이 장면에서 마코토와의 운명이 시작된다. 

이 병은 성장을 늦추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그래서 시즈루는 매일 성장을 멈추는 약을 먹는다. 식사도 일반식을 먹지 않는다. 2차 성징도 시작하지 않고, 유치조차 빠지지 않은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유지하여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영화에서 설명되고 있다. 시즈루가 가지고 있는 병은 몸이 성장하면 병도 같이 자라게 되어 결국 죽게 된다는 것이다.

시즈루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러한 병을 가지고 있었기에, 몸이 변하고, 성장을 하고, 어른이 되어, 꿈을 이루는 등, 일반 사람들이 아주 평범하게 꿈꾸는 삶을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앞에 마코토가 나타났고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시즈루는 마코토가 짝사랑하는 미유키의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며,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포기했던 ‘성인 여성으로서의 삶’. 그런 인생의 완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어른이 되지 못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체 ‘죽음을 늦추기만 하는 지금의 삶’이 아닌, ‘짧게 밖에 살 수 없다 하더라도 어른이 되고, 꿈을 이루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제대로 된 인생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용기를 가지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가 좋아하는 사람을 나도 좋아하고 싶었다.”

이 영화는 로맨스라는 장르적인 특성을 통해 보자면 결코 행복한 엔딩은 아니다. 서로를 좋아하고 있었던 두 남녀가 서로의 비밀과 병 때문에 진실을 모른 체 헤어지게 되고, 시즈루가 죽은 이후에야 마코토는 왜 시즈루가 자신을 떠났는지, 떠나기 전에 그런 부탁을 했는지에 대해 알게 되니 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시즈루가 왜 ‘이빨이 빠진 것’만으로도 그렇게 슬퍼했는지, 마지막으로 마코토에게 ‘키스 씬’사진을 부탁하면서 그런 행복하고도 슬픈 표정을 지었는지 알기에, 시즈루를 붙잡지 않은 마코토가 원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 포스터의 한 장면이 됐던 시즈루의 작품사진
   
▲영화 포스터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헤어지지 않았다 해도, 아마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은 아니었을 것이다. 마코토가 병에 대해 알게 되고, 어른이 되려는 시즈루의 의지를 꺾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시즈루가 자신의 의지로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로맨스를 조금만 내려놓고 본다면, 나는 이 영화를 ‘시즈루의 훌륭한 인생’이라고 부르고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정말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면서, “너의 사진은 너무나 아름답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즈루가 어른(사랑)이 되기로 결심하고, 평균적인 우리의 수명에 비해 짧은 생을 살았다고 해서, 또는 치료법조차 없는 불치병을 앓고 있었다고 해서, 그 인생을 결코 비극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짧은 인생이었을지 몰라도 시즈루 본인에게는 이제껏 살아왔던 어떤 시간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했던 몇 년 간의 인생이었을 테니 말이다.

나는 시즈루의 용기있는 선택을 보면서, 중요한 것은 병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병으로 인해 바뀐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본인의 자세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 시즈루의 사진들과, 그 사진들을 바라보는 마코토를 보며, 시즈루의 사진 안에 찍힌 마코토의 모습을 보며, 지금 현재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스스로 돌이켜볼 수 있었다. 그들은 4년간의 대학시절을 함께 보내고, 누구보다 친한 동거인으로, 친구로, 취미를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있었음에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용기 있게 다가가지 못한 마코토와 시즈루의 모습.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지금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시간 동안 어떤 것도 미루지 않고, 짐작하거나 내 마음대로 상상하지 않고, 잘 헤쳐 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돌이켜보기도 했다.

   
▲ 헤모필리아라이프 박천욱 대표

그리고 무엇보다 ‘나중에 하면 돼.’라는 말로, 내게 올지 못 올지 모르는 미래에 떠넘겨버렸던 것들은 없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며, 더욱 내가 사는 ‘현재의 시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만약에, 당신이 “내가 희귀질환을 갖고 있다”고 해서 현실과제를 미래로 넘겨버리는 것이 있거나, 해야 할 일을 안 해도 되는 것처럼 인식해 버리는 것은 없는지, 이것은 스스로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열등이나 욕심 또는 그 보다 더 악한 일을 하고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면 삶의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올 것이라 생각해 본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 [영상]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Heavenly Forest) 소개

박천욱 기자 china69@naver.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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