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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사회의 다문화가정을 살펴보다

기사승인 2018.05.30  23: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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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 속에 비추인 혈우사회

   
 

‘불편한 진실(An tragedy of the commons)’ 이라는 단어가 있다. 진실은 언제나 옳고, 바르며, 널리 알려야 하는 것임은 분명하며 거짓은 멀리해야 하는 것이고, 우리 대부분은 진실된 사람이 되어야 하며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 내 개인적 이기심으로, 또 그 때 그 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거짓된 말, 행동을 하게 되고, 진실을 감추게 되는데 이런 경우를 들어 ’불편한 진실‘ 즉, 우리가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진실인 것이 우리 삶에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오늘 이야기는 <마이 리틀 히어로>라는 영화를 가지고 혈우사회에 녹여보고자 한다. 이 영화는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영광이는 노래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피부색이 특이하고, 한국에서 특히 후진국으로 평가받는 나라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그 재능을 인정해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춤을 추고 노래한다. 그리고 영광이의 친구는 흑인 부모님과의 혼혈로 인해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축구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소심하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피하는 아이로 살아간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뮤지컬 감독 유일한, 그는 한 때 자신감 넘치던 뮤지컬 감독이었지만 대형 작품의 흥행 실패 이후 아동 뮤지컬을 전전한다. 그러던 중 재기를 할 수 있는 욕심에 영광이를 제자로 받아들여 훈련시키게 되고, 영광이가 자신의 재기를 위한 유일하고 확실한 key가 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영광이를 훈련시키기 시작한다. 그가 영광이를 선택한 이유는 영광이의 재능, 그리고 혼혈 다문화 가정 아이라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천재’라는 특이성 때문이었다.

   
 

이 두 아이가 어떤 식으로 편견과 부정적인 시각으로 가득 찬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힘으로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해 이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다. my little hero라는 제목에 담긴 영웅은 영광이를 가르치게 될 뮤지컬 감독 유일한이 바라 본 영광이의 존재인 동시에 자신이 처한 현실을 스스로의 힘과 용기로 이겨 낸 작은 영웅 둘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두 아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주변 어른들, 친구들의 모습, 그것이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느낀 우리 한국인들이 가진 불편한 진실, 불편한 우리의 자아성찰적인 모습이었다. 영화는 기존의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천부적 재능을 가졌지만 현실의 벽 앞에 꿈을 이루기 힘든 제자와 스승의 아름다운 이야기의 전형적인 틀을 따라가고 있다. 그렇기에 하나의 교육적인 이야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이 영화를 보며 다문화 가정, 다문화 아이들에 대한 교육현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광이는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비웃고, 폄하하는 심사위원, 유일한이라는 처음 보는 자신의 스승에게도 무시와 못마땅한 시선만을 받아야 했다. 그런 현실을 극복하고 인정받아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열심히, 보통 한국 아이들보다 훨씬 더 피나는 노력으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성준이 역시 흑인에 대한 멸시와 시선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져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대회에 나가 실력을 발휘해 그들에게 자신의 필요를 증명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이 두 소년에게는 친구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하나의 사람으로 인정받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길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영광이와 성준이처럼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적인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꼭 재능을 가지고 필요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다른 한국 아이들에 비해 이토록 힘든 과정을 꼭 겪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두 아이가 점점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영화를 보면서 기뻐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불편한 진실, 불편한 현실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 주변의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교육과 생활에 대해 떠올려보았다.

단군 이래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온 국민이 하나의 뿌리로 이어져있다는 집단적 사상과 가족주의, 혈연주의 등의 특성을 가진 국민으로서 살아왔다. 하지만 근래 10여 년간 세계문화 교류의 확대로 인해 더 이상 단일민족이라고 불리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는 많은 주한 외국인들, 국제결혼으로 인한 해외 출생 한국인과 새터민, 외국인 노동자 등과 함께 어울려져 사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거리 어느 곳에서나 외국인을 보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이들이 한국에 터전을 잡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는 모습 또한 흔하게 볼 수 있다. 마치 “사람과 사람을 잇자, 문화와 문화를 잇자.” 라는 한국방송 광고 진흥공사와 공익광고협의회에서 진행한 다문화 알리기 공익광고 다문화다리 편의 슬로건처럼,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뜨개조각을 만들어 청계천 다리를 장식하는 광고 속에서 아시아 국가 출신 결혼이주여성, 흑인 화이트칼라 노동자, 금발의 백인 여성이 차례로 등장해 뜨개질을 이어가는 모습처럼, 우리사회는 그 모든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만드는 사회의 일원일 뿐이다.

   
 

2012년 행정안전부의 발표에 의하면 결혼으로 인한 이민자는 14만 명이 넘었으며,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중국, 필리핀,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등의 국가에서 이주해온 여성의 결혼 또한 농, 임, 어업 종사 기혼남성의 40%가 외국 여성과 결혼했고, 전체 국제결혼의 비중 또한 11%가 넘었다. 이들은 다양한 한국에서의 인간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고 양육하게 된다. 그리고 이에 따라 국내 거주 다문화 아동은 4만 명이 넘고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체 취학아동의 13%, 결코 작지 않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영화 속 영광이와 성준이는 현실 속에서도 꽤 많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 현장에서 다문화 가정 아동의 학습 부진과 문화적 교육 미비로 발생하는 사고방식의 차이 등으로 인한 따돌림, 폭력 등의 학교 문제까지도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점점 시대는 변해가고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 다문화 아동에 대한 관심의 목소리는 높이지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고등 교육의 교과서조차도 이런 시대적 배경을 바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말조차도 이제는 저 먼 1990년대로 사라져 버렸고,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 속에서 세계 어느 나라이든지 더 이상 단일민족과 한민족에 대한 자부심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과 아문화의 아등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선과 태도는 여전히 1980년대의 양키, 미군을 바라보는 일종의 배척감과 이질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기성세대가 아닌 20~30대 세대 이하의 사람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문화 출신 사람들을 많이 직, 간접적으로 겪으면서 그들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사상에 대해 인식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기성세대나 현 세대가 아닌 우리의 미래를 책임 질 다음 차세대인 학교현장의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과 아동에 대해 올바른 편견 없는 인식을 가지고 어울려져 살 수 있도록, 그리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으로서 어울려져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배려와 도움이 필요한 전환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문제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 해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보다 꾸밈없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받아들일 줄 아는 포용력일 것이다.

   
▲ 헤모필리아라이프 박천욱 대표

우리 혈우사회 속에서도 다문화가정을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건강상의 이유나 혼기를 놓쳐서이거나 그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가정을 이루고 동반자가 되어 함께 삶을 영위해나가는 그저 평범한 하나의 지체이다. 피부색이 다르건 눈동자색이 다른 건 간에 그 이유로 색안경을 씌울 이유가 전혀 없다. 혈우사회 속에서 팔이 불편하거나 다리가 불편하거나 그저 같은 혈우사회 공동체로 받아 드리게 되는 것처럼 다문화가정도 그렇게 당연하게 받아 드리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건 함께 짐을 지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한 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간다는 게 중요하니까 말이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박천욱 대표 china69@naver.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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