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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아주 작은 다름부터 시작”

기사승인 2018.05.23  08: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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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터처블:1%의 우정”을 읽고…4가지 덕목 중 ‘겸손’

남들이 보기에 혈우병은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처럼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혈우사회에서 혈우병은 그저 평벙하고 당연한 지체의 ‘일부’이다. 때론 이것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때론 이것 때문에 타인의 양보와 배려를 받기도 한다. 이런 삶 속에 어느덧 혈우병 환우가 아니지만 점차 혈우사회로 흡수되어 혈우사회 구성원이 되기도 한다.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보다 더욱 강렬한 우정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번 이야기는 이렇게 서두를 시작해 본다.   

   
 

“언터처블, 그들만의 우정 이야기”

드리스, 흑인 남성, 많은 동생들이 있으며, 가난하고, 감옥에 들어갔다 온 적까지 있는 범법자 출신, 누가 보아도 쉽게 다가가 친해지기를 꺼릴만한 이 젊은 남자는 어느 날, 돈을 벌기 위해, 생활 보조비가 필요해서 어느 백만장자 남자의 생활 도우미를 신청하게 된다.

그가 도와야 하는 남자, 필립, 프랑스 귀족이며 백만장자이며 백인이다. 필립은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상류층의 인생을 살았으나 어느 날, 취미로 했던 패러글라이딩에서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판정을 받는다. 그리고 개인 생활 도우미를 뽑게 되어 드리스를 만난다.

이 두 사람에 대해 ‘다르지 않은 똑 같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 일단 흑인에 빈민가 출신이라는 것도 문제였고, 필립의 주변인들은 당신이 가진 재산을 탐내거나, 집 안에 있는 값비싼 물건이라도 훔쳐가고야 말 것이라며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도우미를 고용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왜일까. 필립은 드리스를 고용하게 된다.

자유로운 말투와 행동, 장애를 가진 자신을 아무런 편견 없이 받아들이며, 진심으로 무언가를 도와주려고는 하지만 무엇이든 서툰 드리스, 필립은 2주간만 자신의 손발이 되어줄 것을 제안하고, 드리스가 입주하게 되면서 둘 만의 우정 이야기는 시작한다.

   
 

영화는 이들의 2주간의 내기를 그대로 그려낸다. 필립을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드리스는 계속 실수연발이어서 필립에게 식사를 먹여주다가 전화벨이 울리자 무심코 왜 전화를 받지 않냐고 말하고,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전화기를 귀에 대 주는가 하면, 하루라도 마사지를 하지 않으면 몸이 매일 굳어버리는 필립을 마사지하는 법도 배우지 못했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드리스에게는 필립이라는 남자 한 명을 보살피는 일이 녹록치는 않다.

하지만 드리스는 초지일관 건강하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이를 받아들인다. 필립의 데이트에 아무렇지 않게 옷을 골라주고, 필립의 생일파티에 축하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춤을 추며 즐기고, 둘의 관계가 장애인과 생활 도우미라는 관계로 시작된 것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둘을 영락없는 친구 사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드리스나 필립은 서로를 필요에 의한 관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냥 서로가 좋고, 즐겁고, 같이 놀고 싶은 여느 친구 관계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이 필립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억만금의 돈이 있지만 가족 한 사람이 없고, 자신의 주변에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이 돈을 많이 지불하기 때문에 있는 것 뿐 이라는 것을 필립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드리스라는 범법자 흑인 남자가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다. 필립이 그 어떤 돈이나 명예, 세상의 시선보다 지금 자신의 인생을 그대로 즐기고 싶은, 평범한 사람처럼 일상을 살아가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것도 알지 못하는 그들이 진정 필립을 위해서 드리스를 떨어트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지는가? 그 말을 듣는 나 역시 오히려 그들이 드리스 처럼 필립의 신임을 얻어내 유산이나 얻어내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말이다.

“그는 나를 장애인으로 대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연민도 없다.” 드리스는 필립을 장애인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들은 2주간 행복한 우정을 나눴고, 지금까지도 그들의 우정은 실제로 계속되고 있다. 언터처블, 기적을 일으킨 것은 두 사람의 진심이었다.

   
 

“untouchable, 기적은 아주 작은 마음의 다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untouchable‘, 나는 이 단어를 영화를 본 후 계속 생각했다. 왜 제목이 ‘untouchable’일까에 대해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건드릴 수 없는, 손댈 수 없는 상태, 혹은 과거 인도의 계급제도에서 가장 하층민이라고 칭해지는 불가촉천민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했다. 불가촉천민, 흑인 기초생활 수급금이 필요한 범법자, 드리스를 말하는 말이었을까? 혹은, 돈과 명예 무엇이든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고,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렸던 필립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에 대해 말이다.

물론, 감독이 이런 제목을 지은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이 작품이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것이 어떤 일면이었는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보는 좋은 생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두 남자의 우정에 대해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은 너무나 다르다. 흑인과 백인이라는 인종적 차이도 있으며, 백만장자 귀족과 생활수급자 범법자라는 차이도 있었다. 하지만 드리스와 필립 사이에는 누구보다 끈끈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인간적인 사랑이 흐르고 있었기에 그들은 그 누구의 조언이나 간섭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실제 지금까지도 관계를 행복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두 사람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사랑과 우정, 결속에 대해 떠올리며 사랑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4가지 덕목, 근면, 정직, 겸손, 봉사의 의미에 비추어 드리스와 필립의 행보를 다시금 떠올려보았다.

   
 

드리스는 가난하고, 동생들과 화장실도 나눠 써야 하며, 사생활도 보장되지 않고, 무엇을 하려해도 흑인 범법자라는 자신의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드리스를 만난 후 성실하게 드리스를 돌보았다. 마사지를 시키는 것도, 밥을 먹여주는 것도 무엇 하나 배우지 않으면 할 수 없었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일이었지만 불평하거나 외면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정직한 마음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봉사의 마음과 행동을 보여주었다. 배울 것이 있다면 받아들였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언제라도 필립의 집에서 돈이나 물건을 훔쳐갈 것이라고 지켜보는 중에도 필립에게 자신이 필요하단 것, 필립이 자신을 믿어주는 마음을 배신하면 안 된다는 것은 잊지 않았던 것이다.

   
▲ 헤모필리아라이프 박천욱 대표

나는 생각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라고 말이다. 내 주변의 백만장자 친구 옆에 그런 봉사자가 다가온다면 나 역시 의심의 눈초리를 쉽게 거두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사람은 자신이 나고 자란 태생적 환경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 아닌가, 드리스 같은 남자가 처음부터 나쁜 마음을 먹고 들어오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 남자의 주변 환경이 그를 나쁜 짓을 하게하고, 남을 속이고 이용하는 행동을 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나조차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화가 모두 끝나가, 실제 주인공들이 나올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두 사람의 주변에서 계속 조언이라는 말로 간섭하고, 의심하는 사람을 비난했으면서 나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했다니, 나 역시 자신의 편견과 경험에만 얽매이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닐까 라는 자조 섞인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4가지 덕목 중 ‘겸손’ 이라는 말을 가장 마지막으로 떠올리며, 우리가 진정 겸손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신 앞에, 인생이라는 긴 여정 앞에, 누구도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없다. 필립이 모든 것을 가진 삶을 살았음에도 갑작스럽게 모든 것을 잃어야 했던 것처럼,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드리스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고, 또 그 두 사람을 비난하는 주변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갈 인생과 운명 앞에, 그리고 나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 앞에, 내가 틀렸을 수도 있음을, 상대방이 말하는 옳은 방식으로 우리가 행복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정직한 삶을 산다면, 1% 기적은 그 이상의 기회로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 손을 내밀 것이다.

[헤모라이프 대표 박천욱]

 

박천욱 대표 china69@naver.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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