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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람인가?

기사승인 2018.12.09  02: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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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7cm에 25kg이라니…‘리지 벨라스케스’

희귀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우들은 평소에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혈우병처럼 일생을 관리해야 하는 질환은 출혈관리를 까닥 잘못하다가는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관절장애를 갖게 되고 이중고 삼중고를 겪어야하기 때문인데, 그러다보니 다리를 절고 팔꿈치나 어깨관절의 기능을 잃고 외형적으로도 관절의 변형이 오는 경우가 많다.

매우 안타깝지만 청년기를 지나 장년환우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관절장애를 겪고 있다. 처음에는 옷으로 커버해보려고도 하고 다른 기구로 가려보려고도 한다. 짧은 바지나 스키니즈처럼 몸에 달라붙는 옷을 피하게 되고 될수록 관절부위를 가려보려고 한다. 이런 건 타인의 시선 때문이다. 특히나 혈우병은 출혈이 없을 경우 일반적인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기에 건강해 보이지만 출혈이 있게 되면 그 부위에 따라 걷지 못하거나 세수조차 혼자하기 어렵다. 관절이 굽혀지지 않거나 펴지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힘들게 된다. 힘든것도 있지만 그 통증은 말로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렇게 반복적인 출혈 때문에 관절기능이 망가지게 되면 이제는 출혈이 없더라도 움직임의 가동범위가 현격하게 줄어든다. 지금으로써는 적극적인 예방요법과 꾸준한 운동(물리치료 등)이 최선이다.

그러나, 매우 안타깝지만 나이가 들면서 몸이 점점 틀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자신의 이런 변화에 대해 환우들은 스스로 어떻게 생각할까?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아” 많은 환우들이 이렇게 생각하며 점차 일반사회로부터 멀어지려하지 않을까?

오늘 이야기 주제는 이러한 시선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충실히 즐기며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외모지상주의의 이 사회를 비판해왔던 내 자신도 어느새 그렇게 물들어가고 있었다는 반성을 해 보면서 다시 관점을 회복하게 했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우리 헤모라이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          #          #

“너! 이 세상을 위해 그냥 없어져!”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리지 벨라스케스 저자/ 김정우 역자/ 매경출판 2014.12.24.)’

만약 인터넷을 켰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개된 사이트에 자신의 사진이나 영상이 올라가 있고, 그 아래에 나를 본 적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이런 댓글을 남겨놓은 것을 보게 되었다면? 나라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런 생각으로부터 나는 이 책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리지 벨라스케스 저자/ 김정우 역자/ 매경출판 2014.12.24.)’를 읽기 시작했다.

그녀의 외모에 깜짝 놀라며 읽기 시작한 책의 주인공, 책의 표지 속 사진에서 너무나 환하고 행복하게 웃고 있다. 이 여성이 실제로 겪은 내용을 책에 담았는데 첫 문장만 읽었을 뿐인데도 벌써 나는 어떤 식으로 이 책의 내용이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지 다소 무거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런 잔인한 욕설을 내뱉은 사람도 아니었고,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 정도의 혐오감을 느낀 것도 아니었으나, 그저 그녀의 사진 속 얼굴과 몸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하는 ‘너무 말랐다’ 라는 생각마저도 혹시 실례가 되는 생각은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우리들은, 여성에게 ‘말랐네요’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건 ‘칭찬’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여성에게는 이런 말이 어쩌면 ‘큰 상처가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녀의 이름은 ‘리지 벨라스케스’ 그녀의 키는 157cm 하지만 체중은 25kg을 넘지 못한다. 특히 튀어나온 앞니, 움푹 페인 두 눈, 뼈와 가죽밖에 없어 보이는 게 옷 너머로도 보이는 몸, 하얗게 변해버린 눈동자와 잘 보이지 않는 오른쪽 눈, 사람들이 그녀를 두고 ‘괴물 같다’며 ‘죽어 버려’라는 악담을 쏟아낸다. 이유는 단지 그녀의 외모 때문이었다.

그런 악담을 한 사람들 중 거의 대부분이 그녀를 직접 만나본 적도 없는 타인이었고 그녀가 왜 그런 외모를 가지게 되었는지도 관심을 가지는 이도 거의 없었다. 그저 유튜브 속에 넘쳐나는 호기심 영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올려지는 자극적인 영상 중 하나이고, 자신이 보고 웃고 즐기면 되는 하나의 영상이라고만 생각했을 사진이다. 하지만 그 말 한 마디가 그녀에게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평가이자,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전부였고, 이후 그녀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바꿀 계기가 되었다. 그 일 이후, 그녀는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아가는 삶을 거부하고, 그렇게 사람들이 ‘괴물같다’고 한 자신의 모습을 오히려 여러 매체와 책을 통해, 강연을 통해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자신처럼 외면으로 인한 편견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연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 강연 중인 리지 벨라스케스. 그녀는 일상 유튜버의 활동으로 84만의 구독자도 보유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 부럽지 않아요. 그들에겐 상투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나는 그들처럼 예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진짜인 나’를 알고자 하죠.”

157cm에 25kg이라니.. 아마 이 숫자만 본다면 ‘오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물여섯, 그녀는 평생을 매일 자신의 몸무게와 키를 체크하고, 먹는 것을 챙기며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이 숫자는 그녀가 살아가고 있는 지난 26년간의 현실인 것이다. 그녀가 이런 몸무게를 가지게 된 이유는 지방이 몸에 쌓이지 않는 희귀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에는 지방이 전혀 쌓이지 않는데 그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일명 ‘거미손 증후군’이라는 병명으로만 불린다. 전 세계에서 발병 사례는 딱 세 명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에 명확한 치료법이나 원인을 파악하기도 어려운 병이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이 질환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당연한 듯이 평생을 따라다녔기에, 어쩌면 당연스럽게 자신의 병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부터 배워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듯 살아가던 그녀의 고통. 더구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거친 시선과 무책임한 비난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평범한 삶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평범하지 않기에 그 삶의 무게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타인의 시선과 무책임한 비난들. 그러나 그 고난을 받아들이는 당사자가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대하고 있느냐에 따라 때로는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기회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외면만으로 자신을 싫어하고, 괴롭히고, 피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당했지만 8살 때부터 자신의 몸이 생명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 고열량 식단을 유지하고, 지금까지도 하루에 60끼니를 소량으로 자주 섭취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스물여섯 살 또래의 일반 여성들처럼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악세사리를 하고, 책 표지에 있는 사진처럼 너무나 행복하게 웃는다. 그녀의 웃음을 보다보면, 나는 그녀의 모습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미적 기준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그저 ‘이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기쁨과 자신감으로 가득 찬 사람이구나’라는 부러움만이 들 뿐이다. 어쩌면 그 때 내가 느낀 그 감정이 그녀가 책을 통해, 연설을 통해, 각종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인생을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믿어라. 당신의 믿음이 현실을 창조할 것이다.” -윌리엄 블레이크-

그녀의 인생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매 순간이 하나의 시험처럼, 살아남기 위한 벽을 계속 넘어가는 것 같을지도 모른다. 매일 열심히 먹고, 열심히 건강을 관리한다면 건강한 사람들과 비슷하게 잘 살아갈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날이 이어진다면 언제 그녀의 삶은 급변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고칠 방법도,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병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아마 그녀가 이 책을 통해 말하는 것처럼 현실 역시 쉽고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그녀의 생활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삶의 지금 이 순간을 너무나 소중히 여기며 지켜나가기 노력하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그렇게 강인하고 아름다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여러 이유가 있었겠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은 그녀의 부모였다.

그녀의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그녀가 다른 친구들의 체구나 모습에 차이가 있어 놀랄 것을 예상했고, 이에 대해 ‘너는 단지 다른 아이들보다 작을 뿐이야’라고 말해줌으로서 그녀가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후로도 늘 그녀에게 “아름답고 영리한 아이이니 언제든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바로 그런 그녀의 부모님이 계셨기에 그녀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그것을 결국 이겨내고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마음가짐’의 차이는 전혀 다른 결말을 우리에게 가져올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학교생활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사회 속에서 만나면서 문득문득 상처받고, 자신을 혐오하게 되는 순간들도 있었겠으나 결국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준 것은 그녀 안에 있는 가득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 헤모필리아라이프 박천욱 대표

자신이 믿는 것이 현실이 되고, 믿는 데로 살게 되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을 어딘가에서 들어 본적이 있다. 물론 그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나 역시 외면적인 모습이나 조건, 어떤 수치나 결과가 나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또한, 나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월등하게 뒤처지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나’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에서 아주 작은 허들을 만났을 때 스스로에 대해 자책하고 미워하기만 하다가 시간을 허비한 적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런 시간을 보낸 나를 돌이켜보고, 다시한번 그녀의 웃음이 담긴 이 책의 표지를 바라본다. 그녀는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한 사람이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박천욱 대표 china69@naver.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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