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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만 50번째’, 설렘~ 그 감정을 무한반복?

기사승인 2018.08.30  01: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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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에서 본 희귀질환 ‘기억상실증’

대게 혈우병 환우들은 ‘후회스러운 출혈 이야기’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예컨대 몇 년 전을 떠올리며 “그곳에 가지 말아야 했어”, “내가 왜 그때 뛰었을까?”, “아차! 그 때 문턱을 못봤어!”라며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스러운 말을 꺼내곤 한다. 왜냐하면 그때 다쳤던 관절이나 근육 부위가 지금까지 만성출혈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게 매번 정답만 선택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때 내가 선택했던 그 행동은, 어쩌면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르다. 그래서 만약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한들 똑같은 것을 또 선택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발생된다면 또 똑같은 일을 행하고 뒤늦은 후회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게 인생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런 것이 기억상실일까? 만약 이런 것이 모두 기억상실 때문에 발생되는 것이라면 우리 모두는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환자일 것이다. 오늘 이야기 해볼 주제는 바로 기억상실에 대한 것이다. 희귀한 질환이면서도 우리사회에서 너무 익숙한 그러다보니 희귀하지 않은 것 같은 질환. 이 질환을 소재로 한 영화 한편을 살펴보자.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 (50 First Dates, 2004년 작품)>은 피터 시걸 감독이 메거폰을 잡고 아담 샌들러(헨리 로스 역), 드류 베리모어(루시 윗모어 역) 등 흥행이 보증된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베리모어가 기억상실증 환우로 나오는 코믹 멜로 장르의 영화이다.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는 환상의 섬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다.  

“사랑의 섬, 하와이에서 만난 사람”

하와이. 한국인들에게 이토록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외국 휴양지가 또 있을까? 예전 전쟁과 핍박을 피해, 새 삶을 찾아 가던 곳으로 우리에게 기억되던 하와이는 지금은 신혼여행객들의 성지 중 하나로 꼽힌다. 비록 요즘에는 코타키나발루나 동남아, 그리스에 약간은 밀려 구식 휴양지처럼 취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휴양’을 상징하는 도시 하와이. 그곳은 사람들이 일상의 진지함을 피해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즐기고 사는 곳이다.

그 곳에 우리의 남자주인공 헨리 로스라는 수의사가 산다. 낮에는 수족관의 동물을 보살피는 매력적이고 착해 보이는 남자로, 밤에는 하와이 휴양지에 와서 하룻밤의 추억을 만들어줄 관광객 여자들을 찾아서 말이다. 그러니까 헨리 로스라는 남자는 하와이라는 섬 자체의 이미지 같기도 하다. 일생에 한번이나 두 번 정도 찾으면 많이 올법한 휴양지에서 여자든 남자든, 우리는 가벼운 사랑을 꿈꾼다. 일상에서의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일탈도 포함해서 말이다.

   
▲남자주인공 헨리 로스 역을 맡은 아담 샌들러

오랫동안 진지하지 않은 곳, 이 영화의 배경은 그런 남자주인공의 모습과 배경이 묘한 일치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낭만과 충동만이 가득하던 이 남자의 인생에,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기억이 멈춰버린 단기 기억상실증 여자 루시가 나타났을 때, 참 아이러니하게도 헨리는 루시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참 ‘사람의 인연이 재밌다’는 말이 이런 인연을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여자들이 하룻밤의 추억을 가지고 조용히 떠나주기를 늘 바라며 ‘나쁜 남자’로 살았던 헨리에게, 진정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자는 ‘원래 하루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라니 말이다.

루시에게 반한 헨리는 그녀가 내일이 되었을 때, 오늘 나와의 키스, 추억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하와이 마할로. 헨리와 루시는 그곳에서 살며, 매일매일 다른 장소에서 다른 데이트를 즐긴다. 내가 기억하는 하와이의 풍경은 야자수가 있는 바닷가 한 풍경이었던 것 같은데 영화 속 하와이의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우리는 하와이에 놀러 잠시 가는 것이지만 그 곳 사람들에게는 삶을 펼쳐가는 곳이었지.’ 라는 생각과 ‘하와이에 이렇게 많은 장소들이 있었다니.’ 라는 생각이 줄곧 멈추지 않는다.

   
▲많은 남성들을 심쿵하게 만드는 드류 베리모어, 그녀가 루시 윗모어 역을 맡았다.

헨리와 루시가 처음 만난, 루시가 일하는 카페 후킬라우 뒤로 보이던 마할로 고대산, 사랑을 속삭이고 추억을 쌓아가던 루시의 집 옆 쿠알로아 비치파크,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고 키스하는 마카푸 등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는 관광지라하기에는 우리가 알던 리조트와 호텔로 가득차지 않은, 일상적인 휴양 공간으로서의 하와이가 있다.

특히나 영화 처음, 중국인 모자섬(china man’s hat)이라고 불리는 곳은 우리나라의 진안 마이산을 닮은 것 같은 작은 섬인데 실제로 간조와 만조에 따라 물이 높아졌다가 낮아지는 타이밍 있어 관광객들이 바다를 가로질러 모자섬을 하이킹하러 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정복 이라고 말 할 만큼 높은 산도 아니지만, 모자섬 위에서 보는 고대산과 섬의 일몰, 일출은 ‘이런 풍경을 함께 본다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곳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하게 된다.

“단기 기억 상실증”

주인공 루시가 겪고 있는 것은 헨리를 놀리기 위한 거짓말이나 장난이 아니다. 루시는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실존하는 희귀한 병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상실,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쉽게 말하자면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을 말하는데 기억을 상실하는 방식이나 증세가 환자에 따라 너무 다양하기에 루시와 같이 일정한 구간의 기간, 혹은 시간만을 기억하는 단기기억 상실증, 혹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종인 장기적인 기억 상실로 크게는 나눠볼 수 있다. 루시는 이러한 기억상실 중 바로 현 상황 이전에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 상실 증세의 전형적인 증세 중 하나를 앓고 있다.

그렇다면 루시는 왜 갑작스레 이런 기억상실 증세를 겪고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당연히 품어보게 된다. 기억 상실의 원인은 크게 심인성과 기질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심인성인 경우는 해리성 기억장애라고 흔히 부르는, 과거에 겪은 스트레스,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기억 재생에 장애를 겪는 경우를 말한다. 간혹 큰 사고를 겪어 긴 시간 코마 상태 등에 빠졌던 환자가 깨어나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나 자신의 이름, 기본적인 인적 정보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경우가 이러한 심인성 기억상실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와 달리, 기질성 기억상실은 외상, 뇌종양, 항불안제나 대마초 같은 약물 등에 의해 기억상실 증세가 나타날 경우를 지칭한다.

이 중 루시와 같은 경우는 과거 큰 교통사고를 겪어 뇌를 다친 것이 원인이 되어 기억 상실 증세를 겪는다. 물론, 어떤 환자들은 이런 기억상실 증세가 일시적으로 외상이 회복되는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도 많은데 안타깝게도 루시는 뇌 손상으로 영구적인 단기 기억 상실을 겪는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치료를 받는다 해도 루시의 기억력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첫 키스만 50번째?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와의 첫 키스를 평생 기억하고 싶지 않을까?

“첫 키스의 설렘, 행복, 어쩌면 기억보다 중요한 것”

영화가 종반으로 가고, 헨리가 루시를 사랑하게 될수록, 헨리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루시를 보며 안타까움의 연민과, 자신을 기억해주고, 함께 사랑한 기억을 간직해주길 바라는 바람이 생긴다. 그래서 해결법을 찾기 위해 주변을 수소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헨리에게 돌아오는 말은 절망적인 말일 뿐이었다. 루시를 사랑하면 매일, 자신을 남처럼 대하는 루시를 만나야 하며, 그런 그녀와 사랑에 빠져야 하고, 혼자 모든 사랑의 기억을 간직해야 한다는 현실을 말이다. 루시는 언제나 사랑에 빠지던 첫 날, 첫 키스의 아름다움, 아버지의 생일을 준비하는 설렘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그녀를 보는 모든 주변 사람들, 그리고 헨리 본인은 그런 그녀의 곁에 있는 것이 날이 갈수록 힘든 일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뻔한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어차피 헨리와 루시는 사랑에 빠질 것이고, 루시의 병이 난관이 되기는 하겠으나 이겨내겠지, 라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 영화의 배경, 음악, 연출, 아름다운 하와이가 루시와 헨리의 이야기를 그저 풋풋한 첫 사랑의 이야기처럼 만들어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사람을 사랑하고, 그 관계를 이어나가는 데 있어 오래 기억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가에 대해 말이다.

오래 함께 했고, 그 기억을 오래 기억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행복한 기분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영화가 하와이라는 장소를 선택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루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슬픈 여자. 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추억이라 할지라도 그 추억은 분명 존재한다. 하루는 너무 짧은 시간이지만 행복을 선물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박천욱 기자 china69@naver.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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