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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가?”

기사승인 2018.10.04  01: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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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스티븐 호킹 박사의 ‘루게릭’병

   
▲ 사진은 1990년 9월 10일 주간지 '시사저널' 초청으로 내한한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블랙홀과 아기 우주'에 대해 강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물리학이나 천체는 어릴 적에는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지만 학창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는, 아주 생소한 학문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조차 2018년, 올 초에 들려온 그의 죽음은, 마치 한 시대를 빛낸 찬란한 역사적 인물, 별이 진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블랙홀의 존재를 처음 입증했던 사람, ‘호킹 복사’, ‘하틀-호킹 상태’, 그가 물리학계에서 남긴 업적들은 너무나 대단한 것이었다. 오늘 이야기 할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제임스 마쉬 감독)>에서는 그가 남긴 어떤 업적보다, 그의 생애에 집중하고 있다. 21살의 어린 나이에 촉망받는 천재 물리학도로서의 인생을 살아가리라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한 청년에게 내려진 청천벽력 같은 시한부 선언, 누구나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보았을 잔인한 질병 루게릭이 그의 생 앞에 내려진 것이다.

   
▲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 포스터, 멜로/로맨스, 드라마 2014.12.10, 제임스 마쉬 감독

흔히 이 병을 루게릭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학명은 근위축성측생경화증이다. 해석해보면 온 몸의 모든 근육이 서서히 둔해지고, 움직이지 않게 되어 온 몸이 굳어가듯이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라는 뜻이다. 실제 이 병은 일반적으로 중증기에 다다를 때까지 병의 진행을 모르다가 느닷없이 발병증세를 보이는 다른 질병과는 달리, 병을 알게 되는 시기는 비교적 빠른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아직 명확한 치료법이 없고 증세를 다소 완화시켜줄 방법만 있기에 병을 앓는 환자는 자신의 몸이 점점 제 기능을 잃고 굳어 죽어가는 것을 아주 생생하게 느끼면서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병은 여느 다른 질병보다 더 잔인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병에 걸리고 병을 이겨내고 오랜 시간을 살아왔던 스티븐 호킹의 인생은 너무나 유명하기에 어떤 사람들은 이 루게릭을 두고 ‘스티븐 호킹이 걸린 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자신에게는 이 병과 함께 하는 인생이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그의 위대한 업적보다 그의 인생에 대해, 병을 이겨냈던 그의 정신력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 영화에서 호킹 박사 역을 맡은 에디 레드메인과 그의 아내역을 맡은 펠리시티 존스

“우리는 삶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가?”

우수한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이미 10살 이전에 자신의 천재성을 어느 정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17세에 옥스퍼드에 입학하여, 그가 내 놓는 논문이며 학설마다 세계적인 대학의 교수들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실력을 보이고 있었다. 21살 이전의 청년 스티븐 호킹이라는 사람의 인생에는 시련이라거나 고통이라는 단어는 나타나지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루게릭이라는 세 글자가 그의 인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 시작했을 때,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 당시 내 꿈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내 상태에 대한 진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나는 삶에 대해 지겨워하고 있었다. 가치 있는 어떤 것도 할 일이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내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내가 처형당하는 꿈을 꿨다. 갑자기 나는 내 사형 집행이 연기된다면 내가 할 일이 너무 많으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나는 내 스스로가 놀랍게도 과거보다 지금의 나의 삶을 더 즐기게 되었다.”

그의 인생은 병에 걸린 그 순간부터 죽는 그 날까지, 끊임없이 사형대에 올려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병의 존재를 알고, 2년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겨우 스키아마 교수의 격려를 얻어 상대론과 우주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며, 인생의 동반자 제인과 함께 다시 인생을 살아가고자 함에도, 병마는 그런 그의 살고자 하는 의지를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괜찮은가 하면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그 후 그는 목소리를 잃게 되었고 또 조금 괜찮은가 하면 또 다른 근육이 움직임을 멈춰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제대로 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점점 몸의 근육은 기이한 형태로 굽기 시작하여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인사를 하는 것조차 힘들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그 단계까지 이겨내고 연구를 계속하려 하면 할수록, 병은 그의 몸을 빠르게 잠식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중에는 특수 장치와 컴퓨터를 장착한 휠체어를 사용하고, 손가락이나 눈썹밖에 움직일 수 없어 그 움직임을 인지해 글이나 말로 바꿔줄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루게릭은 그저 서서히 조용히 다가오는 병이 아니었고, 수많은 고비들이 끊임없이 그를 사형대에 올리기 위해 잡아끌고 있는 것 같은 수 십 년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 펠리시티 존스(제인 호킹 역)

“지식의 가장 큰 적은 ‘무지’가 아닌, ‘알고 있다’는 착각이다.”

아마, 내가 시한부 판정을 받는 중병에 걸렸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 내가 열정적으로 하던 모든 것을 부질없다고 느꼈을 것 같다. 여가를 보내고, 가족을 돌아보고, 인생을 정리할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절망스럽고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죽을 날을 받아 놓은 환자에게 어느 누가 ‘너는 이것을 해내야 해’라고 말하겠는가. 아마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내가 삶을 즐기고, 휴식기를 가지면서 정리하는 것에 집중하기를 원할 것이고, 나 역시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것 같다. 그리고 인생을 돌아보며, 내가 누리지 못한 것, 가지 못한 곳, 하지 못한 것을 떠올리며, 여행 같은 것을 계획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 그가 루게릭이라는 병을 받아들이는 것은 여느 사람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지 못하고, 누리지 못한 것을 떠올리지 않고, 아직 하지 못한 수많은 일을 지금이라도, 한 순간이라도 허비하지 않고 어서 해야 한다는 생각만을 했다. 그리고 그 이전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넓은 세상의 비밀을 밝혀내는 자신의 연구에 집중했다. 나아가 그의 그런 열정으로 빅뱅이론을 비롯해 우리가 아는 수많은 우주의 비밀과 물리학의 진실을 밝혀 인류의 과학 발전에 지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하루도 당연하지 않았으며,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어, 언제 멈출지 모르는 심장을 부여잡고 살았던 사람이 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용기 있고, 대단한 일이었다고, 나는 그런 감탄을 가지고 그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이 영화의 제목은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이었고,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지지대가 되어 주었던 제인과의 사랑 이야기, 그들의 삶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으나, 나에게는 그가 걸어갔던 모든 실제 이야기와 겹쳐지는 듯한 마음이 들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그렇게 진취적이고, 강한 의지를 잃지 않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대단함이 늘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아파지는 '병'이라는 존재는 알게 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의 인생을 슬픔과 절망으로만 이끈다고 나는 이전부터 내내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나는 병이, 끝이 정해진 인생이,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더 강한 생애에 대한 의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며 사람의 의지가 가진 강한 힘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박천욱 대표 china69@naver.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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