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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너의 이름은.'

기사승인 2017.03.10  18: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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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스물다섯 번째

   
 

제목에 마침표가 들어간 영화가 있었던가? 삼십 년 넘는 영화인생, 아니 '영화관 인생'을 돌아보면서 갑자기 기억의 착란에 빠졌다 돌아왔다. 그렇다, 마침표를 찍은 영화제목은 없었다. 그 유명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도, 짜증나도록 긴 제목으로 남아있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라는 영화 제목에도 마침표는 없다.

어렸을 적, 각자 '시'라고 써 내밀어 친구들과 서로 평가해 준다고 지랄을 할 때에 배운 건 한가지. "아무데나 쉼표와 마침표 찍는 거 아니다" 작은 점 하나에도 무한히 깊고 넓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 제목에, 그것도 썩 어울리지 않은 곳에 보란듯이 마침표가 자리잡고 있었다. <너의 이름은.> 이건 뭐지? 라는 도발적인 궁금함에 영화관으로 향했다. 맙소사! 점 하나 때문에 영화를 고르다니!

   
▲ 타키(좌)와 미츠하는 서로 몸이 바뀌는 현상을 겪는다. 헐~ 진부해(처음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하면 떠오르는 것은 파스텔톤의 그림체와 달달한 배경음악. 그리고 주인공들의 속삭이는 듯한 내래이션 아닐까? 거기다 10대 소년소녀를 주인공으로 했다 하면 짧은 교복치마와 그 차림에 자전거를 타는 여주인공,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쳐 맨 미소년 남학생의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같은 것도 오버랩되기 마련이다.

이 영화도 많이 다르지 않았다. 연극, 영화 등 '극예술'에서 일단 주인공이 매력적이면 작품에 몰입되기가 쉽다. 애착이 생기기 대문이다. (그런 면에서 파바로티 같은 뚱보 아저씨가 '왕자', '장군' 등을 맡는 오페라는 감동이 반감된다^^;) 방금 만화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 이게 만화영화지? 어쨌거나 멋지고 예쁜 소년소녀 주인공들을 내세워, 자전거도 태우고(!) 지역과 학교에서 사랑받는 '선망의 대상'으로 설정해 놓았다.

   
▲ 아...자전거

카메라 촬영으로는 오히려 표현하기 힘든 자연의 화사한 색감, 간지러운 노랫말, 건조한 듯 툭툭 던지는 독백까지 기존 정형화된 재패니메이션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이 좋았던 것은 일본의 지역전통(무스비 문화)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각과 '인연'이라는 인간세계의 끈을 통해 일본이 지금까지 겪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자연재해의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였다.

   
▲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일본인들에게서 많은 걸 배웠던 시간

몇해 전 동일본대지진 수습 과정에서 우리는 넋놓고 울고만 있지 않는 일본인들을 보며 의아하면서도 그래서 더 응원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좀 소름끼치기도 했지만 가족의 장례식 다음날 웃으며 마을 재건에 뛰어드는 그들을 보면서, 자연으로부터 단련된 인간사회가 단순히 인간 개개인의 체력과 인내만을 성장시킨 것이 아님을 느꼈다. 대도시와 첨단화를 향한 채찍질이 아니라 무너진 전통을 원상복구하고 언제 다시 재난이 닥치더라도 인간사회는 그 자체로서의 아름다움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믿음이 현대의 일본에 얼마나 큰 자산이 되어왔는가를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우리가 '일본여행 가고 싶다' 할 때 떠오르는 게 '아이돌 테마샵'이나 '화장품 쇼핑'은 아니잖은가.

   
▲ 일본 전통방식으로 엮은 매듭끈 '무스비'

많이 샜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은 분들은 DVD나 파일을 구해서 직접 영화를 한 번 보면 좋겠다. 스토리 자체도 흥미롭지만 일본이 가진 문화의 힘에도 착목해서 보길 바란다.

아,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영화관을 나선 뒤 함께 영화를 본 짝꿍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봤더랬다. '나랑 무슨 인연이 있어서 여태껏 내 옆에 있는 걸까'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혹시 아나, 영화에서처럼 시간을 거슬러 나를 구하러 온 그 사람일지도. 굳이 과장하지 않더라도 우리 혈우인의 곁을 지켜주고 있는 짝꿍이라면 충분히 우리의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요새 말로 "리스펙트!"를 바칠 사람일 것이리라.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 3월의 새 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껏 따뜻한 햇살을 즐겼으면 한다.

   
▲ 나의 애정하는 오쿠데라 선배와 타키

[글 혈우환우 모모씨 / 편집 헤모라이프 객원기자단]

헤모필리아 라이프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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