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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더킹’

기사승인 2017.01.26  20: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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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스물한 번째

조인성은 잘생겼다. 주먹을 입에 넣고 질질 짜는 모습까지 멋져보일 정도로 잘생긴데다가 키도 훤칠하게 크다. 나이가 서른일곱인데 아직도 영화 속 회상씬에서는 고등학생 시절의 배역을 대역 없이 연기할만큼 동안이며 목소리 또한 흠잡을 데 없이 달달하다.

그런가 하면, 우리 혈우환우들 또한 어디 나가서 꿇리지 않을 만큼 다들 잘생겼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응고인자를 만드는 유전자가 제자리에 안 있고 '잘생김'을 만드는 곳에 가 달라붙어 태어났기 때문인가보다. 게다가 환우 대부분 다리털도 많아(약의 부작용인가?) 남자답고 털스타킹 신은 것처럼 겨울엔 따뜻하다...

아... 이건 아니다. 영화와 혈우사회의 연관성을 찾아 영화평을 써 보라는 편집장님의 압박에 눌려 글을 쓰다보니 이런 말도 안되는 어거지가 나오는 것 같다.ㅎㅎ 그냥 나 쓰고 싶은대로 써 봐야지.

   
 

영화 <더킹>에서 배우 조인성은 권력의 뒤꽁무니를 좇는 비리검사 역할로 나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다큐멘터리를 읊는 듯한 조인성의 내래이션 때문에 피곤했고 '너무 친절하게 설명하는 거 아냐? 관객을 뭘로 보고!'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 진짜 다큐처럼 실제 영상들을 중간중간 끼워넣고 우리나라 현대사의 변곡점들을 따라 인물들의 줄서기가 휘적휘적 달라지는 것을 제법 정치 공학적으로 잘 배치했다라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제일 빵터졌던 장면은, 정우성의 "대중이 대중이" 대사...ㅋㅋ

   
▲ 한강식(정우성) 검사 : 대중이 대중이

우리들이 보기에는 한국 현대사가 독재정권-문민정권-진보정권-그리고 다시 지금의 보수정권으로 이어져 오는 단순한 선거결과의 연속이라고 보여질지라도 그 내면에는 치열한 권력욕과 폭력, 피묻은 돈다발의 관계가 만들어온 아주 노골적인 생물활동의 드라마가 내재해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나보다 감독은. 그걸 보여주는 앵글 중 하나가 돈다발이나 금괴가 나오는 장면 아니었을까? 사람의 시각으로 돈다발과 금괴를 찍지 않고 금고 안 피묻은 돈들이 바깥의 허둥지둥하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듯한 씬들이 꽤 자주 등장했다.

신선한 시각이긴 했다. 기존 사회비판적 영화들이 '이쪽은 나쁜놈, 저쪽은 좋은놈'으로 나누어 놓았던 것을 '사실 뒤집어 보면 그놈이 그놈'이라는 시각으로 모두까기 해보니 것 참 재밌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근거없는 동경은 절제했으면 좋았겠다는 느낌은 들었다.

사실 내가 재밌게 본 건, 영화 속의 '역사' 보다도 인물들간의 '관계'였다. 죽고 못 살 것처럼 서로 끌어안고, 개가 되도록 술을 나눠 마셔도 그들 마음 속에는 늘 '뒤통수 맞으면 안돼'라는 경계심이 싹터 자라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절명의 순간이 왔을 때 누가 먼저 친구의 뒤통수를 갈기고 무대의 가운데에 서느냐가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돼 있는 거였다.

우리 소시민의 삶도 정말 그렇게 졸렬하고 밀리면 죽는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걸까? 아니라고 부정하기 어렵다. 사무실 내에 누군가는 나와 다른 줄을 타고 있는 게 눈에 보이고, 책임질 일 만들고 싶지 않아 상사들은 말단에게 권한을 주는 척 더 큰 책임을 떠 넘긴다. 치킨집 옆에 다른 치킨집이 오픈하고, 정부 말 듣고 빚 내 산 집이 빚을 굴려 어디 눈 먼 이가 내 집 비싸게 안 사주나 기대할 수밖에 없다.

   
▲ 태수와 두일의 브로맨스, 상투적이지만 좋았다.

그런 팍팍한 삶의 와중에 뭐 위로가 되는 건 없을까? 영화에선 친구가 그랬다. 고향에서 같이 쌈박질하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던 친구 '두일'. 우리 환자들 각자 그런 친구 하나씩은 있겠지만, 이왕 혈우병으로 태어난 거 같은 환자들끼리 그런 든든한 지팡이 돼주면 어떨까? 대신 뒤통수는 치기 없기ㅎㅎ

누군가는 '큰일 날 소리'라고 입을 틀어막을 지 몰라도, 왜 약도 없고 도움 받을 때도 없을 때 우리 환자들끼리 연락 닿으면 그만한 응급의사가 없잖은가! 난 영화에서 두일이가 캐비넷에 차곡차곡 돈다발을 쌓아올리고 태수(조인성)가 궁지에 몰려 죽겠을 때 그거 꺼내 위기 모면하는 장면 보면서, "어, 환자들 공동으로 사용하는 약 냉장고가 저렇게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하면 너무 나간 건가?

어쨌거나 한국 혈우사회도 이제 서른살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만큼 그 안을 채워가고있는 우리들, 의사건 환자건 장사꾼이건 할 것 없이...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고, 나이들었다고 꼰대취급하지 말며, 목소리 작다고 홀대하지 않고, 덩치 크다고 쫄지 않는 그런 생물체가 되자. 왕 한번 돼보겠다고 서로를 밟지 말자는 거다.

근데, 영화 중간 심심할 때쯤 나오는 발리우드식 떼창과 군무는 심각한 손발 오글거림을 유발하니, 예고편 분위기와는 달리 좀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에 입장하시길...

   
 

[글 혈우환우 모모씨 / 편집 헤모라이프 객원기자단]

 

헤모필리아 라이프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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