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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카페 소사이어티'

기사승인 2016.10.23  19: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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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열두 번째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름답다"

흔한 저 말에는 많은 이들의 이루지 못한 자신들의 첫사랑에 대한 자위와 추억팔이가 담겨있는 듯 하다. 어차피 지나간 시간들... 돌이켜 어떻게 다시 만나려 하면 '그 나이에 추책'이라는 핀잔만 돌아올 걸 그럴바에야 혼자 간직한 채 '그래 아름다웠노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편이 나이와 사회적 지위(?)에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 사랑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아련한 것이어서 우리는 이런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를 보러 혼자 영화관을 찾기도 하고, 일 년에 한번쯤? 옛 사랑의 그림자가 꿈에 나타나기라도 할 때면 그녀의 페이스북에 비밀글로 "잘 지내? 꿈에 니가 나왔길래..."라면서 비밀글을 남기기도 하는 것이리라.

   
 

보잘 것 없는 무일푼으로 30년대 헐리우드 영화배급사에 뛰어든 우리의 '바비'(남자임)는 회사 사장인 삼촌의 애인이자 비서 '보니'(하니 친구 아님)를 만나 첫눈에 반하고 가난하지만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보니의 두번째 등장씬에서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아, 저사람 아니 그사람... 내가 한 눈에 반했던 그사람에게도 반할만한 그런 이유가 있었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고급 승용차(아마도 회사 차)의 운전석에 앉아 팔꿈치를 좌석에 걸치고 익숙한 비버리힐스 거리를 구경시켜주는 '리더'로서의 모습 때문이 아니라 호화로운 세계 속에 살면서도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꿈에 대해 한숨을 숨기고 있는 동병상련의 여인이기 때문이겠다 싶은 거다.

   
▲ 화려한 헐리웃 세계가 익숙하면서도 그 이면에 염증을 느끼는 보니

하지만 바비와 보니의 사랑은 사장삼촌의 존재로 인해 이루어지지 않았고, 여기에 플롯이 집중돼있다면 '달콤한 인생'(김지훈 감독)의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같은 대사가 명대사로 나왔겠지만 영화는 상심에 빠져 뉴욕으로 돌아간 바비의 이야기와 몇 년 후 우연한 이들의 재회에 촛점을 맞춰 옛 사랑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 얘기한다. 물론 둘은 각각 결혼을 했고 훌륭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말하자면 불륜인데, 그 만남과 나누는 대화들이 참으로 추하지 않고 '내 첫사랑도 가끔 내 꿈을 꿀까?'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게다가 3박4일을 돌아봐야 그 아름다움을 다 볼 수 있다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그들이 보낸 하룻밤은 그 어떤 옛사랑과의 만남도 정당화시켜줄 것만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 뉴욕에서 재회한 두사람의 센트럴파크 씬

많은 사람들이 결혼한 혈우병 환자에게 말한다. "아내한테 잘해야 한다. 혈우병과 결혼하고 같이 살아주는 게 어디냐. 그런 여자 흔치 않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빚'을 갚는 것과 같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구차한 것이 될지는 두 말 할 필요 없을 것. 지금의 사랑이든 지나간 사랑이든 아른다운 것들로 설레는 것들로 채우고자 노력한다면 우리 혈우병 인생도 조금 더 살맛나는 것으로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또 채우는 건 평생 해오지 않았던가. 부족한 8인자 9인자 혈관속에 채우는 것처럼 말이다.

   
▲ 뉴욕에서 성공한 바비의 아내 베로니카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옆자리의 몇몇 관객은 "**, 뭐 이렇게 싱거워?" 궁시렁대며 일어서는 게 들렸다. 우디앨런 영화에 대해 사전경험이 별로 없었던가보다.ㅎㅎ 그의 영화를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별것 아닌 이야기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기승전결 속에서도 가슴을 툭툭 치는 묵직한 대사와 내 추억까지 더듬게 만드는 흑백필름같은 장면들을 담아 올 수 있었다. 특히 그 자신도 지독한 애호가였던 올드재즈 넘버들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30년대 미국의 풍경과 배우들의 감정선을 아련하게 받쳐주는 듯 했다.

   
▲ 우디앨런 감독(좌측 두번째)의 헐리웃에 대한 시각이 바비에게 투영된 듯.. 화법, 자세까지도

영화 막판, 바비의 매형 입을 통해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함축해 들려준다. 바비와 보니는 서로에 대한 달콤한 꿈에서 깨어났고 모든 이들은 12월31일에서 새해로 또 한번 낯익은 새로움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음미하지 않은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 근데 음미해버린 인생은 딱히 매력이 없지"

2016년 개봉 <카페 소사이어티> 감독 우디앨런 /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바비), 크리스틴 스튜어트(보니)

   
▲ 혼자보는 영화의 재미에 푹 빠졌다

[글 혈우환우 모모씨 / 편집 헤모라이프 객원기자단]

헤모필리아 라이프 webmaster@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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