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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미비포유'

기사승인 2017.02.26  13: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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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스물세 번째

   
 

단순한 성격에 특별히 잘하는 일도 없는 영화의 여주인공 루이자는 6년 동안 일하던 카페의 폐업으로 졸지에 백수가 된다. 루이자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자리를 잃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돈을 벌어야 했다. 구직소에서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 하던 중, 운이 좋게도 갑작스럽게 구직소에 의뢰된 사지마비 환자 간병 도우미 일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루이자는 간병에 대한 어떤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얼떨결에 면접에 합격하게 된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영화의 남주인공인 전신마비 환자 윌의 까칠하고 삐뚤어진 태도 때문에 간병인 생활은 루이자를 힘들게 한다. 촉망받던 젊은 사업가이며 매우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었던 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지마비 환자가 되었고, 고통으로 가득 차있는 자신의 삶에 절망하고 타인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았다. 윌은 루이자를 바보취급하며 망나니처럼 굴지만, 루이자는 이에 굴하지 않고 윌을 위한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주고 윌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런 루이자에게 윌은 차츰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반면 루이자는 6년을 사귄 남자친구 가 있었으나, 계속되는 남자친구의 이기적인 모습에 지쳐가기 시작하고, 윌과 루이자는 서로에 대해서 알아갈수록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윌은 커다란 비밀을 숨기고 있었는데, 그는 6개월 후 스위스로 가서 존엄사를 택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날 만나기 전 무얼 결정했든,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요.” - 루이자
이 사실을 알게 된 루이자는 진심으로 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여행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윌은 면력역이 매우 약한 상태였고 의사들은 루이자의 생각에 반대했다. 윌은 이미 몇 차례 폐렴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긴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이자는 의사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으면서도 윌이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계획을 완성했고, 윌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여행 속에서 둘은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아름다운 풍경 속, 둘은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름다운 밤의 해변에서 윌은 루이자에게 중대한 고백을 한다.

일반인들이 혈우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 수 없듯, 혈우환우 또한 사지마비 환자의 심정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윌이 처음에 존엄사를 택한 이유는 자신의 삶에 절망했기 때문이다. 인생을 즐기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던 그가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목 아래의 그 어떤 부분도 움직일 수 없는 사지마비 환자가 되어버린 것은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갖힌 기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며 예전에 보았던 한 영화가 떠올랐다. 바로 ‘잠수종과 나비’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보비 또한 출세가도를 달리던 중 ‘감금 증후군(locked-in syndrome)'으로 온몸이 마비된다. 이 영화는 책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는데, 실제로 감금 증후군에 걸려서 눈 한쪽을 깜빡거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남자가 한쪽 눈을 깜빡여서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이야기를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 완성한 이야기 ’잠수종과 나비‘를 영화로 제작한 것이다. 비록 감금 증후군은 사지마비와는 전혀 다른 원인을 가진 증상이지만, 도우미의 도움 없이는 그 어떤 움직임도 할 수 없는 주인공 윌이 자유롭던 자신의 인생을 그리워하는 것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영화였다.

   
 

또한 영화 ‘잠수종과 나비’와 함께 같이 떠오른 것은 혈우환우의 출혈문제이다. 혈우환우라면 때때로 다리의 출혈로 인해 고생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제까지는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운동장을 누비며 즐겁게 놀았지만, 갑작스러운 다리 출혈로 인해 응고인자를 투여한 뒤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침대위에서 휴식을 취했거나 혹은 그와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유롭게 밖을 걸어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출혈이 일어나 정상적으로 보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혈우환우의 치료환경은 개선되고 있다. 큰 출혈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환우도 늘어간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도 잦은 출혈 때문에 몸이 불편한 환우도 보인다. 하지만 근 미래에는 모두가 출혈 없이 정상인과 다름없이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서, 혈우병에 더 이상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적어도 혈우병 때문에 영화의 주인공 윌과 같이 자신의 인생에 절망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모라이프 김형석 객원기자]

김형석 객원기자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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