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양각색 '주사 고무줄' 대용품...환우들의 노하우
아, 역시 참여하는 시민의식이 사회를 바르게 굴려가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토니켓 없을 때 자가주사 하는 법'을 혈우환우들에게 묻자, 참신하고 재밌는 경험담들이 많이 들어온 것.
아, 나노팁 연재를 처음 보는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하자면, '토니켓'(tourniquet)은 정맥주사할 때 혈관이 잘 나오도록 주사부위에 묶어주는 지혈대를 말한다. 예전엔 그저 기저귀고무줄 같은 것을 많이 썼지만 요즘엔 편리하게 제품화되어 나오는 토니켓이 많이 있다.
토니켓 없을 때 대부분이 "안 묶고 그냥 찌른다" 식의 '주사 신'급의 반응들이었지만 겨울철이나 유독 혈관이 잘 안나오는 때를 대비해 한가지씩 토니켓의 대체용품을 가지고들 있었다.
먼저, 한번씩들 해보았을 여분의 나비바늘을 이용해 묶는 방법이 있다. 한 바이알을 주사하는 경우면 불가능하지만, 여분의 나비바늘이 있으면 고무줄 묶듯이 팔을 묶어 토니켓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한쪽 손과 입을 이용해 매듭을 당겨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바늘에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여분의 나비바늘이 있을때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 안전을 위해 바늘을 포함한 '날개' 부분은 잡아떼어내고 쓴다는 분들도 있었다. |
다음으로,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팔을 압박하는 게 가능하다. 토니켓처럼 가늘고 길며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물이 뭐가 있지? 싶을때, '묶는다'는 기능적 측면에 착안해보면 자신이 목에 묶고 있는 넥타이를 떠올릴 수 있다. 묶인 매듭을 풀지 않고 그대로 빼서 팔에다 조여주는 거다.
토니켓 없을땐 넥타이가 왔다예요! |
기발한 제보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휴대폰 충전기로 묶는다는 회원이 있었다. 사무국 주희 간사였는데, 둘러보니 정말 휴대폰 충전기는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물건이었다. 역시 디지탈세대라 다른가...상관없나? 게다가 매듭법까지 신선했다.
그리고 쿠션이나 두루마리 휴지를 겨드랑이 사이에 껴 팔 아래쪽만 압박해도 완벽하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혈관이 도드라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제보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굳이 물건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혈관을 확보하는 고도의 기술! 입고 있는 셔츠 소매를 둘둘 말아올리면 자연스레 팔을 조여주게 된다. 게다가 팔에 힘을 줘 이두박근!을 팽창시키면 효과 만점. 셔츠 구겨지는 건, 뭐 감안하자.
▲ 셔츠를 입었을 때는 롤업(둘둘 말아올리기) 해서 팔뚝을 꽉 조여 혈관을 확보한다는 제보 |
또한 평소에도 혈관이 잘 나오는 축복받은 환우들은 주사부위를 최대한 아래로 낮추는 것 만으로도 '토니켓 저리가라' 싶은 울끈불끈한 핏줄을 만날 수 있다. 어릴적 친구들이 '힘줄 멋지다!'이라고 잘못말해도 굳지 '핏줄'이라고 정정해주지 않은 건 왠지 남자다움의 상징처럼 느껴져서 자랑스러웠던 그 혈관이 이제는 건강한 자가주사의 유리한 부분으로 작용한다니 손해는 안 보는 것 같다.
▲ 축복받은 혈관의 소유자! 최대한 주사부위를 낮춰, 중력을 이용해 혈관을 튀어나오게 하는 방법 |
자, 이렇게 여러 노하들이 공유됐으니 봐 넘기지만 말고 토니켓 없을때 성공룰을 높이기 위해 한가지 방법을 골라 써보거나 자신만의 개성있는 방법을 찾아내보자.
▲ 살아있는 토니켓...말도 한다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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