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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나노tip> 주사기 에어 활용법

기사승인 2017.03.26  19: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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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주사기, 공기를 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 하나 해볼까? 응고인자 주사제 중에 '딸기맛', '포도맛' 주사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약의 단위에 따른 포장박스의 색깔이 빨간색(250IU), 보라색(500IU)이어서 환우들끼리 웃자고 붙여 불렀던 애칭이었다. 약이 어떻다는 게 아니라, 약품에 대한 선택권이 나이로 제한되어 있었던 불과 몇해 전까지만도 고단위 제품들을 놔두고 최대 500IU 제품밖에 생산되지 않는 혈액제제만을 바라봐야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새삼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혈우사회 선배 구성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 거다.

출혈이 났을 때 딸기맛, 포도맛 주사약을 네병 다섯병 까서 맞으려면 준비하는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또 하나 귀찮았던 게 바로 주사기마다 쥐꼬리만큼 들어있는 공기방울이었다. 주사기를 갈아낄때마다 나비바늘까지 밀려들어간 공기를 다시 빨아들여서 딱밤(!)을 때려주고 행여나 혈관 속에 들어갈까 신경이 곤두섰던 생각이 난다.

그러다 떠오른 게, 이 애물단지 공기방울을 긍정적으로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먼저, 몇개의 주사기가 준비되던지간에 마지막 맞을 주사기에는 약간의 공기를 넣어두는 센스를 발휘하자. 그러면 주사를 다 맞고 바늘을 빼기 전, 그 공기를 이용해 나비바늘의 라인 안에 남은 주사액을 끝까지 밀어넣을 수 있다. 라인 안의 주사액을 넣기 위해 주사기를 나비바늘에서 뺐다가 '빠꾸'해서 다시 끼워 공기를 넣을 필요가 없는 거다.

   
▲ 주사기 안에 미리 넣어놓은 공기로 주사액을 끝까지 깔끔하게 밀어넣는 기술은 편리함을 넘어서, 버려질 수 있는 고농도 주사약을 알뜰히 사용함으로서 응고인자 활성도를 최대한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이때 주사기는 수직으로 세워 주사기 끝 약이 알뜰하게 들어간 후에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컨트롤하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진정한 고수들은 미리 주사기에 넣어놓는 공기의 양을 꽤 넉넉하게 채워 공기와 주사액의 경계를 명확하게 한다. 공기의 양이 적을 경우, 거품식으로 몽글몽글 뭉쳐있거나 경계가 모호해져 마지막에 라인 안에 주사액과 공기가 교차하며 들어가는 불상사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걸 정맥 속으로 넣자니 공기방울이 내 몸속을 돌아다닐 것 같고, 버리자니 약이 아까운... 혈우인 누구나 겪는 그런 딜레마가 생긴다.

그런 일이 없도록 위 방법을 숙지해 깔끔하고 빠르게 자가주사를 마무리해보자. 오늘 팁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서, 자칫 버려질 수 있는 고농도 주사약을 알뜰히 사용함으로서 자신의 응고인자 활성도를 최대한 높이는 건강관리 방법이기도 할 것 같다. 한방울의 약이라도 어찌 아니 소중한가! (드라마 같은데서 주사맞는 씬 보면 맞기 전 간호사가 공기빼느라 주사약을 공중을 향해 쭉 밀어내는 장면 많이 보는데, 우리 약을 그랬다간...후덜덜)

다행히 최근엔 약품의 선택폭도 모두에게 넓어지고 종류도 더 다양해졌다. 제도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제약회사간 경쟁이 유도되고, 더 편리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내놓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 혈우병치료제 생산회사인 녹십자에서 현재 '그린진F 2000단위' 치료제를 출시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고 말이다. 이밖에도 1500IU(애드베이트), 3000IU(진타) 등 다양한 단위의 다른 제품이 경쟁하고 있어 여러개의 주사기를 갈아끼우는 번거로움도, 주사기 안 공기 때문에 골치를 앓아야 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는 거 아닐까?

한가지 덧붙이자면, 한번씩은 그런 경험 있을 것이다. 주사를 놓기 시작할 때 실수로 나비바늘 안의 공기 빼는 걸 깜빡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이미 약은 절반 가까이 들어가고 있었던 경험! '혈관 속에 공기가 돌다가 심장에 무리를 주면 어떡하지?'하는 제법 의학적인 걱정부터 '공기땜에 내 몸이 풍선처럼 떠오르면 어떡하지?'하는 황당한 상상까지...

의료인에게 문의 결과, 1에서 2ml 정도의 공기는 혈관에 들어가도 폐에서 걸러지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 너무 격하게 고민하지 말고, 다음부터 그런 일 없도록 정신줄 챙기는 계기로 삼으면 그뿐이다. (물론 다량의 공기가 주입되면 폐출혈, 폐부종 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헤모라이프 객원기자단]

헤모라이프 객원기자단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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