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34
default_setNet1_2

녹십자, 혈우재단에 HCV감염환자 의무기록 요구

기사승인 2018.09.19  18:35:00

공유
default_news_ad1

- '제출하겠다' 재단 의견서에 혈우사회 공분

   
▲ 서초동에 위치한 한국혈우재단 부설의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혈우환자들을 진료하며 그들의 의무기록을 관리하고 있다.

혈우병 치료제 생산기업으로 잘 알려진 GC녹십자(사장 허은철)가 국내 혈우병 환자 지원단체인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이사장 황태주 / 재단의원 운영))에 환자들의 의료기록을 요구하고 재단이 이에 응해, 혈우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 

14년간 혈우병 환자들과 HCV(C형간염 유발 바이러스) 집단감염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녹십자홀딩스(변호인단 김앤장, 최상엽)는 지난 8월 7일 서울고등법원 담당 재판부를 통해, 한국혈우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소송참여 환우 30명의 의무기록과 혈액검사기록 일체를 제출하라는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다. 신청 내용에 의하면, 'HCV감염 이후 치료여부와 내용, 증상의 발현과 경과, 현 상태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신청이었다. 

재판부는 이에 8월 22일 한국혈우재단측에 '의견제출 요청서'를 발송했고, 혈우재단은 '해당 문서를 모두 소지하고 있고 신청된 문서를 임의로 서증으로 제출하겠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9월 7일 법원에 접수했다. 

   
▲ HCV감염 혈우환자들의 파기환송심이 계류되어 있는 서울고등법원의 9월 전경

이 사실을 알게 된 혈우병 환자와 가족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아무리 법원의 요청이라고는 하지만 민감정보에 속하는 환자의 의무기록과 검사기록을 본인 동의 없이 외부에 유출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우려이다. 일부 소송 참여 환자들은 재단에 직간접 항의를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혈우재단 송종호 전무(전 녹십자사 이사)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원에서 요청이 온 거라 어쩔 수 없다"면서 "자료가 취합되는대로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명령을 거부할 시 벌금을 내야 해서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환자들은 '설사 벌금을 내더라도 혈우병 환자들을 위해 일한다는 재단이 동의도 없이 환자들의 의무기록을 외부로 유출하는 게 말이 되냐'고 맞서고 있다. 또한 환자들은 의료기관(혈우재단 부설의원)의 의무기록이 민사소송법 상 문서제출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문서의 종류에 속하는지에 대해 법조계의 자문을 구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 한국혈우재단의 비전 (@재단 홈페이지)

이번 소식을 접한 소송 참여 환우 A씨는 "무조건 제출하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라고 입을 열면서 "문서를 제출해서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떠나, 오로지 혈우병 환자들의 치료와 복지를 위해서 운영되는 재단과 재단의원이 진료를 통해 얻게 된 정보를 녹십자가 요구한다고 넙죽 내주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혈우사회의 기형적인 구조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재단의 '포지셔닝'은 녹십자와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여기는 분위기다. 한국혈우재단은 91년도 설립 당시 녹십자사의 100% 출연으로 세워졌고, 매년 운영비의 90% 가량이 녹십자의 후원으로 충당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금액이 연간 35억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십자로부터의 작년 지원규모를 묻는 질문에 혈우재단 송종호 전무는 "결산내역을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으니 자료를 찾아보라"고 즉답을 피했으나 공지글에는 공개 기간이 지나 결산서 파일이 삭제되어 있어 구체적인 금액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이번 문서제출명령에 대해 환자 본인들의 동의를 구한 뒤 기록을 제출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검토해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 녹십자의 출연으로 1991년 혈우재단 설립당시 초대 재단 이사장은 故 허영섭 녹십자 회장이 맡았다. (@재단 홈페이지)

한편, 녹십자의 의도대로 재단이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의무기록이 법원에 제출된다 하더라도 이것만을 바탕으로 HCV감염 환자들의 발병 경과와 현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많다. 모든 감염 환자들이 혈우재단의원을 이용해 진료받거나 C형간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녹십자측에 유리한 정보만 취사선택되어 환자들에게 불리한 증거로 제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법 사상 유래없이 14년씩이나 이어져오고 있는 혈우병 환자와 치료제 제조회사 녹십자의 기나긴 싸움이, 태생적 편향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는 한국혈우재단의 '의무기록 제출의견'으로 인해 새로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1년을 끌다 2013년 마무리된 HIV(에이즈 유발 바이러스) 감염소송에 이어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혈우사회의 뿌리깊은 갈등요소인 이번 HCV사태가 어떤 과정으로 결론을 향해 갈지 전체 한국사회의 지금의 관심이 결코 지나쳐보이지 않는다.

   
▲ 현재 GC녹십자와 한국혈우재단은 애초 녹십자의 소유였던 서울교대 앞 한 빌딩에서 함께 운영되고 있다.

<혈우병 환자 HCV집단감염 소송이란?>
- 90년대 초반까지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혈액유래 혈우병 치료제로 인해 당시 국내 혈우환자의 절반에 가까운 650여 명이 C형간염바이러스(HCV)에 감염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이 중 102명의 환자가 치료제 제조사인 녹십자사를 비롯해 대한적십자사,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2004년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
- 1심에서는 소멸시효 완성 등의 사유로 2007년 '원고패소' 판결, 2심(원고 77명)에서는 인과관계와 시효가 일부 인정되어 2013년 '원고 일부승소' 판결함.
- 이어진 대법원 3심(원고 44명)은 환자들의 주장을 더 폭넓게 받아들여 제조사의 과실 부분을 다시 검토하라며 2017년 말 '원고 승소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
- 이 과정에서 나머지 두 피고였던 적십자사에는 직접적인 수혈로 인한 감염사례 1건에 대해서만 배상판결이, 대한민국 정부는 무죄판결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이 소송은 녹십자와 환자들의 공방으로 남겨진 채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류되어 있음.

[헤모라이프 유성연 기자]

 

유성연 기자 tjddus@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추억의 사진관

1 2 3
set_P1

뷰티풀 라이프

1 2 3
item58

멍텅구라박사의 가상세계

1 2 3
item60

여기는 여름캠프

1 2 3
item61

브라보 마이 라이프

1 2 3
item59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