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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혈우병 환우 등에 '칼' 꽂나?

기사승인 2018.07.04  22: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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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년 걸친 C형간염 소송비용액확정 '최고서' 보내

   
▲ 법원에서 102명 혈우환자의 가정으로 발송한 소송비용액확정 최고서

대한적십자사(회장 박경서)의 행태에 혈우병 환자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중증 혈우병 환자 A씨는 7월 2일 집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온 한통의 등기우편을 받았다. 법원에서 온 것이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 본 봉투 안에는 '2018카확***** 소송비용액확정'이라는 사건명과 함께 '최고서'라는 낯선 제목이 적힌 종이뭉치가 들어있었다. A씨는 알듯말듯한 법정용어들로 쓰여진 총 열 장의 통지문을 몇 번이고 읽고 나서야 그것이 적십자사가 자신을 포함해 C형간염 소송에 참여했던 혈우환자들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내용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 금액은 자그마치 7천5백만원에 달했다. 벌렁이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함께 소송에 들어갔던 다른 환자들과 혈우병 환자단체 한국코헴회에 전화로 확인해보니 자신과 같은 상황을 마주한 환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사건은 무려 14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0년대 초반까지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혈액유래 혈우병 치료제로 인해 당시 국내 혈우환자의 절반에 가까운 650여 명이 C형간염바이러스(HCV)에 감염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이 중 102명의 환자가 치료제 제조사인 녹십자사와 혈액관리의 소홀을 근거로 대한적십자사,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1심에서는 소멸시효 완성 등의 사유로 2007년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고, 2심(원고 77명)에서는 인과관계와 시효가 일부 인정되어 2013년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대법원 3심(원고 44명)은 환자들의 주장을 더 폭넓게 받아들여 제조사의 과실 부분을 다시 검토하라며 2017년 말 '원고 승소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제조사 외 나머지 두 피고였던 대한민국 정부는 무죄, 적십자사에는 직접적인 수혈로 인한 감염사례 1건에 대해서만 배상판결이 내려지면서, 2018년 들어 사실상 이 소송에서 정부와 적십자사는 손을 털고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적십자사가 13년간 이 소송을 방어하며 '지출'한 소송비용, 즉 변호사비와 송달료 및 인지대 총 74,861,991원을 확정하는 신청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6월 19일 접수했고 법원은 이 내용을 등기우편으로 1심 참가자 102명 전체에게 발송한 것이다. 이 최고서를 통해 법원은 '피신청인(환자들)은 이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이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환자 102명 중에는 14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간질환으로 사망에 이른 경우도 다수 있고, 우편물이 2004년 당시 파악된 주소로 발송되어 본인이나 가족이 수취하지 못하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1심에 참여했다가 지지부진하고 허무하게 패소해 항소심, 상고심을 포기한 환자들의 경우엔 10년 넘게 힘겹게 잊고 지낸 소송으로 인해 다시 날벼락을 맞게 된 상황이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 4일까지의 최고서 송달현황. 원고들의 14년 전 주소로 발송되어 송달률이 크게 저조함을 보아서도 HCV 사건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왔는지를 알 수 있다.

이에 환자측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정률 우굉필 변호사는 "당황스럽지만 대응할 수 있는 답변서를 준비하고 있고, 코헴회와 협의하면서 몇가지 방법을 고려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적십자사가 이 감염문제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분노스럽다"면서 "적십자사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HCV감염 환자들의 권리회복을 위해 'HCV위원회' 활동을 시작한 환자단체 한국코헴회도 이번 적십자사의 소송비용 관련 조치에 대해 곧 항의공문을 보내고 관련인들과 긴밀히 협의해 대응활동을 전개할 것을 시사했다.

소송비용 관련 사건을 오랫동안 담당했던 한 법원 관계자는 "소송비용 분담 문제가 본소송 못지 않게 심각한 사안이다"라고 우려하면서 "일단 이 소송비용액확정 신청을 통해 적십자가 지난 심급별 소가(원고청구액)에 따른 최대 변호사 보수금액을 책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1심~3심 참가여부와 구체적인 소가에 따라 법원이 환자 개인마다 다른 금액을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법원은 최고서 후반부에 심급별 소송비용 부담 결정의 형태에 따라 자료를 상응한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환자 A씨는 "난 대법원까지 가서도 간염치료를 받은지 10년이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패소하고 법이 아무것도 보호해 준 게 없는데 적십자가 이렇게까지 나오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또 그는 "혈액과 혈장약품 둘 다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마당에 적십자가 정말 책임이 없냐"고 반문하면서 "얼마 전까지 적십자도 혈우병약을 수입판매하다가 약품이 철수하니까 이제사 혈우병 환자들 등에 칼을 꽂는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그런데 적십자측이 법원에 제출한 변호사 보수액은 법원 홈페이지 상 심급별 원고소가보다 많게는 열 배 이상 높은 소가를 기준으로 책정한 보수액이어서 그 근거에 대한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게다가 해당 소가는 환자들이 적십자만을 대상으로 청구한 것이 아니라 제조사와 대한민국 정부를 포함한 세 곳의 피고를 상대로 공동책임을 따졌던 것이기에 이번 적십자사의 소송비용액확정에 대해 다시 차근차근 짚어봐야 한다는 의견도 혈우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적십자사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추가적인 취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적십자와의 소송비용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고 남아있는 HCV 파기환송심과 새로운 환자들의 2차소송(부산지방법원 26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번 파장에 혈우사회의 뜨거운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위기가정을 돕습니다'라는 홈페이지 메인배너 문구가 무색하게 좌상 팝업창에는 최근 회식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적십자사 박경서 회장의 사과문이 게재되어 있다. 혈우환자와 가족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슴을 치고 있다. (클릭하면 홈페이지 연결)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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