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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톡톡] 태극마크 현수 군 “행복한 것 먼저 해보자”

기사승인 2017.09.07  0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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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를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준, 사랑하는 우리 엄마”

   
▲ 바르셀로나 경기장 안에서

여기. 축구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스무 살을 갓 넘은 혈우청년이 있다. 이 청년은 삶의 1순위를 “행복한 것을 먼저 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력이나 명예도 아닌 ‘행복’을 꼽았다.

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지닌 오늘의 주인공 현수 군. 그가 유럽여행을 떠나기 전 “내 자신을 변화 시켜서 오자”는 목표를 세우고 글로벌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과연 현수 군이 체험하고 온 변화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그의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 베니스 부라노섬에서

“안녕하세요. 용인대학교 특수체육과에 재학 중인 2학년 강현수(9인자 중증. 21세)입니다. 부모님이 계시는 집과 학교의 거리가 멀어서 학교가 있는 용인 주변에서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공하고 있는 특수체육과는 장애아동을 중점으로 체육활동을 교육시키면서 신체적인 발달을 도모해주는 쪽으로 배우고 있어요. 목요일이면 강의가 끝나기 때문에 금요일에 부모님이 계시는 서울에서 일요일 오후까지 있다가 저녁에 다시 용인으로 내려오곤 합니다.”

유기자 : 학교생활은 어때요?

현수군 : (특수 체육과는) 제가 가고 싶었던 학과라서 처음에 기대를 되게 많이 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까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 점이 많아요. 하지만 2학년이 되면서부터는 1학년 때보다 심적으로 많이 여유로워진 거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특수교사가 되는 것이라서 지금은 임용고시를 준비해야 해요. 그래서 지금부터 임용고시를 볼 수 있도록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 저의 여행 채비에요.~
   
▲ 베니스 바포레토 안에서

유기자 : 이번에 유럽여행을 한 달 동안 다녀왔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현수군 : 네. 그동안 제가 살면서 장기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는 분들이 여행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을 SNS에 올리시고 그러시던데 그럴 때마다 사진을 보면서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침 페이스북에서 ‘여행 장학생을 뽑는다’는 걸 보게 됐어요. 한번 신청해 볼까? 라는 생각으로 신청을 해봤는데, 거기에 뽑히게 된 거에요. 왕복 항공료 외에도 추가 경비로 150만원을 지원해 줬거든요. 그래서 제가 계획을 짜서 유럽여행을 한 달간 다녀오게 됐어요.

유기자 : 여행 준비는 어떻게 했어요? 힘들었던 점은?

현수군 : 제가 축구를 하고 있는데요. 여행을 가기로 결심하고 나서는 축구를 평소보다 조금 덜하면서 몸 관리를 했어요. 그리고 여행을 혼자 가본 적도 없고, 영어를 잘 하는 편도 아니어서... 사실 그냥 모든 게 다 걱정이었어요. 하지만 일단은 한번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순조롭게 잘 되서 여행지에서도 큰 불편은 없었어요.

   
▲ 레알마드리드 홈에서
   
▲ 이탈리아 친퀘테레섬에서

유기자 : 혼자 여행 간다고 했을 때 어머니의 반응은?

현수군 : 엄마도 처음에는 걱정이 되셨겠죠. 그래서 ‘안가면 안돼냐’며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그래도 제가 한번 맘을 먹으면 고집이 좀 센 편이라서(하하) 뭐든 한번 마음먹으면 잘 바꾸지를 않는다는 걸 엄마도 알고 계시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허락을 해주셨어요. 여행 가는 날까지 걱정을 하시다가 여행지에서 제가 탈 없이 잘 다니는 것을 보시고는 응원 해주셨어요.

유기자 : 여행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현수군 : 처음 도착해서 숙박을 한인민박에서 할 계획이었는데, 제가 축구를 좋아하다보니까 경기를 보려고 숙소를 바르셀로나로 옮겼어요. 그곳엔 한인민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호스텔에서 1박을 했죠. 그곳은 다 외국인들이었고 한국인은 저 밖에 없었어요. 한 방에서 여러 명이 함께 묵게 됐는데 혹시나 도난 당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죠. 잠들기 전까지도 계속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고 그랬어요(하하), 그런데 한 분이 저에게 먼저 다가오더니 ‘같이 술 마시자’고 하더라고요. 어떨결에 같이 어울리게 됐죠. 그러면서 대화를 나눠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모두 착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때부터 편견이 사라지게 된 거 같아요.

   
▲ 바르셀로나 호스텔에서 사귄 외국친구들

유기자 : 어학연수나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환우에게 조언 한마디?

현수군 : 환우들 중에서 건강상태가 좋은 분들의 경우에는 예방만 잘하면 무리가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반면에 건강상태가 조금 안 좋으신 분들은 혼자 여행하기엔 좀 버거울 거 같아요. 누군가가 동행인이 되어서 옆에 꼭 있어 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응급상황 정보도 미리 파악하고 준비해두면 도움이 될 거 같아요. 혈우병 치료제가 있는 곳이나 응급연락처 같은거요.

유기자 : 이번 여행을 계기로 얻은 게 있다면?

현수군 : 네. 저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고 성격도 내성적이거든요. 자신감도 많이 부족했었는데 이번에 혼자서 여행을 다녀온 후에 ‘내 스스로도 이런 걸 할 수 있었구나’라는 걸 알게 되니까 제 자신이 정말 뿌듯하고 자신감이 많이 생긴 거 같아요. 제가 뭔가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해도 이제는 자신 있어요. 여행 전에 ‘내 자신을 완전히 변화를 시켜서 오자’라는 생각을 갖고 떠났는데, 여행 갔다와보니 제 스스로가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런게 경험에서 오는 거 같아요. 앞으로도 또 다른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부 때문에, 일 때문에, 여행을 잠시 미뤄두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런 것들이 1순위가 아니라, 하고 싶은 거~ 행복한 거~ 이런 것을 먼저 해보고 그 다음에 돈을 벌어도 안 늦을 거라”는 거요.

   
▲ 위에는 레알마드리드 밑에는 바르셀로나 경기장입니다~ ^.^

유기자 : 장애인축구단에서 선수로 활동한다고 들었는데요?

현수군 : 네. 국가대표는 고3 때부터 선발됐어요. 그때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게임에 출전해서 매달을 따기도 했어요. 그 덕에 지금의 용인대에도 들어올 수 있게 되었구요. 스무 살 때도 국가대표로 활동 했구요. 그러다 올해 5월에서 7월말까지 터키에서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 대회에 참가해서 시합을 치루기도 했어요. 그때 상대편 터키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우리나라와 수준차이를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그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혈우병 치료제도 매일 맞아야 했고요. 그때 약 준비하는 과정도 힘이 들고 혈관에도 흉터가 많이 생기기도 했고요. 그리고 운동 중에 조금만 다쳐도 남들에 비해서 재활 기간도 길어지고 그랬죠. 제 꿈이 특수교사이기 때문에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는 이론공부에 더 매진을 해야 할 거 같아서 공부에 매진하려고 국가대표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축구는 취미생활 정도로만 하려고요. 지금은 국가대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는 참가하고 있어요.

   
▲ 국가대표 단체사진이에요~ 저를 찾아보세요 ^^

유기자 : 장래희망이 장애인 특수교사라고 했는데 그 이유가 뭔가요?

현수군 : 간단하게 생각했어요.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제가 좋아하는 게 체육과목인 것을 생각해서 장애와 체육을 합친 특수체육이라는 게 저하고 잘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는 특수교사도 가능하고 복지관에서 일을 할 수 있고요. 그래서 저한테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거 같았어요. 그리고 저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열심히 잘 가르쳐 줄 수 있을 거 같은 확신이 들었고. 그래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유기자 : 현수에게 엄마란?

현수씨 : 저에게 엄마는 말로는 표현을 할 수 없는... 저를 정말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준 분이세요. 제가 정말 많이 존경해요. 솔직히 엄마가 저 때문에 많이 힘들다는 걸 알고 있는데... 제가 그 힘든 것을... 속만 썩이고... 그러다보니까 그게 제일 죄송하면서도... 많이 감사해하고 있어요.

유기자 : 엄마랑 의견차가 있을 땐 어떻게 해결해요?

현수군 : 시간이 좀 지나면 제가 엄마한테 다가가서 미안하다고 먼저 빌어요.(하하) 그러면 엄마도 웃으시면서 받아주세요.^^

   
▲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이에요~ ^.^ 엄마랑 동생이랑~
   
▲ 파리 에펠탑 앞에서~ 멋있죠?

현수 군과의 대화가 끝난 후, 나도 현수 군처럼 “과연 혼자서 여행을 할 수 있을까?”라는 자문을 던져봤다. 글쎄? 여행에 대한 두근거림보다 두려움과 걱정이 먼저 떠올랐다. 더구나 외국은 커녕 국내 여행도 혼자 다녀본 적이 없는데...

외모에서 앳된 모습을 보였던 현수 군이지만,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의 말 속에는 ‘자신감 넘치는 미래’가 엿보였다. 장애를 전화위복 삼아 ‘특수교사’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현수 군. 그의 목표처럼 푸른 그라운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화이팅 강현수!

[헤모라이프 유성연 기자/ 사진=하석찬 기자]

   
▲현수 군과 유기자랍니다. ^^ 든든해 보이는 현수랍니다~

 

헤모필리아라이프에서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거나 여행, 출장, 유학 등의 이유로 바다 건너에 나가는 혈우환우들의 이야기를 묶어 <글로벌톡톡> 코너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이 해외 일정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현지 혈우병 환경은 어떠한지, 드넓은 세상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글과 사진을 통해 멀리서나마 함께 공감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유성연 기자 tjddus@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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