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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인자(non-factor)응고제제 및 기타 새로운 치료와 혈우병 치료의 미래

기사승인 2018.10.22  12: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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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병 전문의 유철우 교수 칼럼

   
▲ 최근 출시중인 비(非)인자(non-factor)응고제제들은 피하주사 형태로 투여가 가능하다.

예방요법을 정맥주사로 시행하고 있는 혈우병 환자들에 피하주사는 꿈과 같은 이야기였을지 모른다. 또한 항체 환자(8인자나 9인자에 대한 항체를 가진 환자)들의 출혈을 예방하는 예방요법이, 그것도 피하주사로 가능할 수 있다는 것도 꿈과 같은 이야기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꿈이 아니다. 벌써 국외의 몇몇 나라에서는 항체 환자들에게 올해(2018년)부터 꿈과 같은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에미시쭈맵(Emicizumab, 상품명 Hemlibra)이라는 새로운 약재가 이러한 꿈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작년 FDA의 허가를 얻은 후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나라에서는 항체 환자들의 예방요법에 피하주사제로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어, 항체 환자들에 신세계를 열어 주고 있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에는 항체를 가지지 않은 8인자 환자에게도 사용될 수 있게 FDA의 허가를 획득하여, 내년에는 몇몇 나라의 8인자 중증 환자들의 예방요법에 1주에서 최대 4주 간격으로 피하 주사하여 효과적으로 출혈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뿐 만이 아니다 에미시쭈맵보다 조금 임상시험이 늦고 있으나, 성공한다면 8인자, 9인자 혹은 항체 환자 등 혈우병의 종류와 항체 여부에 상관없이 예방요법이 필요한 모든 혈우병 환자에 4주 간격으로 피하 주사하여 예방요법이 가능한 피투시란(Fitusiran)이란 약제가 마지막 3상 임상시험 중에 있으며 내년 후반기에는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피하주사제로 가장 임상시험이 늦은 콘시쭈맵(consizumab) 등의 항조직인자단백질(TFPI; Tissue factor protein inhibitor)에 대한 항체(Anti-TFPI Ab)도 몇몇 회사에서 현재 1상 혹은 2상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내년에는 마지막 임상 시험인 3상 임상시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약제 역시 피투시란과 같이 혈우병의 종류, 항체 유무와 상관없이 혈우병 환자에 매주 피하주사로 예방요법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투시란에 대한 임상연구는 현재 본인의 병원(을지대학병원)에서 2명이 올해 10월부터 3상 임상시험에 참여 중이며, 10월 말에는 약 5~10여 명의 다양한 혈우병 환자들이 항조직인자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투여하는 2상 임상 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다. 따라서 내년 초에는 국내에서도 두 약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드문 질환인 혈우병에 대한 임상시험은 대부분 작은 규모로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할 수 밖에 없어 비록 가장 권위 있는 미국의 FDA에서 사용이 허가 되었다 하여도 시판 후 조사 등으로 그 안전성이 확인 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에미시쭈맵의 등장으로 최소한 8인자 환자와 8인자 항체 환자들의 예방요법에서 고통스럽던 정맥주사 시대는 지나가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예방요법은 혈우병 환자의 출혈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나, 빈번한 정맥주사의 어려움으로 그 시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피하주사제의 등장으로 이러한 장애가 극복되어 혈우병 환자들의 삶의 질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8인자 제제(반감기 연장제제 포함)가 가지는 최저 활성도(혹은 골 활성도)의 한계를 극복하여 이론적으로는 에미시쭈맵(혹은 피투시란)으로 예방요법이 시행될 경우 10~15% 정도의 활성도가 유지 될 수 있어 스포츠 활동을 포함한 일상적 활동에 제약을 받는 일이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 약제는 혈액응고인자 8인자나 9인자 자체이거나 조금의 변형체인 기존의 8인자, 9인자 농축제제와는 다른 특이한 항체 혹은 리보핵산으로 8인자 혹은 9인자의 결핍이 있어도 혈전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이들을 총칭하여 비(非)인자(non-factor)응고제제로 부르고 있다. 에미시쭈맵은 8인자의 역할을 대신하여 9인자와 10인자를 결합할 수 있게 하는 항체이며, 항조직인자단백질에 대한 항체도 항조직인자단백질을 억제하는 항체로 이로 인해 혈전생성에 중요한 인자인 조직인자의 활성화가 출혈부위에서 유지되어 8인자, 9인자를 통하지 않아도 지혈이 이루어 질 수 있다. 항체는 피하 주사가 가능하며 2~4주의 반감기를 가질 수 있어 약제의 반감기만 고려하면 최대 4주 간격으로 투여가 가능해 진다. 

   
▲ 8인자를 대신해 9인자와 10인자를 결합시키는 헴리브라의 작용원리

피투시란은 이들과 달리 항체가 아니며, 유전자로부터 단백질 생성에 필요한 전달 리보핵산(RNA)을 억제하는 간섭 RNA로서, 피투시란은 항트롬빈(Antithrombin)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간섭 RNA이다. 항트롬빈은 혈전 생성에 필요한 최종 혈액응고인자인 트롬빈과 10인자를 억제하는 혈전생성억제인자로서 항트롬빈의 혈중 농도가 감소하면 트롬빈과 10인자의 활성을 증가하여 전체적인 혈전생성 능력이 증가하며, 8인자 혹은 9인자의 결핍이 있어도 혈전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선천성 항트롬빈 결핍 환자들에는 혈전생성 능력이 증가되어 있고 이로 인해 혈전 합병증이 잘 발생된다. 

   
▲ 피투시란의 혈액응고기전 과정을 표현한 모식도

이들 비(非)인자(non-factor)응고제제는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과 단점 혹은 주의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모두 피하주사가 가능하며, 반감기는 2~4주이며, 예방요법에만 사용된다. 
둘째 피하 투여 시는 즉시 최대 효과를 나타내지 않으므로 출혈 시 치료와 수술 시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출혈과 수술 시에는 기존의 8인자, 9인자제제 및 우회인자를 정맥으로 투여하여야 한다. 
셋째 8인자 9인자가 아니므로 8인자나 9인자 활성도를 측정하여 효과를 추적 검사할 수 없으며, 혈전능력을 전반적으로 측정하는 글로벌 어세이(TEG나 TGA)로 혈전능력을 평가할 수 있으나 이들 검사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고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참고로 에미시쭈맵의 권고되는 용량으로 투여 시 유지되는 혈전생성능력은 TGA로 평가한 결과 8인자 활성도 10~15% 수준이다.
넷째 에미시쭈맵, 피투시란 모두 임상시험 중 혈전 합병증이 특히 항체 환자에서 발생되어 혈전 합병증의 위험도가 있다. 이러한 위험도가 기존의 8인자, 9인자제제에 비해 높은지는 향후 임상연구와 시판 후 조사 등에서 확인되어야 하나, 에미시쭈맵은 항체 환자에서 이 약제로 예방요법을 하는 환자에서 출혈 시 특히 활성화프로트롬빈복합체(aPCC, 상품명 훼이바)를 투여할 경우 혈전합병증의 위험을 제품설명서에 주의사항으로 명기하고 있다. 피투시란 역시 2상 임상시험 중 혈전합병증을 보고한 바 있으며, 임상시험 중 출혈이 발생할 경우 혈전합병증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기존약제들의 용량을 조절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혈전합병증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상기한 바와 같이 혈전능력을 평가할 쉬운 방법이 없으며, 따라서 비인자응고제제로 예방요법을 시행하는 환자들은 출혈과 외상 시 응고제제 투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가능하면 담당 주치의, 혹은 전문간호사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상기한 약제들은 투여 후 일정시간 후에는 안정된 농도가 유지되어 기존 예방요법이 가지는 시간에 따른 활성도의 차이(Peak and valley)를 나타내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 제제로 예방요법 시 높은 농도가 유지되는 동안 외상으로 인한 출혈이 예방되는 기간이 소실되며, 격렬한 스포츠 활동 전 등에 필요 시 예방적 투여를 하는 경우에는 비인자응고제제로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상기한 몇 가지 중요한 단점과 주의점에도 불구하고 이들 약제는 혈우병의 정맥주사 시대를 뒤로하고 혈우병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이미 시판된 약제는 이러한 미래를 보여주며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가까운 미래의 혈우병 치료를 예상해 보면, 중증 환자(임상적으로 중증인 중등증 환자 포함)는 예방요법으로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비인자응고제제를 1~4주 간격으로 투여하는 치료가 자리잡을 것이며, 출혈과 수술 시에만 기존의 8인자 9인자제제와 우회인자가 정맥투여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중등증 및 경증 환자의 경우에는 예방요법의 적응이 되지 않으니(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계속 출혈과 수술 시 기존의 제제들을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역설적이게도 질환이 더 중한 환자들의 삶의 질이 수월한 예방요법을 통하여 관절증이 예방되어, 경한 환자보다 더 나을 수도 있는 결과가 초래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가지 다른 치료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유전자 치료이다. 한마디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으나 완치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 같다. 아직까지는 목표 활성도가 정상치에 도달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주로 사용하는 유전자 전달 벡터 바이러스(AAV; Adeno Associated Virus)의 특성으로 전달된 정상 유전자가 염색체 밖에서 발현되므로 항구적 발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장기간의 간독성 등 유전자 치료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아직 유전자치료의 성공 발표 후 추적기간이 짧아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의 과거 실패를 돌아보면 현재 진행되는 유전자치료의 결과는 놀라운 것이며, 상기한 의문과 우려를 극복한다면 최선의 치료가 될 수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하주사에 적응하여 환자들의 유전자치료에 대한 필요욕구가 감소되지 않는 한, 유전자치료의 임상시험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기존 8인자, 9인자 혹은 7인자의 변형체의 피하주사에 대한 임상시험이다. 이는 피하주사가 가능하며, 8인자 혹은 9인자 활성도를 측정하여 효과와 혈전 생성 위험성을 쉽게 평가할 수 있으며, 출혈과 수술 시에도 같은 약제로 조절할 수 있어 비인자응고제제의 단점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직 1상 임상시험 혹은 전임상 시험 단계에만 있다. 

마지막으로 의학적 우려가 아닌 한가지 우려에 대해 언급해 보려 한다. 안타깝게도 이들 대부분의 신약들은 국내의 제약사가 개발한 약이 아니며, 따라서 수입약으로 약가에 대한 우려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단지 우려에 그칠 가능성도 있어 자세한 언급은 피하고 싶으며, 모쪼록 환자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이러한 약제들이 의학적 요인 이외의 요인에 의해 방해 받지 않고 우리 환자들에게 가까운 시일 내 원활히 사용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정맥주사는 힘든 일 이니까… 

   
▲ 2018 세계혈우연맹총회에서 발표 직후 언론인터뷰를 갖고 있는 유철우 교수

2018년 10월 22일 
유철우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유철우 ycw1@eulj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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