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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혈우병 예방요법, 2012년 까지 10년간의 결과와 몇 가지 회상

기사승인 2018.12.08  23: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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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지대병원 유철우 교수 칼럼

   
▲ 유철우 교수

올해 11월에 혈우병의 대표적인 학술지인 Haemophilia 학술지에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대전 을지대학병원에서 예방요법을 시행 받은 A형의 중증혈우병(혈액응고인자 8번 선천성 결핍증) 환자들의 예방요법의 효과에 대한 논문이 개재되었다(Haemophilia. 2018;1–8. Chur Woo You). 비록 단일 병원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나 한국의 혈우병 예방요법의 방법이 심사평가원의 규제된 용량으로 동일하게 시행되고 있으므로 한국의 예방요법을 대표한 결과라 하여도 크게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몇 가지 감회가 있으나 먼저 그 내용을 소개하려 한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2013년 이후 심사평가원의 혈액응고인자 처방량 규제가 조금 완화되어 실제 예방요법을 위한 사용량은 2013년 이후 증가하였으나 이 논문은 증가 전의 용량으로 시행한 결과에 대한 논문이라는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서론

대부분의 혈우병 환자들은, 특히 중증의 혈우병 환자들은 예방요법을 시행하지 않으면 반복적인 관절출혈로 인해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면 한 개 혹은 그 이상의 관절에 관절염과 관절 장애가 발생되어 신체 활동에 제약을 받으며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 그림1] 을지대학병원의 A 형 중증 혈우병 환자의 출혈 시 치료만 시행 시의 나이에 따른 관절염의 악화 경과. 약 20대 초반에 관절염으로 한국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관절점수(P.score) 13점이 되어 이후 삶의 질이 나빠지며, 이후 관절염은 더욱 악화되어 30대 초반에는 한 개 혹은 그 이상의 관절장애로 독립적 생활이 어려운 관절점수인 20점에 도달하게 된다.

그림 1은 을지대학병원의 중증 A형 혈우병 환자들이 예방요법을 시행 받지 못하고 출혈 시에만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치료(출혈 시 치료)만 시행할 때의 나이에 따른 관절염의 악화를 조사했던 내용을 그래프로 표시 한 것이다. 그림 1. 에서 보여 주는 바와 같이 약 20대 초반에 관절염으로 한국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관절점수(P.score) 13점이 되어 이후 삶의 질이 급격히 나빠지며, 이후 관절염은 더욱 악화되어 30대 초반에는 한 개 혹은 그 이상의 관절장애로 독립적 생활이 어려운 관절점수인 20점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에서 예방요법이 널리 시행되게 된 것이 약 10년 정도 되었으니(2007년 이후 부터로 생각된다) 그 이전의 중증 혈우병 환자 대부분은 이러한 경과를 보이고 있었으며, 30대 후반 이후의 성인 환자들은 대부분 관절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따라서 이미 관잘 장애가 온 환자는 어쩔 수 없더라도 그 이전 단계의 환자들에는 관절염의 악화를 가능한 지연시켜야 하였으며, 더욱이 어린 환자들에서는 관절염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였다. 이는 오직 예방요법으로 관절 출혈을 예방하여야 가능한 일이었다. 

혈우병 환자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관절염 합병증은 관절 내 출혈로 관절 내 고인 혈액의 염증성 반응에 의하여 발생하며, 관절 내 출혈이 반복되면서 관절염은 점점 나빠지게 된다. 이러한 합병증은 관절 출혈 횟수를 줄여주면 그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으며, 또한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시작하면 관절염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혈우병 환자의 부족한 8번 혹은 9번 혈액응고인자를 출혈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한 간격(2일 혹은 3일)으로 투여하여 8번 혹은 9번 혈액응고인자의 혈중 최저 활성도를 1% 이상으로 유지하면, 최소한 자연 관절 출혈(외상없이 발생되는 관절 출혈)은 예방 가능하여 관절염의 진행속도를 최소화 하거나 관절염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치료법을 예방요법이라 하며 중증 혈우병 환자의 우선적 치료로 1995년에 WHO에서 권고되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일은 힘들며, 또한 혈액응고인자 농축제제가 고가(高價)여서 많은 비용이 들어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시행하기가 어려웠다.

한편 2005년 당시 한국의 심사평가원은 혈우병 환자의 치료로 '출혈 시 치료'만 허용하고 있었고 예방요법은 인정하지 않고 있었으며, 사용량도 혈우병 A(선천적 8인자 결핍혈우병) 환자들에게는 1달(4주) 최대 체중 Kg 당 25유닛을 10회 처방할 수 있는 양으로 제한되어 있었다(년간 최대 사용량 2,400 유닛에서 3,000유닛의 8인자농축제제). 이 용량은 중증 혈우병 환자에게 8번 혹은 9번 혈액응고인자의 혈중 최저 활성도를 1%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최소량 3,500~4,500 유닛에는 미치지 못하는 용량이었다. 그러나 출혈 시 치료로는 출혈을 예방할 수 없고 따라서 관절염을 예방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제한된 용량을 '출혈 시 치료'로 사용하는 것보다 예방요법으로 전환하여 사용하는 것이 적어도 소아와 청소년 환자에는 꼭 필요하였다.

하지만 충분치 않은 용량으로 예방요법을 시행 할 수 밖에 없어 이들 중증 환자의 자연관절출혈을 완전히 예방할 수 없어 조금의 관절염의 발생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부족한 용량이나 예방요법을 시행하면 관절 출혈의 횟수는 줄일 수 있어 관절염이 이들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게는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고, 또한 [그림 2]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이전의 연구에서 관절염 점수(Pettersson score)가 13점 이하로만 유지되면 관절염이 이들의 삶의 질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 파악되었다(You Chur Woo. Haemophilia. 2013;19:637‐641, 그림 2)

   
▲ 그림 2] 혈우병 환자의 관절염의 진행과 이에 따른 삶의 질의 변화. 관절염 점수(P. score) 13점 이후 삶의 질의 여러 요소들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연구 방법

따라서 예방요법을 통해 관절 출혈을 줄여 최소한 평생토록 관절염 점수 13점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러한 목표로 2005년 국내 보험기준에서 출혈 시 치료만을 위해 허용한 용량으로 2005년부터 예방요법을 대전을지대학병원의 다양한 연령의 중증 혈우병 환자 42명에 시행하였다. 나이에 관계없이 체중 Kg 당 20~25유닛의 용량을 1주에 2번 투여 하는 예방요법이 2005년부터 시행되었고, 예방요법 중 관절 출혈이 목표(70%이상 감소)보다 줄지 않을 경우에는 체중 Kg 당 20유닛의 용량을 1주에 3번 투여 하였으며 시행 약 10년 후인 2015년에 목표를 달성 하였는지를 평가하였다. 

   
▲ 그림 3] A형 중증 혈우병 환자의 예방요법 시 관절염의 진행(검은 선)과 이후 관절염의 예상 진행 시뮬레이션(청색 점선). 청색 선은 예방요법을 시행하지 않을 때의 나이에 따른 관절염의 진행을 나타냄. 가로선은 나이, 세로선은 petterssone score(P. score)로 나타낸 관절 점수. 13점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관절점수이며, 20점은 관절 장애로 독립적 생활이 어려운 점수임. 관절염의 예상 진행 시뮬레이션(청색 점선)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약 16세 이전에 예방요법이 시행된 경우 관절염이 조금씩 진행하지만 그 속도가 출혈 시 치료 보다 약 11배나 감소하여 일생 동안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관절염(P.score 13)으로 진행되지 않음을 보여 준다.

결과와 논문의 의의

그림 3]은 연구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청색선은 예방요법을 시행하지 않을 때의 나이에 따른 관절염의 악화를 보여주며, 검은 선은 예방요법 시작 나이에 따른 관절염의 진행을 보여준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예방요법을 시행하면 관절염의 진행 속도가 시행하지 않는 경우보다 크게 감소(대략 11배)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는 예방요법 시행 전보다 관절 출혈 횟수가 평균 70%나 감소하기 때문이었다. 관절염의 진행은 예방요법을 시작한 나이가 어릴수록 늦었으며, 약 5세경에 예방요법을 시행한 경우 진행속도(ΔPʹ/year)가 가장 낮아 이 속도가 유지되도록 지속적인 예방요법을 시행하면 이 환자들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관절점수인 (P.score) 13점에 도달할 때까지 279년이나 걸려 평생토록 조금의 관절염은 있으나 이로 인해 삶의 질에는 영향을 받지 않고 살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또한 평균 연령 16세경에 예방요법을 시작한 경우도 관절점수 13점에 도달할 때까지 89년이나 걸려 평생토록 조금의 관절염은 있으나 이로 인해 삶의 질에는 영향을 받지 않고 살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나이에서 예방요법을 시행한 경우는 이러한 목표에 도달할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본원(을지대학병원)에서 시행된 예방요법은 구미의 부유한 국가에서 표준치료로 제시되고 있는 고용량 예방요법에 비해 적은 용량이었으나 16세 미만의 중증 혈우병 환자에 시행될 경우 일생 동안 혈우병으로 인한 관절염이 이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 

본 논문은 첫째 한국의 혈우병의 예방요법에 대한 장기간 관찰 결과를 최초로 보고한 논문으로 의의가 있으며, 둘째 경제적 이유로 고용량 예방요법을 시행할 수 없는 국가들에 삶의 질 악화의 예방과 유지라는 혈우병의 예방요법의 목표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였으며, 셋째 실재로 부족한 용량이나 출혈 시 치료보다 성인이 되기 전에 예방요법을 시행할 경우 관절출혈의 횟수가 줄고, 관절염의 진행이 지연되어 이들의 삶의 질이 크게 악화되지 않고 일생 동안 유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 #

논문을 정리하고 보니 몇 가지 감회가 새롭다. 지면으로 못할 애기도 많으나 그 중에서 2007년 가을 첫 혈우병 세미나를 코헴회와 같이 을지대학병원에서 개최한 일이 기억에 새롭다. 유덕현 회장님, 김영로 사무국장과 고인이 되신 민경희 여사 등 약 300~400여 명의 전국의 환자와 가족들이 참석해 첫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고 박상규 교수, 조윤제 교수, 최은진 교수가 같이 하였으며, 대구 카톨릭 병원의 최은진 교수가 예방요법에 대한 강의를 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이때 이후로 예방요법이 한국에서 널리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몇 차례의 세미나 후 지금은 혈우재단이 같은 이름으로 이를 이어 환자교육에 힘쓰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예방요법은 2013년 이후 심사평가원이 월 처방량을 증량시켜 주고 예방요법도 비공식적이나 인정해 주고 있어(?) 비교적 제대로 된 예방요법(중증 혈우병 A 소아 환자인 경우 체중 Kg 당 20~30유닛 48시간 간격으로 투여) 이 시행되고 있어 실제로 이들 대부분의 소아 및 청소년 환자에서는 관절 자연출혈은 일년에 한 번도 발생되고 있지 않다. 또한 혈우재단과 지역의 치료 병원에서는 예방요법의 중요성을 열심히 교육하고 있어 아마도 고립된 환자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중증 혈우병 소아 환자는 예방요법을 시행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본원의 환자들 중 10세 이전 1차 예방요법이 시행된 소아 환자는 관절염이 없으며, 10~15세 때 2차 예방요법을 시행할 수 밖에 없었던 환자들도 이제 20대 초반이 되었고 몇 명의 활막염을 가진 환자 외에는 관절증이 없다. 한편 16세 이후 2차 예방이 시행될 수 밖에 없었던 환자들은 지금 20대 후반에서 30대의 나이가 되었으며 장애는 없으나 조금의 관절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예방요법은 이들에게도 여러가지 면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 예방요법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관절 장애가 있는 현재 40세 이후의 환자들은 같은 혈우병을 가진 후배 특히 아이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글이 길어 질 것 같아 한가지 바람만 얘기한다면, 관절 건강 외에도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니 이들의 전체적인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좋은 복지 정책이 있었으면 한다. 

[2018년 12월 7일 유철우]

을지대병원 유철우 교수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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