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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스캐너 다클리”

기사승인 2018.10.06  0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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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일흔 한번째

   
▲ <스캐너 다클리>, 마약과 관련된 영화 중에 명작이라 할 수 있지만 흥행에 빛을 보진 못했다.

마약이 인생을 망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라(요즘은 그렇지도 않다고 하지만)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없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다르다. 누구든지 돈만 있으면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으며, 여러 유명 인사들이 약에 빠져 살다가 목숨을 잃는가 하면, 헐리우드에서도 마약과 관련된 영화는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다 마약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왜 이렇게 마약 중독자들이 끊임 없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 누가봐도 키아누 리브스와 우디 헤럴슨이다.

테러 못지 않게 미국에서 신경을 쓰는 것이 바로 마약 근절이다. 테러 진압 부대 못지 않은 마약 단속반이 있으며, 마약 중독자를 치료하기 위한 시설도 전국적으로 많이 있고, 매년 수많은 법을 제정해가며 마약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각방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왜 마약이 근절되지 않을까? <스캐너 다클리(A Scanner Darkly, 스캐너를 통해 보듯 희미한)>란 영화는 바로 이런 근절되지 않는 마약에 관한 영화이다. 마약을 단속하기 위한 정부와 마약 중독자들에 관한 이야기, 벌써 흥미로워지지 않는가?

   
▲ 아무리 몸을 벅벅 닦아도 끊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벌레들, 물론 전부 찰스의 환각이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마약 중독자가 나온다. 그의 행동은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금단 현상의 하나, 바로 약기운이 떨어지면 벌레가 몸에서 기어 다닌다는 느낌이 나는 증상이다. 온몸을 박박 닦아보지만 벌레가 끊임없이 나온다. 샤워를 한참 하고 나서 기르던 개를 자세히 보니 개의 몸에서도 벌레가 나온다. 이미 환각 현상까지 겪는 중증 중독자이다. “찰스 프렉(로리 코크레인 분)”은 “제임스 베리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에게 전화를 걸어 벌레가 몸에서 끊임 없이 나온다고 말한다. 제임스는 몇 마리 잡아와 보라고 쿨하게 말하며 전화를 끊는다.

   
▲ 스크램블 수트는 이렇게 상대방의 외모를 끊임없이 바꾸어준다. 이런 기술로 수사관의 신분을 철저히 감출 수 있다는 것

이들이 즐겨하는 마약은 ‘물질 D(Substance D)’라고 불리우는 신형 마약이다. 물론 경찰도 이런 강력한 마약에 대한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고 수사도 엄중하게 하기 위하여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로 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것은 바로 ‘스크램블 수트(Scramble Suit)’라는 위장 겉옷. 이 비옷같이 생긴 껍데기를 입으면 시시각각 외모가 바뀌어 실제로 입은 사람이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목소리까지 다르게 낼 수 있어 마약 수사관의 신원을 확실하게 숨길 수 있는 최신 장비이다.

   
▲ 스크램블 위장막을 입은 밥 아크터, 위장막을 입은 상태에서는 수사관 프레드라고 불리운다. 누가봐도 딱 키아누 리브스다.

수사기관은 “프레드”라고 하는 수사관에게 이 옷을 입히고 잠입 수사를 지시한다. 물론 프레드는 위장 옷을 입은 상태에서의 수사관 가명이다. 경찰은 물론 관계자들도 그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이렇게 프레드는 “밥 아크터(키아누 리브스 분)”라는 그의 본명으로 마약 거래를 하는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그는 자신의 집을 마약쟁이들의 소굴로 만들고 그들을 초대해 친근하게 접근해 갔다. 그는 쉽게 마약쟁이인 제임스와 친해지고 제임스의 친구인 “어니 럭맨(우디 헤럴슨 분)”도 이 마약 소굴에 합류한다. 그리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도나 호손(위노나 라이더 분)”이라는 여자친구도 사귀는데 그녀 역시 코카인을 빨아대는 마약 중독자이다.

   
▲ 제임스를 만난 찰스, 그는 밥과 도나에 대한 얘기와 뉴 패스라는 재활 시설에 대한 정보를 듣는다.

이렇게 마약 소굴(밥 아크터의 집)에 모여 쓸데 없는 말들로(보통 마약에 취해 하는 말들) 일상을 보내는 날이 계속되면서 제임스는 물질 D를 먹어보라고 권하고 그 또한 이러한 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처음엔 그냥 한 두 개씩 먹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점점 환각을 보는 등 부작용이 심할 정도로 중독되고 마는데…

   
▲ 밥은 적극적으로 제임스와 어니에게 접근한다. 마약에 완전히 중독된 그들보다는 정신이 멀쩡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수사를 하러 들어간 수사관이 마약 중독에 빠진다는 것보다 더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마약 수사를 하다가 마약 중독자가 된다는 그런 진부한 내용이 아니라 마약 중독자를 수사하는 기관이 배후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세력을 캐내기 위해 얼마나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지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픽션 기반 소설이 원작인 영화이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것만 같은 내용으로 영화에 빠져들기에는 충분하다.

   
▲ 어니가 영화 '캐치미 이프유캔'의 스토리를 얘기하던 중에 밥이 뜬금없이 마약 수사요원을 행세하는 사람은 어떨까 라는 말실수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엄청난 배우들의 출연과 카툰과 실사의 중간 영역인 로토스코핑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로토스코핑이라는 기술은 실사로 영화를 찍은 다음 한 프레임씩 그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애니메이션화 하는 기술이다. 이미 여러 영화가 이런 형식의 기술로 제작한 적이 있지만 <스캐너 다클리>는 뭔가 실사 영화 자체를 한꺼번에 떠서 애니로 만든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느낌의 연출은 출연한 배역들이 어떤 배우인지를 쉽게 알아채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 수사관 행크는 수사관 프레드에게 마약 소굴인 밥의 집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놓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밥을 주요 마약 공급책으로 의심하는데...

앞서 말한 화려한 출연진을 보여준다고 했는데, 바로 밥 아크터 역의 키아누 리브스를 비롯,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우디 헤럴슨, 로리 코크레인, 그리고 위노나 라이더가 이 영화에 나온다는 점이다. 이 배우들을 살펴보면 조금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데, 바로 하나같이 평탄한 인생사를 살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2000년대 초반 마약 중독 문제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는데, 2004년 완전히 마약을 끊고 나서 아이언맨으로 재기하기 전에 이 영화를 찍었으니 그가 <스캐너 다클리>에서 보여준 마약 중독자의 연기는 인생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 유일하게 수사관 프레드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수사기관 내의 의사들, 이들은 프레드를 검사하다가 심각한 중독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낸다.

이 영화와 비슷한 영화가 있다. <오션스 스리즈>로 유명한 “스티브 소더버그” 감독의 <트래픽>이 바로 그 영화이다. 물론 <스캐너 다클리>가 미국의 SF 작가인 “필립 딕”의 1977년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2000년에 출시한 <트래픽>을 <스캐너 다클리>가 참고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마약 중독의 위험성과 거대 세력의 보이지 않는 위협, 그리고 무모한 수사기관과 멈추지 않는 마약과의 전쟁 등의 비슷한 플롯을 가지고 있다. 물론 흥행이나 작품성에 있어서는 <트래픽>이 훨씬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 이미 중독될대로 심하게 중독된 밥, 도나는 그를 부축이고 재활 센터인 뉴 패스에 데려다 주는데...

어찌됐든 마약은 엄청나게 위험한 물건이다. 몇몇은 정맥 주사를 자주 접하는 환자들이 마약에 빠질 위험도 높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혈우병 환자가 쉽게 마약에 노출되어 중독 됐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 미국의 어느 연구에서도 그렇듯 관절 수술 등의 심한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서 코카인보다도 더 강한 마약을 쓰지만 그 누구도 퇴원 후 마약 중독자가 되는 경우는 없다라는 조사에서 보듯이(헤로인과 같은 마약은 단 한번의 정맥 투여로 심각한 중독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혈우 환자들에게 마성을 뻗치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심각한 중독자들의 모습 때문에 치료제를 주사로 맞는다는 사실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 찰스도 이미 중증 중독이다. 자살하기 위해 약을 들이붓고 정장을 입고 와인 한잔까지 따랐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환각뿐이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 키아누 리브스, 로다쥬, 위노나 라이더라는 이름만으로 영화의 가치가!

- 색다른 영상미! 애니메이션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느낌!

- 서서히 드러나는 수사기관의 진짜 목적! 색다른 반전을 즐기고 싶다면!

 

이런 분들에게는 좀…

- 마약? 그거 우리와는 동떨어진 얘기잖아!

- 실사로 할거면 하고 애니로 할거면 하지, 영상이 좀 어정쩡하네…

- 이거 인디 영화 아닌가? 블록버스터 아니라면 사양!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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