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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무비필> 희귀병 아이들 위해 기적을 만들어낸 젠자임 부사장

기사승인 2019.05.09  19: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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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특별조치’…긍정이 발생시키는 놀라운 힘

   
 

“하루만 더 사는 것의 의미에 대해”

소중한 사람을 ‘죽음’으로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아마 그것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대의 공포일 것이다. 그런 생각에 갇힌 체 숨조차 쉬기 어려울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지는 기분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죽음의 공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없을 것이다.

때로 그 공포심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망가트릴 만큼 극단적인 절망에 치닫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이 사람이 죽으면 나 역시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과 커다란 우울감 그리고 슬픔이 교차되면서 ‘함께 죽고 싶다’는 기분을 가지게 할 만큼 말이다.

‘고칠 수 없는 병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동반자살 했다’는 기사를 볼 때면, 나는 남겨져야 하는 사람이 느꼈을 그 커다란 공포심, 그리고 슬픔, 자신의 삶조차 이어나갈 희망이 전무하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벅찬 것인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 대상은 사랑하는 연인일수도 있고 아내나 남편일수도, 나의 자녀일수도, 부모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 누구이든 자신의 삶 속에서 사라져서는 안 되는 거대한 존재가 죽음으로 인해 사라져버린다는 공포심. 그것은 그 사람마저 죽음으로 이끌만한 것이었다. 하필이면 왜 그들에게 그런 죽음이 닥쳐왔는지에 대해 운명을 원망하기도 한다. 

   
 

“여보, 메건이 오늘 새벽에 죽었어. 어느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이렇게 말하면 될까? 생각만으로도 괴로움에 심장이 아렸다. “여보, 메건은 당신을 정말 사랑했고, 당신 역시 최선을 다했어. 우리 딸은 이제 편히 잠들었어.” 이러면 조금이라도 고통이 덜할까? 아니, 에일린의 얼굴을 보았을 때 한마디라도 할 수 있을까? “

오늘 이렇게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톰본 감독이 연출하고 브렌든 프레이저(존 크로리)와 해리슨 포드(닥터 로버트 스톤힐)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영화 (특별조치 Extraordinary Measures, 2010)를 통해서, 공포심과 두려움을 가진 한 아버지이자, 아울러 그 두려움을 기적으로 바꾸어 낸 치료제 연구소의 CEO를 알게됐기 때문이다.

과거, 그는 그저 사랑하는 자신의 아이에게 다가올 죽음 앞에 벌벌 떨며 아내에게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밤새 고민하는 연약한 한 남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유전성 희귀질병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를 개발하며 살고 있는 아주 멋진 남자이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강하게 만들었을까? 또한 그를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으로 바꾸어 놓은 것일까?

나는 이 영화를 보기전 ‘희귀병 아이를 둔 부모’의 안타까운 투병기 쯤으로 단순하게 짐작했다. 그런데 점차 영화에 몰입되면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이 영화는 희귀질환인 폼페병의 치료제 개발자이자 세계적인 희귀질병 치료제 연구소 어미커스의 존 크롤리의 실화를 담은 영화이다. 

   
▲ 영화 특별조치 Extraordinary Measures , 2010/ 105분/ 감독 톰본/ 출연 브렌든 프레이저(존 크로리), 해리슨 포드(닥터 로버트 스톤힐)

‘어차피 죽을 것인데, 방법이 없는데, 희귀병이라 치료제조차 없다고 하는데...’ 타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지도 모른다. 조금 더, 하루 더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면서 말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떠나보내고, 남아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짧은 순간, 하루의 시간은 그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그 순간에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다. 그리고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안타까운 절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금, 그리고 하루의 시간이 더 있다고 해서 기적이 찾아 올 것이라고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그 하루의 시간이나마 함께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 그리고 존의 그 말 안에는 자신의 아이가 조금만 더, 하루만 더 버텨준다면 꼭 치료제를 개발해 살리고야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말 같기도 했다.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병장수의 시대, 100세 시대가 될 만큼 이제 치료할 수 없는 병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치료할 수 없고, 치료하기 어려운 병은 지금도 수없이 많다. 특히 그 병이 감기나 홍역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하게 걸리는 병일 경우라면 생물학자든 의학자든 제약회사 사람이든 나서서 약과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혈안이 되겠으나, 희귀병들은 거의 치료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잔인하고도 현실적인 이유를 붙이자면 그 병의 치료제를 연구, 개발해서 상용화한다 해도 금전적인 이득을 별로 얻을 수 없다는 것, 수요자가 없는 개발일 뿐이라는 데에서 희귀병 치료가 더딘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과학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희귀병이 유전적 질환이나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치료제를 개발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제껏 보아왔던 대부분의 희귀병은 치료제가 없거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점에서 혈우병과 같은 질환은 매우 다행스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존의 둘째, 셋째 아이가 걸린 폼페병은 발병률 10000분의 1 미만의 희귀질환,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지다가 호흡곤란과 전신마비로 사망하는 질환이다. 전 세계에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모두 찾아 연구 대상으로 조사해본다 해도 5천~1망명 남짓의 숫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머리 위로 손을 뻗어 머리를 감거나 빗는 것이 힘들어지거나, 계단을 오르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는 정도로 일시적인 증상처럼 나타나기에 그와 그의 아내 역시 아이들이 그런 병으로 인해 하는 행동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실제로 대부분의 폼페병 환자들이 처음 관련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아 확진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3-7년이나 소요 될 만큼 이 병은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 병 중 하나이다.

   
▲ 존 크롤리, 그는 희귀병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1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후, 제약회사 젠자임의 부사장이 되어 세계 최초의 폼페병 치료제 ‘마이오자임’을 탄생시켰다.

촉망받는 CEO,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 출신, 월스트리트의 능력자, 존 크롤리에게 내려진 아이의 폼페병 진단은 자신의 삶을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어낸다.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CEO로 재직 중이던 노바자임에 1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해낸 다음, 제약회사 젠자임의 부사장이 되어 결국 세계 최초의 폼페병 치료제 ‘마이오자임’을 탄생시켰다.

자신의 아이가 걸린 병을 치료하기 위해, 세상에 없던 치료제를 만들어낸 아버지의 부성애, 물론 모든 아버지가 그런 능력을 실현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 속에서 그가 했을 간절한 노력은 모두의 박수를 받아 마땅한 것이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그의 그런 간절한 마음은 그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전혀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던 폼페병은 아주 보기 드문 ‘치료제가 있는 희귀병’으로 분류되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가 개발한 효소대체요법이 모든 환자들에게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환자의 호흡 및 운동 기능을 유지, 개선시키고 수명 연장에 큰 도움을 주어 사망 가능성을 현저히 낮췄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의 끈질긴 여정을 바라보며, 무엇이 그를 이렇게 강한 아버지로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감탄했다. 세상에 없다면 그것을 만들어서라도 살리고야 말겠다는 간절함과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경이로웠다. 한 사람의 의지가 만들어내는 기적이 놀랍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의지처럼, 다른 희귀병의 치료제 역시 더욱 많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되었다. 어딘가에서 아직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줄 치료제를 기다리고 있을 희귀병 환자들을 위해서, 기적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갑자기 등장할지도 모른다.

이제 젠자임은 우리나라 혈우사회에 힘찬 걸음을 내딛는다. 국내 사노피 젠자임(대표 박희경)은 희귀혈액질환 사업부를 출범했고, 금년 하반기부터는 반감기 연장 혈우병 치료제 엘록테이트(8인자)와 알프로릭스(9인자)를 공급할 예정이다. 나아가 혈우병 만능치료제라 불리는 피튜시란은 국내 환우들도 이미 임상에 참여중이며 좋은 경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치료제는 우리 환우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므로 매우 바람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혈우사회에 새 구성원이 된 사노피 젠자임에게 환영의 뜻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김승근 주필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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