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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히든 피겨스”

기사승인 2018.01.23  04: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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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마흔네번째

 

   
▲ NASA의 세 수학 천재 이야기, 문제는 그들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흑인이라면?

 

인간이 달로 가는데 피부색이 중요한가?

 

세계에는 다양한 종류의 인종이 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백인, 흑인, 황인으로 구분 할 수 있으며 더 자세히 나누자면 한도 끝도 없을 정도로 많은 인종이 전 세계에 분포하여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긴 하였지만 한반도라는 한 영토 안에서 오랫동안 역사를 유지했으며 타 인종이 스며들지 않은 채로 단일 민족으로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사가 짧은, 특히 신대륙이라고 불리우는 아메리카 대륙은 빠른 발전을 위해, 그리고 부자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노예를 들여왔고 이들 대부분은 흑인이었다.

남북전쟁 이후 노예제도는 폐지되고 흑인도 미국에서 같은 시민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백인들은 그들의 삶을 인정하지 않았고 차별을 하기 시작한다. 바로 인종차별이다.

 

   
▲ 1960년대 초, 흑인은 경찰만 보면 고개를 숙이고 손을 다소곳이 모아야 한다.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곤봉 세례가 나오던 시절.

 

앞서 말했지만 단일 민족을 유지해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70, 80년대의 유신정권이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 같이 현 정권을 비판하거나 운동권에 있다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사라져 감금당하거나 고문당하는, 그런 시대를 지금은 상상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2017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후보(작품상 수상은 <문라이트>가 받았다.)에 오른 영화 <히든 피겨스>는 바로 이러한 차별에도 꿋꿋이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 세 젊은 흑인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해에도 수백, 수천편씩 쏟아져 나오는 헐리우드 영화 중에서 열손가락에 들 정도로 잘 만든 영화이며 <스포트라이트>와 마찬가지로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 어릴적부터 천재적인 소질을 보인 캐서린, 고등학생쯤은 되보이는 학생이 캐서린을 수학  문제 푸는 것을 보며 입이 쩍 벌어지는 걸 보면 피식 웃게 만든다.

 

영화는 아직 초등학생밖게 안 되어 보이는 어린 “캐서린 고블”이 어려운 4차 방정식을 푸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학교 선생님은 부모를 불러 캐서린의 조기 진학(그것도 대학교로!)을 권유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은 흑인 학생에게 최고의 대학입니다.” 이러한 선생님의 도움과 부모의 정성스런 교육 환경 제공으로 캐서린은 수학에서 높은 성적을 보여주며 나사(NASA)에 입사하게 된다.

 

   
▲ 한참 우주 경쟁이 뜨거울 때에는 나사에서 여직원, 아니, 흑인이라도 유능한 인재는 채용하여 연구에 참여시켰다. 문제는 별도 건물, 그것도 지하에 있는 사무실에 몰아 넣고 일을 시켰다는 것.

 

때는 1961년, 캐서린과 그의 친구인 “도로시”와 “메리”는 우수한 수학 성적으로 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나씩 맡게 된다. 그 중 캐서린은 우주 임무 그룹으로 배정 받고 최고의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그룹에 속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것은 적분 셔틀, 그것도 대부분의 데이터와 자료가 기밀이라며 지워진 상태에서 계산을 하라고 주어지는 단순 노동직을 하게 된다.

 

   
▲ 답답해서 보다 못한 캐서린은 사무실 대형 칠판에 자기가 푼 식을 써 넣는다. 이 식을 보고 소련 스파이로 오해받은건 덤.

 

하지만 캐서린은 이러한 상황에 개의치 않고 본연의 업무를 성실하게 해 나간다. 문제는 수학 문제를 푸는 업무가 아닌, 바로 차별이다. 첫 출근부터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청소부로 오해 받으며 “어제는 쓰레기통을 비우지 않았더군” 이라며 일 대신 쓰레기통을 받는다. 이제 업무를 할당 받고 커피를 마시러 커피포트를 이용하자 다음날에는 반쯤은 고장난 “Colored”(유색인종용)라는 딱지가 붙은 커피포트가 생겼다. 물론 안에는 커피는 커녕 물도 넣기 힘든 커피포트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것도 일이다. 애당초 나사 직원에 흑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유색인종용 화장실은 반마일(800m)를 걸어야 나오는 곳에 있다. 그것도 옆건물 지하에. 심지어 엄청난 실력으로 수학 계산을 해내자 소련 간첩으로 의심받기까지 한다.

 

   
▲ 그래도 해리슨 부장은 편견 없이 캐서린을 대했다. 1급 인재인 캐서린이 화장실 때문에 자리를 40분을 비우다니! 그는 과감하게 유색인종 화장실을 없애며 이렇게 말한다. "나사에서는 모두 같은 색의 오줌을 싼다."라고...

 

이 영화는 잔잔한 스토리 텔링 영화이다. 어떤 결정적인 클라이막스가 있거나 반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명의 우수한 직원(그 직원이 흑인에, 그것도 여성이라는 것이 문제다.)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1960년대 여성, 그것도 흑인이 어떤 차별을 받고 어떤 대우를 받았던 시대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영화 <1987>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의 차별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심했을 것이다.

 

   
▲ 발사 준비의 주요 회의에서는 여성은 참여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게 흑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흑인들이 차별 받고 고통받는 부분만 보여줬더라면 이 영화는 <노예 12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중에도 그녀들은 맡겨진 일을 충실히, 아니 훌륭하게 해냈으며, 그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 개발과 노력으로 그 분야의 최고의 기술자가 됐다는 것이다.

 

   
▲ 메리가 처음 엔지니어 대학을 갔을 때, 그녀는 유색인종 자리부터 찾아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예의상 말한 것, 공부하는데 자리가 중요한가?

 

이 영화에서 제일 감명 깊은 장면이라면 바로 메리가 엔지니어 팀장과 나눈 대화이다. 처음 메리가 머큐리 프로젝트 엔지니어팀에 배정 받았을 때 팀장은 메리에게 엔지니어 자리가 비어있으며 그녀의 가능성을 높게 사 전산직에 머무르지 말고 엔지니어를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메리는 “나는 흑인 여성이며 불가능한 일을 꿈꾸긴 싫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팀장은 자신도 폴란드 유대인이며 2차대전에서 부모님을 수용소에서 잃은 사람이지만 우주선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하며 만약 당신이 백인 남성이면 엔지니어를 꿈꾸겠냐고 묻는다. 메리의 대답은 간단했다. “꿈꿀 필요도 없죠, 이미 됐을 테니까.” 정말 당돌하고 자신감에 찬 대답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 대답을 꿈이 아닌, 현실로 바꾼다.

 

   
▲ 메리 잭슨은 최초의 여성, 아프리카계 미국인 항공 엔지니어가 된다. 1979년에는 모든 인종의 여자 인권 향상에 힘쓴 나사 여성 훈련 담당관이 된다.

 

   
▲ 도로시 본은 나사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의 주임이 되고 포트란 전문가이자 전자 컴퓨팅의 선구자로써 나사에서 손꼽히는 인재가 된다.

 

   
▲ 캐서린 존슨은 그 이후에도 아폴로 11호 달 착륙과 우주 왕복선 계획에 참여했으며, 2016년 나사는 캐서린의 공을 기리기 위해 캐서린 G. 존슨 전산 빌딩을 세운다.

 

   
▲ 히든 피겨스의 실존 인물들, 차별과 편견을 이겨낸 훌륭한 인재들이다.

 

이 영화의 주제인 편견, 차별, 어디서 많이 보고 듣지 않았나? 바로 우리 혈우 사회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인 것이다. 아픈 다리로 인하여 운동을 하지 못한다거나, 잦은 출혈로 행사 참석에 나오지 못한다거나, 그래도 이 정도라면 다행이다. 학교나 직장을 나가지 못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니 말이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 차별을 당하기 마련이고 서로 어울리지 못해 따돌림을 받는 일도 허다하게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러한 부당한 처사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혈우병이, 아니 피부색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영화가 나올 수가 있었을까?

 

   
▲ 온갖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캐서린의 재능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 과거의 흑인 차별 시절이 어땠었는지 쉽게 알 수 있어 좋아요!

 - 흑인 인권 영화는 좋지만 셀마, 노예 12년 같이 심각하지 않아 좋아요!

 - 자넬 모네가 예뻐요!(…)

 

이런 분들은 좀…

 - 이해가 잘 안 가는데 흑인이 차별 받은 적이 있었어?

 - 액션! 액션 영화가 아니자나!

 - 인종주의자(…)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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