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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맨 프롬 어스2 : 홀로신 (Man From Earth Holocene)”

기사승인 2018.01.24  04: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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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마흔다섯번째

   
▲맨 프롬 어스2 : 홀로신 (Man From Earth Holocene)

1만4천년 동안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

오랫동안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더구나 특정 나이에서 더 늙지 않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로 영화 ‘맨 프롬 어스’에서는 이런 소재를 가지고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액션이 등장하지 않지만, 영화의 몰입감은 대단하다.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남자. 그는 늙지 않는 까닭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다. 그의 정체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1편에서는 ‘존 올드맨’이라는 교수로 살면서 각분야에 저명한 인사들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 후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어느 날 갑작스럽게 사라진다.

그가 돌아왔다. ‘맨 프롬 어스 : 홀로신’은 전작 개봉 후 10년만이다. 감독도 전편을 연출한 리처드 쉔크만이 이번 후속작까지 맡았다. 그러나 영화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전작은 스타트렉과 환상특급을 쓴 거장 ‘제롬 빅스비’가 탄탄한 스토리로 구성했다. 스티븐 스필버그까지 그의 작품에 매료됐다. 그러나 빅스비는 98년 돌연 사망했고, 후속작은 그의 아들 에머슨 빅스비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래서 일까? 후속작은 기대만큼 풍부한 지적 감성을 자극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시전, 꽤 높은 기대감을 가졌으나 후속작 평가는 매우 냉정했다.

   
▲상처가 나면 바로 치유됐던 존... 그러나 이제 그 치유의 속도는 예전같지 않다. 혹시 그에게 혈우병이라도?

잠시, 영화 속 주제를 조금 벗어나 혈우사회를 비교해 본다. 저 주인공이 희귀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면? 혈우병처럼 피가 멎지 않는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떤 이야기로 전개됐을까? 혈우병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지속됐다면 이미 완치되어 있지는 않았을까? 한 분야에 상당한 기간 동안 연구를 해왔다면 인류는 해답을 이미 이끌어 냈을 것이다.

최근 혈우사회는 다양한 곳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혈우병 치료법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수십년전 수혈을 받으며 치료를 받았던 환우들이 지금은 간편하게 수 분내에 정맥주사로 치료한다. 더구나 예방요법을 하면서 ‘혈우병 제로 블리딩’에 도전을 하고 있다. 정상유전자 이식으로 완치까지 내다보고 있다.

“빠른건가? 늦은건가?”

한편으로는 급속히 발전하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의구심이 든다. 완치의 ‘저항세력들’이 있는 건 아닐까? 경제논리 때문에 완치에 전념을 하지 못하고 ‘롱액팅(반감기가 긴-자주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치료제쯤으로 적당한 선에 합의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 어쩌면 그 ‘저항세력’은 무지(無知)에서 온 우리 환우들의 몫이 아닐까?

   
▲흑과 백을 가릴 기회는 사라지는 건가?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전작과 후속작은 모두 종교적 문제에 접근한다. 죽지 않고 늙지 않는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 저명인들과의 만남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고흐로부터 작품을 선물받아 소장하게 된 이유는 가벼운 농담으로 전달되지만 자신이 부처를 만났다거나, 로마에서 십자가형을 받아 죽은 뒤 사흘만에 부활(사실은 죽은게 아니라 죽은 척 했다고...)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자신을 예수라고는 하지 않았으나, 이미 관객들은 그를 ‘예수’로 연상하게 만든다. 이같은 논제는 후속작에서, 그를 ‘그리스도’인가? ‘적그리스도’인가?를 놓고 화두로 삼는다.

그의 이름은 1편에서 ‘존 올드맨’ 2편에서는 ‘존 영’으로 불리는데, 그는 1만4천년동안 ‘존’이라는 ‘발음’의 이름으로 살아왔다.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존(John)’이라는 이름과 ‘지저스(Jesus)’라는 이름이 발음상의 차이로 동일인물이라는 연상까지 떠올리게 한다.

‘그는 예수인가?’. 존은 자신을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다 다만 ‘오래 살고 있는 인간’이라는 것에 방점을 둔다. 자신을 추종하던 제자들이 자신을 신격화하면서 과장된 이야기가 불어나서 결국 지금의 예수 그리스도라는 존재가 되어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상당부분 종교 모독이 포함되기도 했다.

종교적 논쟁을 피하고 싶었던가? 1편과 2편의 등장인물들 중에서는 필히 절실한 기독교 신자가 등장한다. 주인공 ‘존’이 종교 모독 발언이 나올 때 마다 그들은 오열한다. 심지어 1편에서는 ‘예수의 불자설’까지 논란을 지폈다. 이 논란은 2편에서 주인공을 ‘적그리스도’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마무리했다.

‘그리스도’와 ‘적그리스도’ 마치 종교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진실’과 ‘위선’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존, 그는 그리스도인가? 아니면 적그리스도인가.

그렇다면 다시 혈우사회의 문제로 접근해 보자.

‘혈우병 완치’를 불교적의미로 ‘열반(涅槃)’이라고 보고, 기독교적 의미로 하나님의 나라 ‘천국(kingdom of heaven)’으로의 완성이라고 본다면, 지금 혈우사회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Heaven)’을 하나씩 딛고 있는게 맞는가? 혹시 ‘적그리스도’처럼 ‘혈우병 완치’를 위선으로 포장한 채, 지옥의 계단 ‘stairway to hell’을 걷는 건 아닐까?

우리 환우들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더 많은 치료제의 처방일까? 궁극적 목표가 무엇일까? 무엇을 우리가 원해야 하며 어디로 가야할것인가? 국제혈우사회에서 혈우병 ‘유전자치료’ 즉, 완치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 국내혈우사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화두인가? 그저 ‘완치에 대한 연구는 누가 하고 있겠지’라는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방치해 놓고 있는 건 아닌가?

이제 영화도, 이야기도 마무리 해보자.

‘맨 프롬 어스2 : 홀로신’ 주인공 ‘존 영’교수는 이제 더 이상 불사의 몸이 아니다. 나이가 들기 시작하고 상처의 치유가 예전과는 다르게 더디다. 게다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들키고 만다. 급급히 어디론가 사라지기는 하지만,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이 이제 마무리가 되어 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 환우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 속 ‘혈우사회’도 영원할 것 같지만 언젠가는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있다.

   
▲1만4천년간 감춰졌던 그의 비밀이, 단지 4명의 제자들에 의해 밝혀지게 되는가?

혈우사회에서 누군가가 열정을 담아 뛴다고 해도 ‘최종목표점’에 대한 명확한 지향점이 없으면 다이어트를 하다가 다시 돌아오는 ‘요요현상’을 겪게 될 것이고, 산란기가 되면 다시 태어난 최초의 위치로 돌아오는 연어가 되고 만다. 현재와 적당히 타협하며 안주하려할 때 그것은 후퇴나 다름없다. 혈우병 ‘완치’를 목표로 한다면 그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한다. 우리 혈우사회가 정체되어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보고 지향 나침반을 다시금 살펴보자. 커다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먼저 붓을 들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 붓을 들고 일점일획부터 시작하자.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이 영화는 불법다운로드를 환영한다. 영화를 본 뒤에 후원을 받는다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근 기자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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