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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문라이트"

기사승인 2018.01.11  10: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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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마흔두번째

 

   
▲ "샤이론"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푸른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결코 행복하지만 않았던 한 남자 아이의 성장기,

푸른 달빛 아래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슬픈 이야기


좋은 영화를 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것이 예술적인 영화라면 더더욱 그렇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인 경우엔 TV, 인터넷 광고에도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며 엄청난 관객을 동원하는 한편 저예산의 예술성을 강조한 영화는 개봉했는지도 모르게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라이트>는 전형적인 저예산 예술 영화다. 제작 예산은 겨우 400만 달러(43억원)로 2016년 개봉작 중 전세계 최고 흥행 돌풍을 이뤘던 <캡틴 어메리카 : 시빌워>의 제작비 2억 5천만 달러(2700억원)의 60분의 1 정도 수준밖게 안된다. 이런 영화가 2016년도 아카데미 최고의 작품상을 탄 이유는 무엇일까?

 

   
▲ <문라이트>의 명장면, 이 영화를 소개 할 때에는 꼭 들어가는 장면이다.

 

i. 리틀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가난한 흑인 빈민가 출신인 소년 "샤이론"은 왜소한 몸집과 약한 힘 때문에 "리틀"이라고 불리며 동네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다가 어느 폐 건물에 들어가 숨게된다. 때마침 마약 거래상인 "후안"은 자신의 마약 창고에 숨어들어 떨고 있는 샤이론을 건물 밖으로 나오게끔 도와주고 밥을 사주고 자기 집으로 데려가 하루밤 재워주는 등 친절을 베풀게 된다.

이런 친절에 샤이론은 후안에게 호감을 갖게되고 후안의 집에 자주 놀러가게 된다. 후안 역시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샤이론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며 함께 놀아주기도 하고 인생에 대한 조언도 해주곤 한다. 어느날 집에 샤이론을 데려다 주다가 샤이론의 어머니인 "폴라"를 만나게 되지만 폴라는 마약 거래상인 후안을 적대적으로 대하며 내쫓는다.

하지만 폴라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고 샤이론에게 소리치는 날이 많아지는 등 샤이론은 점점 어머니에게서 멀어져 간다. 결국 후안은 마약하고 있는 폴라와 만나게 되고 폴라에게 더 이상 아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샤이론도 자신의 어머니보다 자신에게 더 잘해주는 후안과 테레사에게 가족으로서의 애정을 가지게 된다.

 

   
▲ 문전박대 받는 후안, 알리는 절제된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쥐게 된다.

 

ii. 샤이론

이런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있는 샤이론은 나이가 들어 사춘기 시절에 들어가게 된다. 그에게 있어 "캐빈"은 유일한 말 상대이자 유일한 친구이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따돌림은 여전하며 친구들에게 욕을 먹고 이리저리 방황하다 바다가 보이는 모래사장까지 오게 된다. 이때 잠시 마리화나를 피우러 나온 캐빈을 만나게 되며 이런저런 대화를 하게 된다. 이어 서로의 입을 맞추게 되고 캐빈은 더 나아가 샤이론을 어루만져 준다. 샤이론은 당황해서 캐빈에게 미안하다고 하나 캐빈은 오히려 뭐가 미안하냐며 되묻는다.

 

   
▲ 처음 느낀 따뜻한 손길, 그는 끝까지 그때를 잊지 못한다.

 

iii. 블랙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학우를 폭행한 죄로 감금되었다 출소한 샤이론은 마약 거래상이 된다. 그는 예전에 약하고 낯가림하던 소년이 아닌 근육질의 몸매와 강한 카리스마의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이미 어머니는 마약 중독으로 인해 재활원에 있었고 어머니를 만난 이후 오래된 친구인 캐빈에게 가게 된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만난 두 사람, 서로 어색한 만남에서 캐빈은 "넌 누구야, 샤이론?"이라고 묻는다.

영화 줄거리를 봐서 알겠지만 그렇다, 이 영화는 퀴어 영화이다. 퀴어 영화가 최우수 작품상을 타다니, 그것도 흑인이 주인공인, 아니 2013년 최고의 영화로 손꼽힌 <노예 12년> 보다도 흑인의 비중이 더 크다. 아니, 아예 흑인 밖에 안나온다.

결국 이 영화는 다른 예술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일단 배경이 미국 흑인 빈민가이며 70~80년대를 시대로 삼고 있고 마약과 관련된 부분이 있어 우리 생활과는 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영화의 주제인 동성애를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가 가장 큰 문제인데 아직까지 보수적인 우리 사회의 보편적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 할 수 있다.

 

   
▲ 파란색의 달빛과 푸른색 바다, 결코 차갑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를 꼭 마약과 동성애에 초점을 맞추고 보아야 할 것인가? 저예산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영상미가 상당히 강조되어 있는 영화이다. 특히 <문라이트>라는 제목에 걸맞게 달빛을 배경으로 한 푸른색의 밤 조명은 감미로움을 넘어서 신비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샤이론의 테마색인 파랑색은 영화 전반에 자주 나오는데 반대되는 색도 충분히 활용하면서 그의 기분을 영상으로 충분히 잘 표현하고 있다.

 

   
▲ 알리는 수상소감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영화에는 집중해서 보아야 할 것이 또하나 있는데, 바로 절제된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메허샬레하쉬바즈 알리'의 연기이다. 많은 비평가들이 알리의 수상을 거의 확신했듯 짧지만 그의 출연은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 역대 미문의 수상 번복 사건, 그것도 최우수 작품상에서, 그것도 <라라랜드>팀이 모두 수상 소감을 말한 후에 말이다. 그래도 이 사건으로 시상식 진행자들도 봉투를 열기 전까지 수상자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긴 했다.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발표 사고가 있었긴 하지만 그래도 <문라이트>가 <라라랜드>를 제치고 작품상을 수여 받은 것에는 대체적으로 이견이 없다. 그만큼 이 영화는 훌륭한 영화이며 각종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최초의 퀴어 영화 작품상, 두번째 흑인 감독으로써 작품상 수상, 최초의 수상작 번복...).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우리 어린 환우들이 성장과정에서 혈우병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번 리뷰의 <스포트라이트>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린 아이들의 성 정체성을 직접 자신이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어느 한 사람이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런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아동 성범죄가 미국에서는 가장 큰 범죄로 치부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어린 아이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고 바꿀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 예술 영화는 꼭 찾아본다!
 - 성소수자의 삶이라... 그들의 인권을 위해서라면 필수 감상!

이런분들은 좀...
 - 나는 호모포비아다!
 - 액션! 액션이 없어!
 - 생각하는 영화는 싫습니다.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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