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34
default_setNet1_2

<헤모필 Movie Feel>'킹스맨 : 골든서클'

기사승인 2017.10.15  04:51:29

공유
default_news_ad1

-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서른다섯번째

   
▲ 1편에 이어 뛰어난 요원으로 성장한 에그시(태런 에저튼 분)

추석연휴, 차고 넘치는 개봉영화들 속에서 뭣에 시간과 돈과 무엇보다 소중한 내 '멤버쉽포인트'를 쓸까 고민해본 사람, 많을거다. 소싯적엔 명절이 홍콩배우 성룡의 생일인 줄 알았을 만큼 극장이고 안방이고 그의 영화로 도배가 됐던 적도 있었지만 세월도 무상하지, 이제 홍콩영화의 시대는 가고 헐리웃과 충무로의 격돌이 박스오피스에서의 관전포인트다.

어찌되었든, 부끄러운 역사의 되새김질이어서 껄쩍지근했던 '남한산성'과 끝을 이미 알고는 보고 塚 마음이 안들었던 '혹성탈출'을 제끼고 내 일행에게 선택된 작품은 '킹스맨 : 골든서클'이었다. 사실 킹스맨 전편을 안봐서 망설여졌지만 1편에서의 그 유명한 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를 극장에서 확인하고 싶어 표를 끊었다. 무자비하게 사람 죽이는 첩보액션에서 '매너'라니 이 얼마나 모순인가. 그래도 영국 스파이니까 인정, but 영국남자에 대한 한국 여성들의 과한 애정은 반대.

아, 그 유명한 대사를 처음 알게 된 건 요상스럽게도 약국에서였던 걸 고백한다. 약국에서 파는 널리 쓰이는 피임기구 광고판에 신동엽님의 말풍선 안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매너가 사람을 안 만든다"... 얼마나 킥킥댔던지!

   
▲ "아니이게 누구야!?"

샜던 얘기에서 돌아와, 이번 영화에서 스파이 킹스맨은 한 순간의 방심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막강한 본부와 조직도, 첨단 무기와 집과 동료까지 미사일에 훅 날려버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에그시와 멀린 요원이 보여준 건 좌절 아니라 오히려 유머와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같은 것이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거다. 조직이 남긴 마지막 단서가 고작 양주 한 병 뿐이라는 걸 알고 '에라 모르겠다'하면서 홀짝홀짝 나눠마시다 보니 그 결과물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깜찍한 힌트를 얻는다.

우리, 힘든 일을 겪었을 때 너무 심각하게 헤쳐나가려고만 하지 않나 생각해보게 된다. 시간에 쫓기고, 주변 시선으로부터 도망치면서 문제는 문제대로 내가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어쩌면 그 상황에서 우리가 힘든 진짜 이유는 문제의 본질보다도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헛발질과 자기연민 때문 아닌가? 시간이 지나면 고통도 느슨해지고 주변과 자신을 굳이 비교하면서 박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느낀다. 

   
▲ 살아남아 새로운 비밀조직과 합류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에그시(좌)와 멀린 요원

혈우병을 갖고 살아가는 게 녹록치는 않지만 몇가지씩 결핍을 안고 가는 게 우리들만의 일이겠나.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날의 다음날은 굳이 생각나지 않는 것처럼 시간은 많은 부분 우리의 편이 되어준다. 조금 여유있게 생각하고 긴 호흡으로 한템포 쉬어가자. 갑작스런 사고로 빽빽하게 준비했던 생애 계획들이 망가지고 2년 가까지 재활에 몰두하고 있는 선배 혈우환우에게서 절망과 조급함보다는 어느정도 경지에 오른 여유와 술 한잔 하고 싶은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거기서 머물면 아쉬울 수도 있지만, 새롭게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힌트를 찾아가는 그의 걸음이어서 더 응원하게 된다.

맞다. 이번 킹스맨에선 혈우병 환자로서 너무너무 갖고싶은 아이템이 하나 등장하는데, 바로 '알파젤'이라는 치료기구다. 킹스맨 팬들이 이번 편에 열광할 수 밖에 없었던 대형 반전은 이 알파젤이 총 맞은 상처에도 붙이기만 하면 씻은듯 낫게 해주는 최첨단 치료기구여서 가능했다.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일단 덜거덕거리는 무릎에다 감싸붙여서 닳아버린 연골을 재생시켜보고 싶어서다. 그보다 3D프린터로 딱맞는 연골을 출력하는 게 빠르려나? 하여간 우주여행도 하는 시대에 물렁뼈 하나 재생하지 못한다는 게 참 안타깝다. 어쩌다 치킨 먹으며 닭다리를 알뜰하게 발라내고 볼 수 있는 매끈한 닭다리뼈에서 무한한 부러움을 느끼...면 지는 거겠지?

   
▲ 킹스맨 시리즈의 2편 '골든서클' 공식 포스터

나꼼수 김어준이 그랬나? 해외에 맨몸으로 홀로 남겨졌을 때 당장 먹을 것도 없는데 가진 돈을 다 털어서 명품 양복을 샀다고.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사람들이 자기에게 일을 맡기기 시작하고 돈이 모이니 사람을 구해 사장노릇까지 했단다. 그렇게 번 돈으로 세계일주를 하고도 한국에 돌아오니 몇백만원이 남았더라는 그 얘기. 나도 올 가을에는 오타쿠 생활에서 벗어나 원고료 받으면 동대문표 양복이라도 한벌 빼입어볼까? 혹시 아나, 킹스맨 같은 첨단기능의 양복은 아니어도 헌팅기능에는 도움이 좀 될지도!

[자유기고가 쌥쌥이]

자유기고가 쌥쌥이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추억의 사진관

1 2 3
set_P1

뷰티풀 라이프

1 2 3
item58

멍텅구라박사의 가상세계

1 2 3
item60

여기는 여름캠프

1 2 3
item61

브라보 마이 라이프

1 2 3
item59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