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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

기사승인 2017.11.04  13: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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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서른여섯번째

   
▲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 - 론 하워드(Ron Howard), 2001

요즈음 영화에선 보기 힘든 담백함이 그때의 영화엔 있었다. 다양한 영상 기교보단 치밀한 플롯을 중시하는 담백함. 16년 전의 영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001년 개봉한 영화를 들고 와 보았다. 수학, 경제학을 공부해 본 사람에겐 익숙한 이름. 추천서의 전설, ‘이 학생은 수학의 천재다 (He is a mathematical genius)’라는 한 줄의 내용으로 하버드와 프리스턴 등에 입학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수학자 존 내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론 하워드 감독의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다.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의 천재로 불리는 존 내시의 프린스턴 대학원의 입학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역동적이었던 순간들을 조명하고 있다. 그 속엔 그의 사랑, 학문적 성취를 이루는 과정도 있지만, 그가 병마와 싸워나가는 과정 또한 담겨있다.

1940년대, 당대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학교 중 하나인 프리스턴 대학원에 시험조차 치르지 않고 장학생으로 입학한 그의 삶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의 성공과 함께 조현병(調絃病)이라는 질환 또한 그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처음 그의 환각이 시작되었을 땐 내시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조차 그가 환각을 보고 있단 것을 몰랐다. 그의 평소 행실이 다소 괴팍하였기에 그저 그 괴팍함의 연장선이 아니겠냐 하고 넘어갔을 뿐이었다.

   
 

학위를 따고 MIT의 교수가 되어 당대 학계의 선구자로 불리었던 그였기에 냉전 시대의 많은 인재가 그랬듯 소련의 암호 해독을 위해 동원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조현병으로 인한 망상과 특정한 패턴에 대한 집착들도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그가 국가의 군사 기밀에 관한 업무를 실제로 돕고 있었다는 것, 그의 평소 행실이 다소 괴팍하다는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일반인이었다면 쉽게 알아챘을 망상들도 설득력 있게 보였고 이로 인해 주위 사람들은 그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쉬이 눈치채지 못한 채로 병은 악화되어 간다.

이후 실제로도 유명한 사건인, 그가 연구하던 리만 가설에 대한 강연을 콜롬비아 대학 학회에서 하다 보인 비정상적인 그의 모습으로 인해 그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

무릇 많은 질병이 그렇듯 그가 앓은 조현병 또한 내시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들 또한 힘들게 만들었다. 자신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괴로움, 정말 자신이 봐 온 것 중에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확신할 수 없는 혼란, 자신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아내, 약물 투여로 인한 고통과 사고력 저하는 그를 괴롭게 만 했다.

   
 

그런 그가 일련의 사건을 통해 상상 속 인물들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극적(劇的) 상징적인 장면, 꿈에서 깨어나는 기능은 어쩌면 머리가 아닌 가슴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아내의 말로 인해 가상과 현실을 구분 할 수 있는 내(內)적 각성을 이루고 자신을 따라다니는 상상을 무시하며 병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내시는 말한다. “그게 문제에요. 답이 없는 문제기 때문이죠. 그리고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것이 제 일입니다.”

그의 모습은 혈우환우들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그의 병은 결코 완치 되지 않았다. 그가 병에 대한 내적 각성을 이루었을지언정 병이 치료되지 않는다는 외(外)적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비단 그가 앓고 있는 것이 정신질환이기 때문에 내적인 각성만으로 증상이 호전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의 병은 외적 측면에선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영화에서 묘사 되듯 그의 환각은 그가 늙을 때까지도 여전히 그를 쫓아다닌다. 달라진 것은 그의 마음가짐이다. 스스로 병과 싸워 이기겠다는, 답이 없는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내겠다는 내적 각성이다. 

혈우병도 결코 다르지 않다. 우리가 스스로 내적 각성을 이룬다고 해서 병이 사라지는 것도, 악화된 신체가 이전과 같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내적 각성을 통한 행동은 우리를 더 좋아 보이게 만든다. 이를테면 악화된 관절에 대한 문제의 답을 운동을 통해 근력을 늘려 관절의 기능을 보완한다고 결정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면 분명 이전보다 나아진 것을 느낄 것이다. 혈우병이 나은 것도 관절 상태가 좋아진 것도 아니지만 마음먹음에 따라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결국 내시는 병에 저항하며 학교에서 연구를 지속한다. 끊임없는 환각에 저항하기 위한 그의 몸부림을 보며 조롱하는 주위의 모습 속에서도 내시는 투병과 연구 모두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다시금 교정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해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찾는, 수학자로서의 성과 또한 이루어 내는데 성공한다.

굳이 많은 최신 영화들을 제쳐 두고 이 영화를 가지고 온 이유가 이것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주어진 문제는 존재한다. 현실에서 문제의 해답이란 결코 하나가 아니듯, 자신의 장애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이겨 나가는 존 내시의 삶은 특히 우리 환우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리라 믿는다. 날씨가 추워지는 요즈음 따듯한 집 안에서 이 영화를 보며, 자신의 문제의 해답을 찾는 그의 아름다운 마음(Beautiful Mind)을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정강훈 회원]

정강훈 평론가 hun@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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