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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기사승인 2020.12.28  15: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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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환자가족 수기공모) 에세이부문 참가작

대학생 때 처음으로 도쿄에 놀러갔습니다.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셔서 그때까지 혼자 먼 곳으로 외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답니다. 어떻게 보면 그 당시 제게는 큰 모험이었죠. 

도쿄 관광 첫날, 아사쿠사의 나카미세 거리에서 그 고장 명물을 찾아 신나게 돌아다니던 중 스카이트리쪽으로 이동하려고 하던 바로 그 때, '쿵~'하는 둔탁한 소리가 몸 안쪽에서 울렸습니다. 그 순간 한걸음도 걸을 수가 없었고, 바로 택시를 타고 급히 병원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큰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다리 관절의 출혈로 인해 이틀 동안 호텔에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저의 도쿄 관광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 혼자만의 첫 여행은 쓰라린 추억으로 끝나버렸답니다.

‘내가 이토록 허무하게 도쿄에 지고 말다니…..ㅠ.ㅠ’ 지금 돌이켜보면, 주3회 맞도록 정해져 있던 약을 제대로 투여하지 않고 가끔 땡땡이 치던 무렵이었습니다. 도쿄에서의 패배는 어쩌면 필연적 과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1년 뒤, 저는 복수를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시 도쿄로 향했답니다. 도쿄 패배 이후 약도 바꾸고, 정해진 횟수대로 꼬박꼬박 주사도 했으며, 주치의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수영으로 온몸의 근육도 키웠습니다.

도쿄에 간 첫날, 1년 전과 같이 아사쿠사에 가서, 내 발로 걸어서 스카이트리에 갔습니다. 출혈 없이 무사히 도착한 스카이트리는 무척이나 웅장했습니다.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인지, 내 발로 그곳까지 걸어가서인지, 스카이트리는 더욱 커 보였습니다.

   
▲ 도쿄 스미다구에 위치한 높이 634m의 스카이타워 뒤로 후지산이 멀리 보인다.

혈우병은 큰 출혈을 일으키지 않으면 자신이 병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치료를 게을리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쿄에서의 쓰라린 패배를 계기로 매사에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도 예전의 저처럼 무언가에 도전해서 패배를 경험하지 않으려면 만반의 준비를 철저히 하는 습관을 들이시기 바랍니다.

필명 : 포포라 파파

[헤모라이프 조은주 기자]

조은주 기자 cap3882@hanmail.net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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