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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찾는 질문은 무시당하는 삶의 씨앗 1

기사승인 2019.11.17  13: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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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동필 박사의 교육칼럼 #16

돈이 없어 무시당하는 경우, 권력이 없어 무시당하는 경우 등 타인을 무시하는 모습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이 가진 사람과 적게 가진 사람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시는 심지어 가지지 못한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창피함을 느끼도록 만들기도 하죠. 어쩌면 이렇게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고 또 나아가 스스로 가지지 못했음을 창피해하는 사람들이 그 분노를 풀지 못해 가진 자들을 향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돌을 던지는 것은 예견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흔히 말하는 악성댓글을 쓰는 행위가 숨어서 돌을 던지는 모습의 하나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악성댓글과 같은 행위는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원하는 욕망을 이루지 못해 외치는 울부짖음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방향이 자신이 아닌 자신이 원하던 것을 먼저 차지한 사람들에게 향했을 뿐이죠.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해 가진 자들의 사회에 속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진 자들의 무시를 받는 삶을 살아간다면 또 그러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리고 나아가 그 탓을 사회나 타인에게 돌린다면 그 사람은 사회와 타인을 향해 돌을 던지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만일 그 탓을 스스로에게 돌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자포자기의 삶을 살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악성댓글이 많아서 또 그로 인한 여파를 막고자 이러한 댓글 기능을 없앤다는 기사는 말 그대로 현 사회가 언제 밟아 터질지 모르지 지뢰밭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어디일까요?

필자가 하는 일이 교육이니 교육의 관점에서 풀어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타인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내가 입은 옷이나 가진 돈 등을 바탕으로, 즉 내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여 무시하는 경우는 타인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볼 수 있죠. 하지만 타인이 내 겉모습을 보고 판단을 했다 하더라도 스스로 입은 옷에 구애받지 않으면 나 자신은 무시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곧 무시당한다는 생각 자체는 나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그 근원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배우기 시작합니다. 세상에 처음 나왔으니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기도 한 반면 두려움도 함께 가지죠.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경주를 시작합니다. 배워서 익혀야하고 또 다른 아이들보다 앞서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은 아이들에게 지식을 더 빠르고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강요합니다. 더 많은 것을 더 빠르게 배워 알아야하는 상황에서 배움의 효과를 늘리기 위해 인간의 두뇌는 한 가지 도구를 만들어 냅니다. 바로 지식을 묻는 질문이죠. 이 도구를 가지고 아이들은 질문합니다. ‘이건 뭐야?’ ‘저건 뭐야?’ ‘이건 어떻게 하는 거야?’ ‘이 문제 어떻게 풀어?’ ‘이건 왜 이래?’ 아이들은 참으로 많고 다양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질문에 부모, 선생님 그리고 어른들은 친절하게 답을 주면서 열심히 지식을 익히고 배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배워서 알고자 묻는 아이의 모습을 예뻐하고 귀여워했던 사회는 아이가 성장해 사회로 진출하는 순간 그 아이를 물고 뜯는 맹수로 변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한 사원이 위와 같이 지식을 구하는 질문을 한다면 직장의 동료나 선배들이 이 사원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처음 입사한 사람이라면 아직 배울 것이 많은 새내기일 테니 친절하게 가르쳐 주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넌 아직 그것도 모르니?’ ‘넌 혼자서 해보지도 않고 자꾸 어떻게 하는 지 알려달라고 하니?’ ‘너 스스로 좀 해 봐라. 어떻게 매번 묻니?’와 같은 답이 돌아올 것입니다.

즉, 지식을 구하는 질문은 스스로 생각하고 방법을 찾으며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족쇄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렇게 지식을 구하는 질문들은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종속적이고 타인에게 무시당하는 삶을 살게 하는 씨앗이 됩니다.

[민동필 칼럼니스트]

'혈우 가족' 민동필 박사는?

민동필 박사는 워싱턴 스테이트 대학에서 박사를 마치고 코넬 웨일 메디칼 스쿨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치고 콜럼비아 대학에서 연구팀 리더로 있었으며 캐나다로 이민 후 캐나다 국립연구소에서 과학자로 일하며 몬트리올 콩코디아 대학에 겸임교수로 있다가 밴쿠버로 이주하면서 교육으로 분야를 바꿔 현재까지 교육방법을 개발해왔다.

 

민동필 칼럼니스트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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