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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집단행동, 혈우병 환자에 최악 시나리오 '시간문제'

기사승인 2024.03.04  20: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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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 연기 속출, 응급출혈 대응 안되면..?

   
▲ 의사들의 파업과 사직서 제출로 전국 의료체계가 심각한 수준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혈우병 등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응급치료에 파행이 벌어지진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깊어져 오늘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까지 예고된 가운데, 혈우병 환자 진료에도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어 우려가 따르고 있다.

경기도에 사는 한 50대 혈우병 환자는 지난달 응급 출혈로 서울 대형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던 중 전공의들의 잇단 파업과 사직으로 더이상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워 퇴원할 수 밖에 없었다. 담당 교수의 처방으로 응고인자제제를 투여받을 수는 있었으나 그 외 다른 치료는 받을 수 없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원했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들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막상 응급한 치료에 지장이 생기니 막막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달 관절 수술을 예정하고 있던 서울의 다른 혈우병 환자 한 명은 수술이 2주 잠정 연기되었고, 경북에 거주하는 30대 혈우병 환자도 최근 병원으로부터 수술이 무기한 연기될 수 밖에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30대 환자는 "현재 걷기가 어려운 지경이어서 오랫동안 기다려 수술하려고 했는데 다 연기됐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의료계 갈등이 끝을 모르고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 다시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아 이들의 근심은 더욱 크다.

혈우병 환자는 반복되는 관절 출혈로 관절이 손상되고 퇴행성 관절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 정형외과적 수술 적기를 놓칠 경우 운동능력과 삶의 질에 심각한 저하가 올 수 있다. 

더욱 위험한 경우는 혈우병 환자의 뇌출혈, 장기출혈 등 응급상황에 의료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혈중 응고인자 수치 1% 미만의 중증 혈우병 환자는 외상 없이도 언제든 내부 출혈을 겪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도 치료제를 보유하고 혈우병 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병원 응급실은 손에 꼽는 현실이어서 많은 환자들이 응급 치료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이런 현실에 이번 의료 파업까지 겹치면 소수(서울 빅5 중에서는 세브란스가 유일한 정도)의 대형 응급실마저도 혈우병 환자의 응급치료에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아직 본격적으로 벌어지지 않았을 뿐 최악의 시나리오는 언제든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상황이다.

   
▲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예고한 오늘, 서울 한 대형병원 로비에 의사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혈우병 환자단체 이남일 사무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사라는 직종이 생명을 구하는 게 일인데 환자를 볼모로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밝힌 바 있다. 다행히 혈우병 자가 치료를 위한 전국 병의원 차원의 일반적 외래 진료와 응고인자 처방은 차질 없이 이루어지고 있어 환자사회에서는 적극적인 예방요법과 자기관리를 더욱 당부하고 있다. 

한편, 세계혈우연맹과 국내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혈우병사회를 바라보면서 치료제 사용량 등 치료수준은 선진국 못지 않게 올라왔으나 환자 등록과 전문의 수 측면에서는 아직 '갈 갈이 멀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국내 혈우병 정형외과 수술의 권위자인 강동경희대 유명철 석좌교수도 본지와의 지난 인터뷰에서 "우리 젊은 의사들이 자기 전공분야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다학제적 관점에서 혈우병을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보고 긴밀히 교류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코로나 시기 시범사업을 거쳐 일부 만성질환에 대해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던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할 것에 대한 방침도 세우고 있어 앞으로의 진료방식과 일상적 건강관리 패턴에 변화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의대 정원 확대를 쟁점으로 온 사회가 혼란과 갈등을 빚고 있는 속에서, 혈우병을 비롯한 희귀질환에 대한 전문적 치료 방향과 전문가 육성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을 성장시키며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게 비상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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