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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龍頭蛇尾) 반목질시(反目嫉視)는 녹십자의 전매특허인가 (1)

기사승인 2021.06.17  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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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혈장치료제 '자진철회', 혈우병 전철 보면 낯설지 않다

   
 

말만 무성했던 GC녹십자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이 엎어졌다. '자진 철회'라고는 하나, 식약처 허가 불발에 곧바로 이어진 자진 철회는 '짤리기 전에 사표쓴다'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작년 코로나 펜데믹 초기, 국내 굴지의 제약업체들이 앞다퉈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검사키트와 하다 못 해 마스크 사업에까지 뛰어들며 던지는 출사표에 우리 국민들은 뜨거운 기대를 가지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R&D 역량을 선도해 온 녹십자, SK바이오, 삼성바이오 등은 질병관리청과 TF를 구성해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공기업 수준의 협력을 펼치며 이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이어 오는 것 처럼 보였다. 

그중에서도 GC녹십자는 오랜 기간 동안 혈우병치료제 등 혈액유래제제에 대한 독보적 기술을 축적해 온 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면역 형성과 관련된 성분을 추출해 소위 '혈장치료제'를 만들어 내는 데에 한 걸음 앞서 나가 있음을 강조해왔다. 신천지 신도들의 대대적인 협조까지 더해져 마치 '전화위복? 또는 농기구를 손에 든 노예들의 각성으로 천군만마를 얻은 반란군이 부패한 왕권을 무찌르는 영화적 클리셰'를 현실에서 보는 줄 알았다.

결과만을 놓고 봐서는 안되겠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4월 30일 녹십자가 제출한 지코비딕 품목허가신청에 대해 식약처는 5월 11일 '추가적인 임상결과가 필요하다'는 좋은 말로, 다시 말해 '치료효과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판단으로 불허를 결정했다. 이에 녹십자는 6월 4일 입장문을 내 "품목 허가를 위한 당면 과제에 급급하지 않겠다"면서 허가신청을 자진 철회한 것이다. 

의료현장에서 더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는 하나, 녹십자가 한 번의 허가 실패로 '에라 안 할란다' 운전대를 놔버리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게다가 아직 감염병 위기가 극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없이 잘되나 보자' 심보의 철회였으면 더욱 비판받아 마땅하다. 전혀(!) 관련 없겠지만 국민적 응원과 기대가 이어져 작년부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녹십자 주가를 보면서,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팔아 수백억대의 수익을 남긴 녹십자 총수 일가의 주머니를 보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응원이었는지 허무함이 작지 않다.

그런데 녹십자의 이런 용두사미 행보가 왠지 낯설지 않은 것은 혈우병 치료제 분야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은 전철을 밟아왔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의심의 여지 없이 국내 혈우병치료제 분야의 독보적인 선구자이다. 국내에 혈우병이라는 말 조차 생소하던 80년대부터 독일과 기술제휴해 혈장유래제제 옥타비와 훽나인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3번째로 유전자재조합제제(그린진 / 체내 억제인자 발현과 임상시험 생략 이슈가 있기는 했지만) 개발국가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선구자적 모습은 여기까지였다. 반감기가 연장된 '롱액팅치료제'로의 도약, 비응고인자 피하주사제로의 이동이라는 글로벌 흐름을 읽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한 나머지 지금은 자사 치료제보다도 위탁판매를 맡고 있는 다케다제약의 약을 갑절 이상 팔며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R&D 측면에서도, 남들이 반감기 연장제 출시하고 있을 때 표준 반감기 제제(그린진F)의 고용량 패키지 임상시험을 하다 접고, 글로벌에서 이미 비응고인자제제의 시장 선점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 비슷한 기전의 녹십자 MG1113 1상 임상시험은 아직도 환자 모집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작년에는 MG1113의 개발 초기부터 참여했던 핵심 연구인력마저 내보내며 R&D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십 수 년 전, 그린진 개발 이후 회사 밖으로 '밀려난' 한 관계자는 "녹십자 안에 있으면서 '신약개발, 그런 거 왜 해?'하는 식의 눈총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2015년 경 자신있게 북미시장을 향했던 그린진F는 미국 임상시험 모집도 못 해본 채 깃발을 내렸고, 2020년 북미 혈액제제 사업 자체를 경쟁사 그리폴스에 매각하는 수모를 자초했다. 시야를 돌려 중국 혈우병 시장에 뛰어든다며 그린진F 중국 임상 관련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뿌렸으나 그것 역시 몇년째 감감 무소식이다.

물론 신약 후보물질이 제품화되기까지 수없이 많은 난관이 존재하고 나라마다 점점 더 까다로운 허가기준을 들이대는 게 사실이지만 녹십자가 코로나19에 대해서 또 혈우병 치료분야에서 보여온 최근의 용두사미 행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기술력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는 커녕, '망신 당하기 전에 접자', '안되면 남의 약 팔지' 식의 스탠스로 일관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홍보만 대대적으로 한다. 그때마다 용의 탈을 쓰고.

그런데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혈우병 시장에서 뱀의 꼬리로 전락한 녹십자는 살아남기 위해 정공법을 쓰기보단 시장구조에서의 우월적(국내에 국한) 지위를 이용한 '여러 방법들'을 동원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한국 혈우사회의 발전이 더뎌지고 때로는 산으로 가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의사와 환자 가족들에게 전가되기도 한다. 

이 '여러 방법들'을 가리켜 반목질시(反目嫉視 미워하고 시기함)라는 말 안에 담은 것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연재를 통해 풀어보고자 한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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