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출혈질환자 중 여성의 비율은 얼마?

▲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WFH의 유스리더십워크샵에는 역대 최대로 많은 여성 출혈질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혈우병을 포함한 전세계 출혈질환 환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2%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혈우연맹(WFH)이 발표한 2018 연례보고서(Annual Global Survey)에 의하면, 전세계 혈우병 관련단체를 통해 집계된 등록 출혈질환 환자의 수는 337,641명이며 이 중 74,796명이 여성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런데 전체 환자 수 중에는 성별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인원이 수 만 명 포함되어 있어 실제 여성비율은 2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었다.

여성 출혈질환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질환은 폰빌레브란트인자결핍증(vWD)으로 41,337명이 집계되어 남성 vWD 환자 25,305명보다도 훨씬 많았다. 그 뒤를 잇는 질환은 7인자결핍증(5,378명)으로 남성 7인자결핍환자 수와 거의 같았다. 

'전통적 혈우병'으로 분류되는 8인자(혈우병A), 9인자(혈우병B) 결핍증에 있어서는 여성환자가 각각 5,229명과 1,734명으로 남녀 전체 중 3%와 5% 비율을 보였다. X염색체 상의 돌연변이로 인해 반성유전 특성을 갖는 혈우병A, B는 애초 여성에게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돌연변이로 인한 발병 또는 40% 이하의 해당 응고인자 활성도를 보이는 보인자 여성도 혈우병 환자로 분류되면서 이같이 소수지만 비율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 WFH 2018 연례보고서 내 성별 질환 통계 (클릭하여 확대)

혈우병A, B를 제외한 다른 출혈질환은 상염색체 이상이나 후천적인 요인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세계적으로 남녀 환자의 비율이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고, 이러한 진단률이 높아지면서 전체 출혈질환 내에서 여성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 출혈질환자의 통계는 상황이 다르다. 총 160명으로 대한민국 전체 출혈질환자 수 2,458명 중 약 6.5%를 차지하는데 그치고 있다. 역시 가장 많은 질환은 vWD로 56명이었는데 남성 vWD 79명 보다 적은 숫자를 보였다. 여성 혈우병A, B에 대한 등록관리는 더욱 저조해 혈우병A 8명, 혈우병B 1명으로 남녀 전체 중 0.5%, 0.2% 수준이었다. 한국혈우재단이 발행하고 있는 백서 상에는 여성환자 가운데서 질환별 발병비율을 보여주는 자료만 존재할 뿐, 전체 출혈질환 내에서 여성의 비중을 다루는 통계조차 찾아볼 수 없다.

▲ 한국혈우재단 2018 혈우병 백서 중 여성 환자에 대한 통계 (클릭하여 확대)

여성 출혈질환은 증상이 가벼운 경우 평생 병의 여부를 모른 채 살아가기도 하지만 출산이나 응급 외상을 겪으면서 심각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또한 중증 여성 출혈질환은 혈우병과 마찬가지로 반복적인 관절출혈과 근육출혈을 동반할 수 있고 생리과다로 인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각별한 등록관리와 적극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

한국 혈우사회 내 여성 출혈질환에 대한 연구와 지원활동이 시급해 보인다. 한편, 세계혈우연맹 연례보고서는 전세계의 연맹 회원단체들이 각국의 전년도 기준 통계를 정해진 양식에 맞춰 보고하고 이를 WFH가 취합해 매년 9월 경 발행되고 있어 2019년 연례보고서는 2020년 9월 발행 예정이다.

▲ 각국을 대표하는 여성 출혈질환자들이 WFH에서 주관하는 세계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