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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찾아오는 기회, 꼭 잡으시길…”, 박은범 환우

기사승인 2019.04.01  14: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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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불콩 인터뷰] '기회는 노력한만큼 찾아와요'

살짝 추위가 물러나고 봄기운이 다가오는 3월 초 어느날, 우리는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환우, 박은범씨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수원 영통에 방문하였다. 보통 인터뷰는 조용한 곳에서 진행하는게 일반적이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저녁을 먹으며 인터뷰를 하기로 하고 인근 음식점에 들러 저녁을 먹으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안녕하세요, 수원에 사는 박은범입니다.

유기자 : 간략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은범 : 저는 박은범이고요, 80년생, 올해 40이고 혈우병 8인자 중증입니다.

유기자 : 원래 수원에서 계속 사셨나요?

박은범 : 원래는 서울에서 태어났고요, 수원에서 살기 시작한지 이제 8년에서 9년차 들어가고 있습니다. 여기로 온 이유는 회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원으로 이사 오게 되었어요. 되도록이면 회사 가까운 곳에 있으려고 이사했죠. 지금은 아버지, 어머니랑 누나, 조카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황기자 : 회사는 어디 다니시나요?

박은범 : 아, 회사는 S전자를 다니고 있고요, PC 개발 파트쪽에 있습니다. 원래는 시험을 같이 보고 들어온 박수민씨, 차민준씨와 같이 있다가 PC 파트로 이동하였습니다.

유기자 : 올해 몇 년 차 되셨나요?

박은범 : 올해까지 8년차고 내년이 이제 9년차에 들어갑니다.

유기자 : S전자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일을 하신게 있으신지요?

박은범 : S전자에 들어가기 전에 딱히 직업이 있다기 보다는 저희 매형 회사에 있었는데, 매형이 비누를 만드는 회사를 하고 계시거든요. 거기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다른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도 좀 하고 그러다가 이곳이 저의 첫 직장이 되었죠.

유기자 : 좋은 직장을 다니시고 계신데 그러면 연봉도 꽤 높을 것 같아요. 돈 많이 모으셨을 것 같은데요?

박은범 : 그 부분은 따로 설명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 "돈 이야기는 따로 하면 안될까요?"

하기자 : 유 기자님이 돈에 되게 관심이 많아요(웃음).

박은범 : 돈이야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하니까 중요한 부분이죠. 사실 회사 다니는 입장에서는 어쨌든 돈을 벌기 위해 다니고 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고, 다른 분들이 생각하시기에 수입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잃은 것도 많고, 이것저것 투자하고 그러다 보니 마이너스 된 것도 있고 해서 딱히 많이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부모님과 같이 살다 보니 나가는 돈도 좀 있고요. 보기에는 제가 얹혀산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래도 모시고 사는 거니까 여러 가지 부수적인 돈들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그렇게 많이 받는 편은 아니에요. 사실은 그 다른 대기업에 비해서 많이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순수하게 연봉만 놓고 보면 그렇게 많지는 않죠. 우리가 보너스를 받는 것을 연봉으로 치니까 그 부분이 많아 보이는 것입니다.

유기자 : 근무를 안 하고 오늘처럼 이렇게 쉬는 날에는 주로 뭐하고 지내세요?

박은범 : 쉬는 날에는 주로 집에서 지냅니다. 제가 지금은 여자 친구가 없으니까(웃음) 주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게임하는 것도 좋아하고, 최근에 석찬이 형한테 얘기 했는지 모르지만 전자 드럼을 하나 샀어요. 최근에 하나씩 스틱 잡는 것부터 배우고 있지요. 이런 취미 생활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 아무래도 나이가 드니까 무언가 좀 해야 하겠더라구요.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해서 여가시간에 자기계발 아니면 뭔가 좀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기자 : 본인의 나름대로의 건강관리라는 것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박은범 : 뭐, 저도 아주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일단은 현재의 몸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제일 많이 노력하는 것이, 이제는 약을 웬만하면 거르지 말고 계속 예방요법을 하고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이틀에 한 번은 무조건 아프던 안 아프던 상관없이 맞고 있어요. 일단은 그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고요. 확실히 예전에 다쳤을 때 맞는 것보다는 예방 요법이 훨씬 효과적이더라고요. 제 몸 상태를 기준으로는 확실히 아주 안 좋은 상태에서 또 다를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예방 요법을 주로 많이 하고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좀 많이 쉬려고 노력해요. 아플 때에는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고, 우리는 아시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뭔가 출혈이 일어났다고 생각 됐을 때 빨리 팩터를 맞아서 수치를 올려주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언제든 맞을 수 있게 약을 좀 여기저기 많이 비치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회사에도 그렇고, 집에도 당연히 있고, 차 안에도 갖다 놓고 여러 군데 비치를 해서 급하게 비상 상황이라면 화장실이던 차 안이던 맞을 수 있게 준비를 해놓고 있어요. 그 외에는 뭐 운동은 딱히 제가 꾸준히 하는 건 없어요. 당연히 운동을 꾸준히 해야 몸 상태가 더 좋아지겠지만 제가 하는 운동이라고 한다면 가능한 걸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 안에서도 많이 돌아다니려고 하고 있고, 음식 조절하는 부분 정도가 제 몸 관리인 것 같습니다.

   
▲ 오동도에서 셀프 사진 한 장! 날씨가 좋아 무척 상쾌했습니다.

유기자 : 수술 요법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박은범 : 예전에 왼쪽 무릎에 관절경을 한 번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 13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유기자 : 그래도 아직까지 수술한 곳이 많지 않으신 것 보면 아프거나 움직이기에 그리 불편한 부분은 없으신가 봐요.

박은범 : 꾸준히 아픈 건 있지만, ‘아, 이제 수술 해야지’ 할 정도의 통증은 아닌 것 같아요. 저 같이 직장 생활 하는 사람들은 수술 시기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잖아요. 수술을 받아야겠다고 생각이 된다면 조금이라도 더 움직일 수 있고 근육이 잘 유지된 상태에서 수술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관절을 쓸 수 있는데까지 쓰고 하는 것이 더 좋지 않나라는 생각이 왔다 갔다 합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한번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왼쪽, 오른쪽 무릎의 연골이 모두 다 없어진 상태라서 언젠가 변형이 생길 것 같고, 관절에 변형이 생기면 아시다시피 이제 근육도 많이 굳어지게 되고, 나중에 수술을 하더라도 제 운동 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지금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유기자 : 코헴회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는 안 하세요?

박은범 : 여름 캠프에는 사실 회사 처음 들어갔을 때 한 3년차까지는 계속 참석 했었어요. 그 전에는 많이 참석했었고요. 예전에는 여러가지 활동들도 형들이랑 많이 하고 그랬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런 일들이 안일하게 생각되더라구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잘 안 가게 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과거에 제가 알던 분들이 옛날보다는 확실히 적어지고, 젊은 사람들이 많고 들어오고, 제가 알던 형들은 이제 잘 안 나오시는 분들도 많고 하니까 좀처럼 참석하지 않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 카트도 몰아봤지요. 작은놈이 꽤 빠르더라구요!

유기자 : 살면서 나의 리즈 시절이라고 한다면 언제라고 꼽으실 수 있으신지요?

박은범 : 저에게 제일 좋았던 시절은 아무래도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왜냐하면 회사 생활하기 전에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다른 활동도 했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회사 다녀오고 하는 패턴이 아니라 불규칙적인 생활을 많이 했었어요. 사실 회사 다니기 전에 늦게 자기도 하고 게임도 새벽까지 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몸 상태도 더 안 좋아졌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규칙적인 활동도 하지 않고 경제적인 활동도 하지 않다 보니까 움츠려 드는 것도 있고 그랬거든요. 또 제가 생각하기에 남자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그런 관념이 있어서요. 그래서 회사 다니고 나서부터 몸도 좋아지고 심적으로도 더 좋아졌던 것 같습니다. 그때가 저에게는 리즈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유기자 : 직장 생활하면서부터요?

박은범 : 예, 물론 지금은 좀 다르게 생각하긴 해요.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것 역시 욕심이죠. 이제 조금 번다 생각되니까 쉬고 싶고, 또 쉬다 보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유기자 : 혈우병 진단은 처음 어떻게 받았나요? 

박은범 : 진단은 정확하게 제가 초등학교 4학년 2, 3월쯤이었을 거예요. 그때 제가 받은 건 아니었고 누나가 병원에 가서 몸 상태나 이런 것들을 보고 등록을 하려고 했는데 누나가 먼저 진단을 받고 제가 피검사를 하러 갔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정확하게 진단을 받고 나서 재단에 등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기자 : 그 당시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검사를 받으신 건가요?

박은범 : 그때는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고 시간이 점점 갈수록 안 좋아졌어요. 초등학교 들어가서 3, 4학년 됐을 때에는 학교도 아니고 병원도 아니라 집에 누워 있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보통 1년에 3~4개월 정도는 누워서 움직이질 못했죠. 사실 공부도 공부이지만 일상적인 생활이 안 되고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진짜 다리를 더 이상 못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때 주로 아팠던 곳이 무릎이었거든요. 보통 무릎하고 발목이 아팠는데 이렇게 지내다가 부모님과 대학 병원에 다녔을 때 혈우병인 것 같다 라고 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혈우병 확진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리 부모님이 그런 부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하셔서 그냥 아픈가보다 하고 넘어갔다가 누나가 이제는 아니다 싶어서 여기저기 여러 병원도 다녀보고 물어보고 해서 알게 된 것입니다. 제가 팩터를 맞게 된 것이 4학년 때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한 6월부터 맞기 시작했죠.

   
▲ 두 분 인터뷰 하고 계세요... 저는 배가 고파서...

유기자 : 그럼 그 이전에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셨을 것 같은데요?

박은범 : 예, 약을 맞기 이전에는 사실 민간요법 같은 것을 집에서 주로 했었고 잘못된 상식으로 침도 맞았었고, 병원에 외과 진료를 받아도 마사지라던가 그런 것들을 매우 가혹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런 치료가 모두 소용이 없었어요. 사실 아시다시피 한 번 출혈이 일어나게 되면 멈추지 않잖아요. 그래서 여러가지 방법들을 시도해 보았는데 그럴수록 더 상황이 안 좋아졌습니다.

유기자 : 작년 코헴 여름 캠프 때에 청년 토론 배틀 주제 중 '나의 혈우병 사실을 오픈한다, 하지 않는다'가 있었어요. 내가 혈우병을 가지고 있다고 오픈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그걸 오픈하지 않는 것이 좋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은범 : 그 부분은 약간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일단 오픈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는 어쨌든 직장에서 들어온 것 자체도 장애인으로 해서 들어왔고, 어떻게 보면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오픈을 한다고 해서 크게 거부감이 있거나 거리끼는 것은 없습니다. 회사에서도 제가 아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입사했기 때문에 제가 만약에 병원에 가야 한다거나 잠깐 중간에 쉬어야 한다거나 하면 좀 더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고 그런 요구를 잘 받아주는 편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를 할 수 있는데, 다르게 생각하면 일반 직장을 다니거나 아니면 공무원이나 그런 경우는 밝히기가 좀 꺼려지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몸 상태가 아무래도 많이 좋은 분들이 계시잖아요. 사실 육안으로 보아서 구분이 불가능한 상태, 그런 분들 같은 경우에는 사실상 굳이 왜 오픈해야 하느냐 라고 얘기들을 하시는데, 상황에 따라서 좀 다르긴 한 것 같습니다. 하여튼 저는 오픈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지만, 만약에 혈우병임을 밝혀서 불이익이 생긴다면 그러한 사실을 오픈할 수 없는 것이죠. 그것은 할 수가 없는 것이지, 그 사람이 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오픈 할 수 있는 상황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라면 혈우병임을 밝히는 것이 맞고, 밝히는 것에 따라 불이익이 생긴다고 한다면 그것은 본인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오동도 인근 까페에서...

유기자 : 마흔이시면...여자 친구도 사귀어 봤을 것 같은데, 결혼 계획은 어찌 되시는지요?

박은범 : 결혼에 대해서는 혈우병이 아닌 일반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몸이 많이 안 좋고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았을 때에는 결혼은 못 하겠구나, 해도 불행하겠지 라는 생각에 결혼에 대해서는 일절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경제적인 능력을 갖게 됐으니까 이제는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들고 나니까 이게 또 쉽지가 않은 게 바로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어려운 부분들이 또 생기는 것이죠. 사실은 제가 이렇게 하고 싶은데 제 생각과는 다르게 생각하거나 그리고 성격이 맞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고, 하지만 오히려 몸 때문에 못 했다, 이런 것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 부분은 좀 이해를 해줬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제 성격이나 다른 부분 때문에 헤어진 부분이 많았지 그런 몸이 아프거나 해서 헤어진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처음부터 아예 혈우병 때문에 싫어했던 분들도 계시긴 하죠. 그런데 그분들은 결혼하려는 목적으로 만난 것이 아니라 그냥 만났던 분들이니까, 실제로 만났던 분들이 그런 것으로 발목이 잡히거나 문제를 삼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유기자 : 그래도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고 계획은 있는 거죠? 언젠가는?

박은범 : 지금은 솔직히 반반이네요. 이제 해도 너무 늦지 않았나 싶고 아니면 즐길 수 있으면 즐기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혹은 결혼은 하되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아요. 사실 저의 생각은 그냥 둘이서 살 수 있으면 그게 제일 좋을 것 같은데, 그런 마음이 맞는 사람은 찾기가 솔직히 어렵죠. 여성분들은 아시다시피 결혼하면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기도 하구요.

유기자 :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나라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열악하기도 하죠.

박은범 : 네, 그런 이유도 있고요.

유기자 : 생각해 보니 굳이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싶지 않다고 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박은범 : 예, 현재는 좀 많죠.

   
▲ 제부도 등대 앞에서 찍어보았습니다. 요즘은 미세먼지가 심해서 좋은 사진 얻기 힘드네요.

유기자 :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앞으로 계속 이어 나가실 생각이신지, 아니면 다른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으신지요?

박은범 :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사실상 평생직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제가 오래 있어봤자 55세? 그 정도까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회사에서는 어찌 됐건 그 후에는 나와야 되는 상황이 될 거예요. 오래 있는다고 해도 60살까지겠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60살에 나온다고 한들 80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20년은 더 살아야 한다는 말이 되겠네요.

유기자 : 지금 법이 바뀌어서 60세에서 65세로 정년이 늘어난다고 하던데요.

박은범 : 그건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60세까지 여기서 한 가지 일만 계속 한다는 것도 되게 끔찍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일을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어요. 여기를 나와서 그럼 뭘 해야 될까에 대해서는 지금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장사를 하고 싶다 이런 것보다는 무언가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서 회사를 나오기 전까지 뭔가 내 일을 갖고 나와야 되지 않느냐 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유기자 : 의외로 지금 직장을 못 구해서 고생하는 친구들도 많잖아요.

박은범 : 예, 그렇죠.

유기자 : 그런 심리적으로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들에게 어떻게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좋을까 라는, 노하우나 조언 한마디 정도 해주신다면요?

박은범 : 뭐, 굉장히 상투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옛날에는 저도 그런 조언들을 듣지 않았어요. 어르신들이 항상 말씀하시기를 네가 노력하고 원하면 할 수 있고 너의 몸 상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네가 노력하는 것에 따라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라고 얘기하시는데 그때는 저도 듣지 않았어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현재 우리 몸이나 이런 상황이 아니라 시대적인 상황이 이제는 직장을 얻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우리가 몸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 보니까 저희는 일의 선택이 많이 좁아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기회는 한 번씩 오는 것 같아요. 누구든 간에 말이죠. 저도 제가 여기 처음에 들어왔을 때가 30이었으니까 사실 되게 늦은 거죠. 늦으면 늦고 이르다면 이를 수 있는데, 어쨌든 기회는 인생에 한 두 번씩은 꼭 올 것이라고 생각 하거든요. 어쨌든 그 기회를 잡으려면 본인이 노력을 해놓은 상태이여야 하고 그래야지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아니면 운이 좋아서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안될 것이라고 생각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제주도의 해변가에서 한장 찰칵~

유기자 : 하기자님하고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박은범 : 제가 아까 왼쪽 무릎 관절경을 했다고 했잖아요? 그때 수술을 하고 나서 처음 석찬 형과 만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여러 번 봤죠. 아, 제가 임상 시험 할 때 그때 처음 만났군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예전에 그린진이라는 약을 임상 시험 했을 때 제가 지원 했었거든요. 2상, 3상 임상을 했었는데 그때 석찬이 형을 처음 봤었고 그때 형 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웃음) 제가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라 그때 도와주신 석찬형이 집에도 데려다 주고 해서 인연이 되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알고 지내고 있습니다.

유기자 : 그럼 몇 년째 알고 지낸 사이인지요?

박은범 : 그때는 사실 그렇게 친하지 않았고, 나중에 수술하고 나서 제가 코헴의 집으로 들어갔을 때, 그때부터 정말 친해진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처음 알게 된 것이 거의 한 15년 이상 되었지요.얼굴 알고 지낸 것은 15년 정도 됐고 친해지게 된 계기는 수술하고 나서니까 13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유기자 : 아직도 할 게 많이 남은 나이인데 은범씨만의 버킷 리스트 3가지가 있다면요?

박은범 : 일단 최근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홀로 여행, 특히 해외여행을 좀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냥 여행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보름이든 길게는 한 달까지 어느 나라이전지간에 말이죠. 어느 나라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낯선 곳에서의 생활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보름 정도 혼자 생활 하면서 무언가 다른 것들을 생각하며 쉬고 싶어요. 그게 첫번째 버킷 리스트고 두번째 버킷 리스트라고 한다면 제 집을 한번 가져보는 것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는 버킷 리스트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한가요? 좀 현실적이기도 하구요(웃음). 세번째는 이건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텐데 제 몸 상태가 지금의 현재 상태만이라도 유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려면 노력도 해야하고 뭔가를 투자도 해야겠죠. 어쨌든 몸이 안 좋아지면 제가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다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현재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 정도입니다. 구체적으로 지금 뭔가 어디를 가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은 없어요.

유기자 : 질문은 여기까지고요, 다른 분들 질문하실거 있으신가요?

박은범 : 석찬이 형은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없을거에요. 저에 대해서 석찬형이 직접 써도 될 정도로요(웃음).

기자일동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은범 : 감사합니다.

   
▲ 혼자 떠나는 여행을 주로 즐기는 은범씨, 기회가 되면 해외 장기 여행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저녁을 같이 먹으며 진행한 인터뷰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공식적인 인터뷰는 끝났지만 우리 기자들은 박은범씨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수원에서의 밤을 지새웠다. 언제 만나도 친근한 가까운 우리들의 친구 느낌의 박은범 환우, 언제나 그 밝은 얼굴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헤모라이프 유성연, 하석찬,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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