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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헴 회장 탄핵안' 들여다보기

기사승인 2019.03.11  22: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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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의원회 의결사항 분석' 2편 - '윤리위원회 소집'

지난 2월 16일 치러진 혈우병 환자단체 한국코헴회의 정기 대의원회의 여파가 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환자단체 운영의 여러 부문에 걸쳐 문제가 제기되었고, 그에 대한 책임소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의원회 내 심한 갈등을 드러내면서 급기야 '회장 탄핵 및 징계를 위한 윤리위원회'까지 소집되었기 때문이다. 22차 정기 대의원회의의 주요 논의사항과 의결된 안건에 대한 분석과 논평을 연재하고 있다.

 

 

 
▲ '코헴 회장 탄핵안'을 둘러싼 운영진 내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한국코헴회 대의원회는 지난 2월 16일 열린 22차 정기 대의원회의를 통해 '회장 탄핵 및 징계를 위한 윤리위원회'를 오는 3월 23일 소집하는 데 합의했다. 발의자는 서울경기지회 김은기 지회장이며, 코헴회 정관상 코헴회장이나 지회장이 발의한 윤리위 안건은 60일 이내에 대의원 전원과 감사 3인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국코헴회는 2011년 황성계 전 회장에 대한 탄핵사태 이후 8년만에 다시 회장 탄핵 이슈를 놓고 갈등을 드러내게 되었다. 

22차 대의원회의를 통해 김은기 지회장과 김영기 서경대의원이 제기한 회장 탄핵의 이유와 상호간 주장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사무국 직제신설, 지속적 활동비 지급

김영기 대의원의 주장에 의하면, 2018년 세계혈우연맹총회에서 통역을 맡았던 변모씨에 대하여 코헴회가 계약을 맺고 7월부터 11월까지 지속적인 활동비를 지출했으므로 사무국에 직제를 신설한 것이고 이는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회의에서 김영기 대의원은 사무국과 변모씨 간 체결한 계약서까지 들어보이며 이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정서 회장은 "필요에 의해서 아르바이트 형태의 임시직을 썼던 것이고 총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문문서작성, 번역작업 등을 맡겨 역할에 응당한 비용을 지급한 것"이라고 소명했다. 이어 박회장은 "전례를 봤을 때도 임시직 사용에 관해서는 회장과 사무국의 재량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건에 대해 탄핵안을 제기한 측에서는 당초 '회장의 배임행위'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최근 '대의원회의 의결사항 위반'으로 근거를 변경해 탄핵의 이유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 환우교류사업, 별도 회비적립 계좌 전용

김은기, 김영기 대의원 측에서는 국가별 환우교류사업에 있어 후원금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지출한 문제와 2017년 여름캠프 비용 중 일부를 '회비적립통장'에서 선지출하고 당해년도에 옮겨놓지 않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는 예산전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아시아 환우교류사업 비용을 일부 후원금 입금 전에 지출했다는 지적으로 알고 있는데 모든 사업에서 약정된 후원금이 다 입금된 뒤에 일을 추진하는 것은 준비기간을 봐서도 무리가 있다"면서 "미입금됐던 녹십자 후원금은 작년말과 올해 재단을 통해 추가적으로 입금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회비적립통장 사용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회비적립통장의 성격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며, 코헴회 총 잔고 상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으나 정확하게 운영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소명했다.

그러나 김영기 대의원 측은 '추가금이 교류사업 명목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 회계부정이고 예산전용이다'라고 반론하면서 '회비적립계좌 전용에 대해 입증할 수 있는 코헴 통장 사본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3. 공금분실 대의원 보고 누락

김영기 대의원은 2017년 말~2018년 초에 걸친 사무국 내 공금분실 사건을 들면서 대의원회와 감사에도 보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계 부정이고 회장의 탄핵사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무국 손완호 간사는 "세 차례에 걸쳐 사무국 내 금고와 책상서랍에 있던 440만원 가량이 분실되었는데, 첫번째 금고 내 200여 만원은 분실인지 도난인지 불분명해 국장과 회장에게 보고 후 회계담당으로서 책임지고 채워넣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재차 금고 내 200여 만원 분실이 이어지면서 도난으로 확신하게 되었고 국장에게 보고했으나 '더이상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지문인식형 금고로 변경하게 되었는데 이후 타 간사 책상서랍 내 40여 만원이 또 분실되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사무국 내 도난으로 보일 여지가 커 사무국원 간에 의심상황으로 인해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조용히 처리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고 책임을 통감해 사비로 분실분을 모두 채워넣었다"고 말했다. 

김영기 대의원은 현금시제가 빈 상태에서 감사를 받으면서도 이를 보고하지 않은 것은 회계부정이라는 논리이다. 손완호 간사는 현재 회계처리 오류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상태이다.

4. 필리핀 환우단체 초청 관련 허위 공지

이 건에 대해 탄핵안을 제출한 대의원들로부터는 구체적인 사항을 듣지 못하였으나 사무국 남용우 전 국장으로부터 상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2018년 12월 열리는 필리핀 환자단체 행사에 한국코헴회가 초청받아 참가단 구성을 하는 과정에서 박정서 회장이 '필리핀측으로부터 취소연락을 받았다'면서 참석 취소 공지를 올리라는 지시를 받았고 자신이 이를 임원게시판에 공지했다는 것. 그런데 별도로 알아보니 현지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늦게야 알게 되었다고 남 전 국장은 전했다. 남용우 전 국장은 '당시 박 회장 자신이 청년회 발족식 참석 때문에 해외에 나갈 수 없게 되자 허위 공지를 지시해 코헴회의 참석을 무산시킨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말을 아끼면서 "허위공지 하지 않았으며 증거도 가지고 있다"고 반론했다.

5. 2018년도 외부지원(도네이션) 미달

김은기, 김영기 대의원은 또 2018년도에 제약사로부터 후원받기로 했던 외부지원금 중 일부를 후원받지 못했으므로 '회장의 제일 큰 직무인 후원금 확충을 소홀히 한 직무 방기가 드러났다'고 탄핵 이유를 들고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해 박정서 회장은 '샤이어 합병 등 후원사측의 예상치 못한 이슈로 인해 수입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제약회사에서 약속을 했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항이다'라는 취지로 소명하고 있다.

6.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

탄핵안 발의자 측은 마지막으로 박정서 회장의 '한국혈우재단 옹호발언', '대의원회의 진행 중 반말' 등을 문제삼고 있다. 문제시 된 구체적인 발언은 아직 취재중에 있으나 박정서 회장은 이에 대해 "윤리위원장에게 제출한 소명서를 통해 충분히 소명했다"고 전했다.

이상의 회장 탄핵사유를 놓고 3월 23일 오후 2시 대전 녹십자 대회의장에서 한국코헴회 윤리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2월 16일 대의원회의 말미에 김영기 대의원은 '탄핵안 발의자인 김은기 지회장을 통해 구체적인 탄핵사유 문서와 근거자료들을 제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헤모라이프는 '탄핵사유 문서'와 박정서 회장의 '소명서'가 확인되는대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전하도록 하겠다.

한편, 김은기 서울경지 지회장은 2월 23일 있었던 지회모임에서 회원들에게 '박정서 회장이 입장을 밝히지 않는 한 서경지회는 코헴회 본회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일부 회원의 우려를 낳았는데, 곧이어 25일 코헴 게시판에 올린 '서경지회 2월 모임보고'를 통해서는 "아직까지는, 지회장의 생각입니다"라고 보이콧 발언이 사견이었음을 밝히면서 톤다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행정 오류, 사무국 내부 갈등, 대의원회 상호 불신이 복합적으로 연쇄반응을 일으켜 '터질 것이 터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번 탄핵사태가 어떤 국면으로 접어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가자'는 시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또한 정관 상 윤리위원회 개최요건이 회부 당사자를 제외한 대의원 전원(18명)과 감사(3명) 중 2/3 이상 출석을 요하고 있어, 소위 사전 '표계산'을 통해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주체가 윤리위 무산을 꾀하지는 않겠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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