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경희대, 신촌세브란스 등 대형병원 참여자모집...AAV 방식 선도
혈우병 유전자치료의 시대가 우리나라에서도 손에 닿을 듯 성큼 다가왔다.
국내 혈우병 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몇몇 종합병원에서 유전자치료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특히 8인자와 9인자에 대한 임상이 동시에 시작되고 있어 더 주목할 만하다.
현재 연구되고 있고 또 연구될 수 있는 혈우병 유전자치료의 방식은 유전자를 '운반체'에 실어 투여하는 방식부터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방식까지 여러가지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치료가 암부터 희귀질환까지 다양한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열쇠로 주목받는 만큼 질환의 원인에 따라 최적화된 다양한 방식이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장 앞서 국내에서 진행될 혈우병 유전자치료의 방식은 응고인자 생성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전자를 AAV(아데노 연관 바이러스) 운반체에 실어 정맥으로 투여하는 방식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8년 WFH총회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방식으로 유럽에서는 단 한 번의 주입을 통해 현재 8년간 응고인자 수치가 정상인에 가까운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관찰된 바 있다. 다만 AAV에 대한 항체가 있을 경우 투여 자체가 어렵고, 또한 투여를 통해 AAV에 대한 항체가 새롭게 생길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연구는 더 진행되어야 할 과제로 소개되었다.
▲ 혈우병A 유전자치료에 대한 안내 리플렛 |
최근 강동경희대병원에서 8인자 유전자치료 임상 스크리닝검사(임상 참여가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검사)를 받고 온 한 혈우환자는 "스크리닝에만 수개월 소요될 수 있다고 들었고 부작용도 없을 수야 있겠냐"면서 "그래도 치료법 개발을 위해 누군가는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혈우병 환자사회 내에는 오래전부터 유전자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왔으며 직접 참여해보고 싶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있었다.
하지만 유전자치료에 대한 상세한 기전과 절차, 고려사항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철저하게 알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혈우병 전문의들은 현재로서 발생할 수 있는 유전자치료의 위험으로 '정상범위를 넘는 응고인자 수치', '응고인자나 운반체에 대한 항체발생'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아직 부작용이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 신촌세브란스병원 혈우병B 건강강좌 안내문 |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는 오는 3월 16일 '혈우병 환우와 가족을 위한 건강강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소아혈액종양과 주최로 매년 2회씩 해오던 건강강좌를 이번에는 9인자 혈우병에 포커싱 해 진행하는 것이다. 이 건강강좌에서는 임박한 9인자 유전자치료 임상시험을 포함해 최신의 신약개발 현황에 대한 강연이 있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한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대한혈액학회 주최의 '국제혈액학컨퍼런스'(iCKSH)에서는 첫째날 혈우병 유전자치료에 대한 강연이 두개의 세션에 걸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연자중에 한국 혈우사회에도 잘 알려진 세계혈우연맹 이사 글렌 피어스 박사(Glenn Pierce M.D., Ph.D.)가 포함, '혈우병 A, B 유전자치료의 발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어서 혈우병 유전자치료에 대한 우리 의료계의 관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 iCKSH 내 혈우병 관련 세션 |
십 수 년 전부터 혈우사회에 마치 '안개처럼' 피어오른 유전자치료가 해외에서의 성과를 넘어 이제 우리나라 치료현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면서 과연 손에 잡히는 '실체'로서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점증되고 있다.
▲ 글렌 피어스 박사. 그 역시 혈우병 환자이면서 현재 WFH 및 WFHUSA 이사회와 NHF 의료 및 과학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Third Rock Ventures의 전속 기업가이자 유전자치료 및 혈액학 분야의 생명공학 컨설턴트이다 |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