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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씨 “지금껏 나를 너무 몰랐나 봐요”

기사승인 2018.12.30  23: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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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환우회 활동으로 건강관리 힘써보죠

나이가 들면서 점차 혈우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이해성(48세 혈우병A 서울거주)씨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지난 8월 여름캠프로 시작해서 거주지역인 서울지회의 각종 행사에 참석하면서 환우활동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고 한다. 코헴회 서경지회 행사, 장년프로그램, 소모임 활동, 교육 프로그램 등 여러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질환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건강관리에도 힘쓰고 싶다는 늦깎이 환우. 그를 번불콩 인터뷰를 통해 만나 보자.

   
▲아내와 두딸, 세 여자들에게 사랑을 흠뻑 받고 있는 해성씨^^

“저는 일단 혈우병은 A형이고요. 아내와 딸 둘이 있는데 큰아이가 21살, 작은아이가 15살입니다. 가족과 함께 노원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유기자 : 지금 하시는 일은 어떤 일인지?

해성씨 : 제가 지금 하는 일은 '소방설비 감리'인데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일반 실내에 감지기가 다 달려있잖아요. 일반적으로 감지기를 다는 것을 시공이라고 하고 도면에 그리는 걸 설계라고 하고, 감리는 도면대로 시공이 잘되었는지 안 되었는지를 검사하는 작업이에요. (유기자 : 오래 되셨나봐요?) 네.. 꽤 오랫동안 해 온 셈이죠. 제가 올 봄에 수술 때문에 쉬었다가 지금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황기자 : 제가 알기로는 소방 설비 감리는 기술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해성씨 : 아니에요. 감리는 자격증이 없어도 기사까지만 해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단 면적이 20만 제곱미터가 넘어가면 기술사가 필요해요.

유기자 : 근무 여건이 환우들에게 힘들지는 않나요?

해성씨 : 사실 현장근무에 나가보면 주변에 널려진 철근 자제와 쓰레기가 많아요. 계단이 높으면 왔다갔다하는데 많이 불편해요. 감리 근무도 사무실에서 항상 있어야 하는 상주근무와, 현장을 왔다 갔다 하는 비상주가 있는데 저는 지금 주어진 현장이 없어서 본사에서 편하게 있는 편이에요. 하하하

   
 

유기자 : 수술 때문에 잠시 일을 쉬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수술을 하셨나요?

해성씨 : (첫 수술은) 제가 23살에 오른쪽 고관절 수술을 했다고 얘기하니까 주변분들이 다들 놀래시더라고요. 굉장히 이른 나이에 수술한 셈이죠. 이번 수술은 워낙 고관절 출혈이 자주 되다보니까 힘들어서 수술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첫 수술 후 5년 있다가 왼쪽 고관절을 수술하고 올해 2월에 오른쪽 고관절을 재수술하고 6월에 왼쪽 무릎도 수술했어요.

유기자 : 수술한 이후 상태는 어떠신가요?

해성씨 : 저는 고관절 수술을 하라고 추천해주고 싶어요. 고관절은 무릎이나 발목과는 다르게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일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회복될 때까지 누워만 있어야 하잖아요. 어쩌다 한 번이면 괜찮은데 한 달에 두 번 정도 고관절이 아프면 내가 계획한 모든 시간이 다 날아가 버리는 거죠. 그래서 고관절 수술은 빨리하면 빨리 할수록 좋다고 생각해서 추천해요.

황기자 : 40대 이후 환우들은 재수술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가지고 계시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요?

해성씨 : 아니요. 저는 너무 간단하게 받았어요. 재수술이라는 것이 어느 부위냐와 상태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예로 뼛속에 박아놓은 심에 문제가 있다면 출혈이 많아서 위험할 텐데... 그게 아닌 라인 심어놓은 부분은 그대로 두고 그 윗부분인 캡이나 뚜껑만 바꾸는 거는 굉장히 간단하더라고요. 어찌 보면 저는 운이 좋았던 게 무릎 수술을 받으려고 경희의료원을 찾아갔었는데 조윤제 교수님이 무릎이 문제가 아니라 고관절 뼈가 많이 닳아서 녹았다는 거에요. 그래서 어떨결에 그날 고관절 재수술 날짜를 잡았어요. 그리고 수술하고 나서도 목발을 안 짚어도 된다고 그냥 걸을 수 있으면 걸으라고 말씀하셨어요. 근데, 목발을 안 짚고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두 달간은 목발을 짚고 다녔었죠. 그 당시 교수님이 요즘 새로 나온 수술을 했었다면 수명이 길어서 재수술을 안 했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재수술한 것도 기존보다 수명이 2배 이상 늘어난 거라~ 앞으로 혹 80살 정도에 재수술 할 수도 있겠지만 운이 좋으면 안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유기자 : 예방요법이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해성씨 : 2002년부터 꾸준하게 근력운동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헬스죠. 하하 그리고 예방요법은 따로 안했었는데, 수술하고 ‘코헴의 집’에 들어가면서 시작 하게 됐어요. 예방요법은 그 전에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아프지도 않는데 굳이 내가 내 혈관을 찾아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수술하고 나서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부터 운동가기 전에 예방을 하기 시작했죠.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이상은 맞으려고 노력해요.

유기자 : 환우회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셨고, 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해성씨 : 코헴회 활동은 이전에는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었어요. 올해 6월에 무릎 수술을 하고 ‘코헴의 집’에 입소를 했는데, 코헴의 집 어머니가 저에게 ‘본인이 혈우병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면박을 주시는 거에요. 하하하~ 알고 보니 맞는 말씀이죠. 제 딴에는 (혈우병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동안 너무 모르고 있었던 거에요. 극히 일부만, 제가 경험한 거만 알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내 몸인데 내가 좀 더 혈우병에 대해 정보도 더 얻어야겠다, 적극적으로 다녀야겠다. 이렇게 생각해서 올해 캠프도 처음으로 참석하게 됐어요. 그리고 행사도 있으면 가급적으로 많이 참여하려고 해요.

유기자 : 이번에 장년 워크샵에도 참여하셨는데 어떠셨나요?

해성씨 : 사실 워크샵에 가기 전에는 ‘교육이라고 뭐 별게 있겠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근데 저녁에 한 프로그램 중에 치과선생님이 해주신 교육이 제 나름대로 충격적이었어요. 제가 어릴 때 치과 가서 ‘혈우병’이라고 얘기를 하면 퇴짜를 맞아서... 그 이후로는 (혈우병) 이야기 없이 그냥 다녔어요. 사랑니 경우는 출혈이 클 수가 있고 하니까 꼭 얘기를 해야한다고 강조를 하시는데... 내가 너무 무식하게 살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속으로 ‘정 뭐하면 주사 맞고 가면 된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너무 위험한 발상이었다는 걸 알게 된거죠. 하하하

   
▲프러포즈를 못했는데, 언제간 이벤트를 한번 해야겠어요

유기자 : 아내분과의 연애 담 얘기 좀 들려주세요.

해성씨 : 아내와 저는 대학교 다닐 때 동아리활동하다 만났어요.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생각하게 된 거죠. 졸업하고 바로 결혼 했는데, 제가 28살, 아내가 24살이었죠. 사실 제가 아내한테 되게 미안한 게 있는데... 그냥 만나면서 졸업하면 결혼하는 걸로 알고 있다가 (결혼을) 한거라서 사실 프러포즈를 못했어요.

유기자 : 아내분이 서운해 하시지 않을까요?

해성씨 : 서운해 할 것 같아요. 지나가는 말로 몇 번 한 적이 있어요. 옛날에는 그냥 그런가보다고 말았는데~ 요즘에는 ‘뭔가 이벤트를 한 번 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기자 : 본인의 가장 화려했던 리즈시절은 언제였는지?

해성씨 : 대학교 때 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부모님이 용돈도 잘 주셨고, 아내랑 놀러 많이 다녔었고, MT뿐 아니라 단체로 소개팅도 해봤던 시절이라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황기자 : 그러면 반대로 아쉬움이 남는 시기가 있었다면? 왜?

해성씨 : 사실. 그때 좋았던 시절 빼고는 전부 다였던 것 같아요. 하하하... 굳이 꼽자고 한다면 제가 PC방을 운영했을 때~ 그때가 제 인생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몇 년도 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요. 아마 2006~7년도 쯤 됐을까 싶어요. PC방 운영한지 딱 1년 하고 정말 운 좋게 거기서 빠져나왔어요. 안 그랬으면 싹 다 말아 먹었을 거에요. 하루 종일 담배연기에 파묻혀서 게임 이야기만 해야하는 것이 나중에는 정신병 걸리겠더라고요. 그때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한테는 노동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유기자 :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해성씨 : 건강관리 면에서는 지금처럼 체중관리 하면서 운동 꾸준히 하고요. 일에 있어서는 소방은 기술사 말고 관리사라고 따로 있는데, 이 두가지 중 하나를 따야지 레벨도 점프가 되요. 이쪽으로 도전을 해서 만50세 전에 자격증을 따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당장은 둘째 아이가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제가 일할 수 있는 체력이 됐으면~ 하는 맘이 제일 크죠.

황기자 : 끝으로 환우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이해성입니다. 저는 지금 소방시설 감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가능하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혹은 ‘오늘 할 수 있는 일’, 아니면 ‘이번 주에 할 수 있는 일’ 등 소박하고 작게...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이루면서 꿈을 조금씩 조금씩 키워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게 거대한 꿈을 가지고 있으면 시작하면 지쳐서 거의 대부분 포기했던 경험이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 젊은 친구들이나 어떤 목표를 세우신 분들께서는 작은 것부터 내가 성공의 경험을 많이 느끼면서 꿈을 키워 나가는 것이 훨씬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너무 거창한 것 말고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그런 인생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전주 한옥마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죠. 벌써 4년전이네요.

해성씨는 얼마 전 서경지회 송년회에 아내와 함께 참여했다. 그의 아내를 처음 본 건 이보다 더 앞서 ‘1박2일 야유회’에서다. 환우회 활동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해성씨와 그의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아내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상당한 미인인데다가 생각의 깊이도 남달랐다. 오늘날 해성씨의 이런 밝은 모습은 바로 그의 아내 역할이 아닐까라고 생각된다.

자~ 이제 해성씨는 2018년 혈우사회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함께, 2019년 힘찬 내일을 위해 분주하게 뛸 준비가 됐다. 새해는 더 나은 건강과 즐거움이 가득한 해성씨가 되길 기원해 본다.

[헤모라이프 유성연 기자 황정식 기자/ 영상 사진=황정식 기자]

 

유성연 기자 tjddus@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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