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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톡톡] 반팔 입고 "메리 크리스마스~"

기사승인 2018.12.29  22: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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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다다 가족'의 남반구 한 달 살기 - 크리스마스 편

   
▲ 오클랜드 박물관에서

누군가의 생일을 마치 내 일처럼 설레하고 기쁨을 나누는 날이 있다면 그건 바로 크리스마스일 것이다. 그것도 종교에 관계 없이 전세계 사람들이 함께 말이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지역에 따라 성탄을 맞이하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한국에서만 살아 온 필자도 12월 말이 되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게 되고, 뇌리에 박히도록 보아 온 '나 홀로 집에' 계신 케빈 형님의 영향인지 빨간 스웨터와 캐롤이 울려퍼지는 추운 거리를 떠올리게 되는 게 자연스럽다. 

   
▲ '뉴월드'라는 쇼핑몰 앞에서 (신세계가 여기까지 진출했나?)

남반구 여행을 기획할 때에, '크리스마스는 뉴질랜드에서, 새해는 호주에서 맞는다'는 가이드를 가지고 준비한 것은 이쪽 사람들의 휴일문화를 가능하면 다양하게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한국에 있는 외국계 회사들도 몇몇 그렇지만 서구 여러 국가들은 성탄절을 시작으로 1월 초까지 연휴를 즐기는 곳들이 많다. 특히 지금 와있는 남반구는 여름휴가의 개념이기 때문에 세심히 준비해 캠핑카를 몰고, 또는 해외로 장기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적잖게 볼 수 있다.

   
▲ 크리스마스는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초는 있는대로 아이들이 다 꽂은 겁니다...)

뉴질랜드의 가장 큰 도시 오클랜드(북섬 위쪽 / 수도는 북섬 아래쪽 웰링턴)에는 30여 년 전에 눈이 한 번 내린 게 큰 '사건'이었다고 한다. 7, 8월이 겨울에 해당하는데 거의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없어 난방시설을 안 갖춘 집들도 많단다. 크리스마스를 기준으로 여름기온은 최저 17도, 최고 28도 정도로 그리 뜨겁지 않은 초여름 날씨였다. 때문에 오랫동안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기엔 약간 쌀랑한 느낌도 있다. 

   
▲ 오레와 도서관에서 직원들이 캐롤을 불러주고 있다.

크리스마스 같지 않은 따뜻한 크리스마스지만 이곳 사람들도 성탄 분위기를 내기 위해 주변을 많이 꾸미는 편이다. 집집마다 트리장식을 꾸미고 지붕 위에까지 올라가 전구를 설치하며 큰 가게들에선 하루 종일 캐롤이 울려퍼진다. 다만 다른 건, 산타가 빨간 털옷 대신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닌다는 점~ 다행히 산타께서 아이들 엄마가 보낸 이메일을 읽으시고 성탄절 새벽에 정확한 주소로 찾아와 위시리스트였던 한국어로 된 책과 '요괴메카드', 고무풍선을 아이들 머리맡에 두고 가셨다. 감사합니다 산타 할아버지!

   
▲ 크리스마스 아침. 풍선이 최고 인기. 그런데 '해피벌쓰데이'라니... 산타가 저것만큼은 급조하신듯 하다.

우리 다다다(다현 다준 다민) 패밀리도 크리스마스를 맞아 1박2일의 짤막한 투어에 나섰다. 이름하야 '대어의 꿈' 투어. 가족회의에서 여행 목표를 정할 때 큰아이 다현이는 '대어를 낚겠다'고 발표했다.('정글의 법칙' 골수팬이다) 청새치 같은 물고기와 사투를 벌여 마치 소설처럼 배 옆에 묶고 돌아오는 꿈을 꾸는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낚시와 바다생물 채취는 엄격한 법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민물낚시는 비용을 지불해 자격증을 취득한 낚시꾼만 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바다낚시도 특정 어종들은 일정 크기를 넘지 못하면 놓아줘야만 한다. 놓아줄 때도 바다에 던지면 안되고 '사알~짝' 방생해야 한다고. 유명한 초록홍합도 바다에 지천으로 깔린 지역이 있는데 가지고 나올 수 있는 갯수가 30개(50개인가?)로 제한된다. 어기면 벌금이 '몇 만 달러'로 어마어마 해 간혹 패가망신하는 초보 낚시꾼들이 있다고 한다.

   
▲ 잡고 바로 놓아주어야만 했던 작은 크기의 도미. 우리나라였으면 바로 회떠서...

성탄절 25일, 숙소인 오레와에서 가까운 '마후랑이 웨스트(Mahurangi West) 공원'의 '설리번즈 베이'로 이모 가족과 함께 낚시대를 들고 나섰다. 나중에도 다루겠지만 뉴질랜드에서 '공원'은 우리나라의 근린공원 개념이 아니라 국립공원 같은 개념으로 어마어마한 자연환경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 휴식과 자연과의 교감, 캠핑장소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국의 공원을 투어하는 것만으로도 뉴질랜드 여행을 스펙타클하게 기획할 수 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후면 그친다던 비가 쉼 없이 내렸다.(세계의 기상청들이란..) 병만족장은 부족원들을 위해 밤사냥도 마다하지 않는데 큰아이의 꿈을 접고 돌아올 수 없어 비를 맞으며 낚시를 감행했다. 물때(아침 저녁 10시 경이 밀물)도 맞지 않아 한껏 얕아진 바다의 갯바위에서 낚시대를 드리울 수 밖에 없었고 최대한 멀리 캐스팅하는 게 관건이었던 것 같다.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입질이 아예 없진 않았다. 몇 마리의 도미를 낚았지만 전부 기준인 33cm(그것도 꼬리지느러미까지가 아니고 꼬리 직전 잘록한 부위까지)를 넘지 않아 놓아줘야만 했다. 이 날씨에 경찰이 순찰을 도는 것 같지도 않고 낚시가방 밑바닥에 숨겨가면 뭐 어떨까 싶어 이모 눈치를 봤는데, 아아... 여지없이 놓아주란다. 

   
▲ 도미들 틈에서 잡은 작은 '가와이'(고등어와 비슷) 한마리만 식탁 위로. 정말 "가와이~"

'강력한 법규가 일탈을 막는다'는 것도 맞지만 여기서는 그것보다 지속 가능한 자연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몸에 밴 것 같았다. 환경유지 부분에서만 아니라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이나 내 돈으로 나무를 심어 이웃집과의 울타리를 자연스럽게 가꾸는 모습 같은 걸 봤을 때, 규제망을 촘촘히 심어놓지 않아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정확히 지켜나가는 이곳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듣기론 흉악범죄나 분노조절 장애 같은 건 여기서 상당히 낮선 단어라고도 했다. 

   
▲ 피하 비치의 석양

크리스마스 투어는 오클랜드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피하(Piha) 비치로 이어졌다. 곱고 반짝이는 검은 모레 해안으로, 제인 캠피온의 영화 '피아노'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일몰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거대한 파도와 석양이 만들어내는 장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몽환적인 아름다움에 취해, 또는 낚시하려고 바위에 올랐다가 파도에 휩쓸려 죽는 사람이 연간 한 두 명씩은 꼭 있다 한다. 자칫 다로니(드론 애칭)도 바람따라 태평양 멀리 보내버릴 뻔 했으나 안전하게 내 품으로 돌아왔다. 

이번 한 달 살기에서 처음으로 텐트 치고 야영을 했다. 해변에서 제일 가까운 '피하도메인캠프그라운드'. 뉴질랜드 여행에 있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게, 캠핑카를 끌고 어디든 발길 닿는 데에 멈춰 야영을 하고 자연을 만끽하는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아무데서나 야영을 하면 이것 역시 벌금감이라고. 정해진 '홀리데이파크'(holiday park / 전기, 냉장창고, 주방, 샤워, 화장실 등 캠핑카를 위한 최적의 장소)나 캠핑장, 리저널파크 등이 곳곳에 있어 야영이 가능하고 이를 위한 안내앱도 별도로 있다. 연말 휴가로 장기간 캠핑카나 풀옵션 캐빈을 설치한 여행객들 틈에서 아담한 4인용 텐트를 펴고 삼겹살에 컵라면을 흡입했다. 여름인데도 밤에는 찬바람이 파고들었고(입 돌아갈 뻔) 파도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한국에 돌아가면 캠핑 장비 사 모아야지'하는 욕망도 꿈틀거렸다.ㅎㅎ

   
▲ 피하 비치 캠핑장에서 주사를 맞으니 피하주사가 절실...
   
▲ 캠핑장에 누워 진짜 아무렇게나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다다다 가족의 남반구 크리스마스 이야기 끝~

[헤모필리아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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