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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환자의 결혼식

기사승인 2018.11.06  09: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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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어려움을 이겨낸 한 청년을 보며 : 세브란스 유철주 교수

   
▲ 유철주 교수

눈부시게 화창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싸늘한 기운까지 느껴지는 완연한 가을입니다. 이번 여름이 너무도 무더웠기에 쌀쌀한 날씨가 오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었는데,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작년 겨울이 유난히 추웠기에 이제는 앞으로 다가올 겨울이 얼마나 추울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요즘같이 청명한 날씨는 결혼하기에 딱 좋은 때 입니다. 10월 중순 토요일 오후, 나에게는 매우 뜻 깊은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제가 소아암 환자를 치료하다 보니, 어렸을 때 치료하였던 아이가 세월이 흘러 어느덧 청년이 되어 청첩장을 들고 외래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힘든 병원 일들로 소진되었을 때 이런 순간에는 청량제를 먹은 것 같이 무한한 힘을 얻게 됩니다. 마음껏 두 젊은이를 축복해 주면서 한없이 자랑스럽고 뿌듯한 기분을 갖게 됩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걱정도 있습니다. 결혼하는 상대방에게 과거에 앓았던 병에 대하여 어떻게 설명하였을까? 상대방의 집안 어른분들은 알고 계시는 걸까? 예전의 치료로 인하여 2세를 갖는데 지장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등등 아마도 신랑의 부모님께서도 같은 마음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결혼하는 신랑은 초등학교 때 급성 백혈병으로 3년에 걸쳐 항암제 치료를 받았고, 어려운 치료 과정을 잘 이겨내서 이제는 완치가 되어 어엿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번듯하게 대학을 졸업하였지만 취직을 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였습니다. 정규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몇 차례 어려운 시험을 치렀고 그 사이 한두 군데 비정규직 자리도 열심히 다녔었습니다.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낸 후 이제 같은 직장의 동료를 만나 결혼과 함께 행복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식장 앞에서 하객들을 맞이하는 신랑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20년도 지난 세월이었지만 아이가 처음 진단되었던 시절과 3년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던 기간, 그리고 정기적으로 외래에서 뵈었던 기억들이 주마등과 같이 지나갔습니다. 아드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짧게 인사하는 말 이외에도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이 있었는데, 부모님과 마주한 잠깐 동안이었지만, 서로에게 많은 교감이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우려도 있지만, 소아암으로 치료를 받았던 완치자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자녀를 낳고 키우면서, 아니면 자녀를 기다리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결혼하는 부부도 행복하게 잘 지낼 것이라 기대가 됩니다.

제가 혈우병을 앓고 있는 아이나, 환우분들을 오랜 세월 동안 치료하면서 개인적인 어떤 큰 전환점이 있을 때 과거의 진단과 치료 과정들을 회상하며 자랑스럽게 서로를 격려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 혈우병 환우분들도 어려운 질병과 고통의 순간들이 있겠지만, 힘들 때나 괴로울 때, 기쁠 때나 슬플 때 곁에 의료진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가까운 미래에는 더 좋은 약과 편한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희망을 항상 갖길 바랍니다.

[신촌세브란스 소아청소년 암센터 유철주 교수]

 

신촌세브란스 소아청소년암센터 유철주 교수 CJ@yuhs.ac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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