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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무비필> “암수살인”

기사승인 2018.10.29  03: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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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 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일흔 네번째

   
▲ 영화 <암수살인>, 피해자들이 단순 실종 신고만 되어 있어서 살해당했다는 사실도 인지 못하는 사건을 암수살인이라고 한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제목으로 관심을 끌었던 영화, <암수살인>(암컷과 수컷의 살인인가…). 슬슬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계절에 무턱대고 영화관을 찾은 한 무리의 하이에나들은 영화 시작 전까지 왜 영화에서까지 남녀 갈등을 영화에까지 끌고오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친 영화 고수(바보)들이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난다면 암컷, 수컷 얘기는 쏙 들어갈 것이다.

이 영화는 실제 일어난 사건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다. 그렇지만 영화 <1987>처럼 과거 사실을 가급적 실제 상황과 가깝게 표현하는 영화가 아니라 <내부자들>처럼 과거 사실이 모티브가 될 뿐 내용 자체는 완전히 창작된 영화이다. 물론 영화 말미에 실제 사실이 어떻게 되었는지 간략하게 자막으로 나오긴 하지만 내용의 대부분은 각본을 맡은 곽경택과 감독 김태균에 의한 창작 작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추석이 지난 10월달은 영화관 비수기로 꼽힌다. 텅빈 영화관에서 무엇을 볼까 눈에 불을 켜고 상영중인 영화를 살핀다.

보통 살인과 관련된 영화는 범죄자가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야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고 제목이 <암수살인>(친절히 영화 시작부터 어두울 暗자에 셈 數자를 보여줌으로써 인지되지 못하는 살인이라는 의미를 알려준다)인 이유를 확실히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영화는 형사 김형민(김윤석 분)과 건달로 보이는 강태오(주지훈 분)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식당에서 김형사를 만난 강태오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서 짐을 옮겼는데 그게 토막난 시체였던 것 같다고 말한다. 김형민 형사는 사건 수사를 위해 좀 더 상세히 말해 달라고 하지만 강태오는 정보를 얻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며 거드름을 피운다. 그러면서 국수를 먹는 도중, 갑자기 경찰이 급습하여 살인 피의자로 강태오를 체포해간다.

   
▲ 영화를 꿰뚫는 한마디, "힌트는 줄게, 나머지는 형사님이 풀어야지"

강태오의 죄목은 술집 종업원 허수진 살인, 하지만 강태오는 자신의 담당 형사가 아닌 굳이 국수집에서 만났던 김형민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7명을 더 죽였다며 자신의 말이 믿기지 않으면 자신이 허수진을 죽인 증거를 찾아보라고 말한다. 이에 그의 증언을 따라 공원에 찾아간 김형사는 나무 위에 있는 새집에서 그가 숨겨놓은 피가 묻은 허수진의 옷가지 등을 발견하고 이를 해당 사건의 증거로 제출한다. 하지만 이미 검찰측에서는 살해된 허수진의 옷가지를 증거로 제출한 상태, 즉, 경찰이 조작한 증거를 토대로 검찰이 기소한 것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강태오는 자신의 재판에서 판결에 유리하게 작용하게끔 김형민에게 진짜 증거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이렇게 살인을 저지르고도 제 형량보다 감형을 받은 강태오, 그는 다시 김형민 형사에게 접근하여 자신이 7명을 살인했다고 말하며 듣고 싶으면 영치금이나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가져오라고 말한다. 그가 말한 살인 사건에는 공소시효가 지난 것도 있었고, 허구인 사건도 있으며, 서로 다른 사건 같이 보이지만 하나의 사건인 것도 있었다. 이렇게 김형민 형사는 그에게 영치금을 갔다 바치면서 그가 말하는 자백을 토대로 수사를 하기 시작한다.

   
▲ "아 글쎄 내가 했다고요, 궁금하면 직접 찾아보던가~" 김형민 형사는 강태오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살인 사건을 파해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강태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다가 그가 말한 20대 여성 살인이 오지희 실종 사건과 비슷하다고 판단한 김형민 형사는 강태오에게 어디에 시체를 유기했느냐고 묻는다. 그는 대충 어느 묘소에 묻었다고 대충 진술하는데 김형민 형사는 오기로 온 산을 다 파가며 결국 시신의 일부를 찾아낸다. 이에 김형민 형사는 강태오를 기소할 준비를 하며 강태오에게 증거를 들이대자 갑자기 그는 자신이 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기 시작한다. 증거란 것은 시체의 일부분 밖에 없으며 그가 살인범이라고 특정한 것은 그가 말한 진술 뿐, 강태오는 자신이 말한 주장을 뒤집어 경찰이 부당한 취조와 거짓 자백을 유도했다고 벅벅 우긴다. 게다가 유일한 증거인 유골과 오지희 할머니의 유전자 대조 또한 일치하지 않는 결과로 재판정에서 김형민 형사는 창피만 당하고 만다.

이렇게 법정에서 제대로 추궁도 못하고 혐의 없음으로 다시 감옥으로 돌아온 강태오(허수진 살인 사건으로 수감중이다.), 김형민 형사는 그의 수작에 놀잇감이 된 것이다. 김형사는 수사에 도움을 얻고자 그의 선배 형사 송경수(주진모 분)를 찾아간다. 사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던 선배는 자신이 담당하던 범인이 A라는 사건으로 잡혀 들어갔는데, B와 C사건도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며 자백했다가 법정에서 강요에 의한 거짓 자백이라고 무혐의로 몰고가면서 A라는 사건까지 무죄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선배는 이 사건의 담당 형사로 B와 C사건을 잘못 수사한 책임을 지고 경찰에서 물러나 주차장 관리를 하고 있다.

   
▲ 현장 검증을 지켜보고 있는 김형민 형사와 김수민(문정희 분) 검사

선배는 이런 사이코패스는 상대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선배의 경고에도 김형민 형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건, 즉 젊은 남성을 살해했던 사건을 타겟으로 잡는다. 바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인데 이것 역시 강태오의 진술 외에는 명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았다. 검사의 동의를 얻어 현장 검증까지 마쳤지만 정작 중요한 살인 도구와 피가 묻은 옷가지 등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결국 김형민 형사는 물론 검사까지 강태오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만 증명한 셈이 되고 말았다.

결국 김형민 형사는 징계를 받고 파출소의 순찰조로 보직이 변경된다. 하지만 그는 파출소에서도 살인 사건의 수사를 멈추지 않았다. 다시 자료를 검토하던 중, 무덤 주변에서 발견한 유골에서 이상한 물체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여성의 피임 기구인 루프, 이 물건은 시술이 필요한 기구이기 때문에 부산에 있는 병원의 시술 기록을 뒤져가며 특정 인물을 지목한다. 박미영(배해선 분)이라는 이 인물은 이혼녀로 아들과 함께 대구에서 부산에 내려와 살았는데 놀랍게도 강태오 누나의 핸드폰과 통화 내역이 있었다. 즉, 강태오가 누나의 명의로 핸드폰을 쓰면서 그녀와 함께 지냈다는 것, 게다가 이 통화 내역도 그녀가 실종 신고된 이후에 전혀 없다는 것도 강태오를 의심하기 딱 좋은 증거였다.

이런 증거를 들고 다시 구치소 면회장을 찾은 김형민 형사, 강태오는 오늘은 또 무슨 허위 자백을 할까 이러면서 거드름을 피우다 김형사가 제시하는 증거들을 보며 점점 얼굴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하는데…

   
▲ 해당 실제 사건을 보도한 뉴스, <암수살인>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지만 실제 대상이 되었던 피해자의 유족에게 양해를 얻지 않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무엇일까? 지난 2007년 11월, 부산 중구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박모씨가 길을 가던 도중 이모씨와 부딪혔는데 이모씨가 소지 중이던 칼을 꺼내 들어 박모씨를 살해하고 인근 건물 지하에 시체를 소각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아무런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완전범죄가 될 뻔했지만 2011년 술집 여종업원을 살해해 검거된 이모씨가 “내가 과거에도 사람을 죽였다.”라고 고백을 하면서 드러난 사건이다. 물론 이모씨는 영화에서와 같이 경찰에 진술한 내용과 법정에서의 자백이 번복되는 등 증거 불충분으로 해당 사건이 죄로 인정되지 않고 2011년의 살인만 죄로 인정되어 무기징역이 선고된 사건이다.

   
▲ 주지훈의 소름끼치는 능글능글한 연기, 딱 보더라도 "그래서 어쩌라고?"가 들리는 듯한 표정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 김형사와 검사를 이리저리 자기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강태오 역을 맡은 주지훈의 연기력이다. 그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처럼 사람을 죽이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다가도 법정에만 가면 최대한 슬픈 표정을 지으며 강요에 의한 거짓 자백일 뿐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연기가 일품이다. 물론 그가 설명하는 내용들은 실제 살인을 저지른 범인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렇게 검, 경찰은 실제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을 진술한 강태오가 범인이라고 확신하지만 우리나라는 법치주의 국가이며 법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검찰이 증거 없이 피고인이 유죄라고 주장하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죄를 물을 수 없는 것이다.

   
▲ 김정연양이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정연양을 영화상에서 보려면... 눈 크게 뜨고 봐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영화는 혈우사회 구성원들이 꼭 보아야 할 이유가 있다. 혈우인들의 '국민 여동생' 김정연 양이 영화에 나온다는 것. 상당히 독특한 방식의 출연이긴 하지만 염연히 엔딩 크레딧에도 이름 석자가 올라가 있는, 극의 흐름에 막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배역이다. 네이버 영화에서도 그녀의 이름을 확인 할 수 있으며 영화의 북미 개봉도 예정되어 있는 만큼 최대 영화 정보 사이트인 imdb.com에도 그녀의 이름이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

   
▲ 베놈, 암수살인 모두 국내 흥행에 성공했다. 다음 볼 영화는 아폴로 11호의 선장이었던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다룬 <퍼스트맨>!

 

이런 분들에게 추천!

- 강태오를 연기한 주지훈의 강렬한 연기 카리스마!

- 마지막 반전을 이뤄내는 김형사의 집요한 살인사건 수사!

- 김정연 양이 나오는 영화는 꼭 봐야죠!

 

이런 분들은 좀…

- 살인이 주제인 영화, 15세 관람가라고 아이들과 같이 보면 안되요~

- 이 영화, 피해자의 양해도 얻지 않고 개봉했다는데…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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