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34
default_setNet1_2

"WFH 총재로서 어려운 환경의 혈우병 환우들을 존경하게 됐다"

기사승인 2018.10.25  23:55:05

공유
default_news_ad1

- [릴레이인터뷰] 세계혈우연맹 알렌 웨일 총재

한국의 등록된 혈우병 환우는 2400여 명이다. 그 환우의 가족들과 의료진, 환우협회와 보건당국, 복지단체와 제약산업 관계자까지 포괄하여 '혈우 사회'라 부르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고, 내밀한 부분까지 터놓고 이야기 할 공간도 많은 것은 아니다. 본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한 번 서로의 맨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깃거리를 털어보자. '너와 나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시즌3 현재 릴레이 순서) 김은기 위원장 – 조수호, 조진원 형제 – 황정식님 - 조진기님 - 이명림님 - 이귀병님 - 전수지 간호사 - 이승민님 - 이남일 간사 - 지현승님 - 조달호님 - 김종필님 - 김수섭 아버님 - 김선경 복지사 - 김진규님 - 김연수님 - 장영진님 - 이강안님 - 김대봉님 - 이상훈님 - 정재민님 - 김근우님 - 박정서 회장 - 알렌 웨일 총재

   
▲ 지난 2018 WFH총회에서의 추억

단일 질환이 국가 단위를 넘어 전세계를 연결하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비록 인구 1만 명 중 한 명 꼴로 가지고 있는 '희귀질환'일지언정 혈우병 환우와 가족들을 결코 외롭지 않게 하는 든든한 버팀목임에 분명하다. 바로 그 출혈질환의 세계적 공동체가 이제는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한 ‘세계혈우연맹’(World Federation of hemophilia = WFH)이다. 꼭 그러란 법도 없는데, 매번 이 WFH의 총재직은 각 지역과 국가에서 오랜 기간 혈우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재직하던 ‘혈우환우 또는 환우가족’ 중에 추천되고 또 선출되어 오고 있다. 의료적 업적이나 재정적 기여는 그것대로 높이 평가하되, 세계적 출혈질환 공동체의 실질적인 주체는 변함없이 환우와 가족이고 또 그들을 향해 복무되어야 한다는 기본정신의 표현이라 하겠다. 지난회 한국코헴회 박정서 회장의 릴레이인터뷰 추천은 바로 현 WFH 총재인 알렌 웨일(Alain Weill)을 향했다. 당황스러움을 뒤로 한 채... 프랑스의 집과 캐나다 WFH 본부를 오가며 일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 뉴욕에 살고 있는 변규선 코헴 명예 회원에게 현장 인터뷰를 부탁했다. 변규선 씨는 올해 WFH 총회 등에서 한국코헴회의 통역을 맡아주었던 유능한 재원이다. 지구 반대편 캐나다 몬트리올의 WFH 본부에서 진행된 ‘글로벌 출혈질환 공동체의 구심’ 알렌 웨일 총재와의 인터뷰, 그 값진 기록을 이곳에 공유하게 되어 영광이다.

   
▲ WFH 본부의 총재 집무실에서 알렌 웨일 총재를 만났다.

1.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알렌 웨일이고, 2012년부터 WFH 총재를 맡고 있습니다. 저는 또한 중증 혈우병A(Severe Hemophilia A)를 가진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혈우병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전에는 항공업에 종사했습니다.
 

2. 프랑스 어디에 살고 계신지와 그곳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파리와 노르망디를 왔다갔다 합니다. 노르망디는 굉장히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라 좋아합니다. 파리는 더 큰 도시이니 해외 출장을 다닐 때 편해서 좋아합니다.

   
▲ 그는 글로벌 혈우 공동체의 수장이자 한 중증 혈우환우의 아버지이다.

3. 괜찮다면 환우인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제 아들은 중증 혈우병 타입A를 갖고 있고 현재 36살 건강한 청년으로 잘 살고 있습니다. 혈우병 가족 내력이 없어 발견 당시 놀랐습니다. 유럽에서 자랐기 때문에 선진화된 의료 환경의 덕을 본 것 같다는 생각에 의료 환경이 열악한 나라들에 있는 환우들을 돕고 싶어 프랑스 혈우병 단체의 자원 봉사자로 시작했고, 2006년에는 이사회에 선출되고, 이후에는 유럽 혈우병 컨소시움(European Haemophilia Consortium, EHC)의 운영 위원회 (Steering Committee) 로 일했고, 현재는 WFH 의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4. WFH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WFH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WFH는 1963년에 ‘모든 희귀출현질환 환자들이 처한 재정적 환경에 관계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는 비전을 가지고 설립되었습니다. 당시에는 12개의 회원 단체가 있었고, 코펜하겐에서 첫 미팅을 가졌습니다. 설립자인 프랑크 슈나벨(Frank Schnabel)이 캐나다 몬트리올에 살고 있어 본부가 그곳에 세워졌습니다. WFH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의료진, 환자 및 사회가 혈우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혈우병에 대한 교육을 제공합니다. 또한 제약회사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서 치료제가 없는 곳에 치료제가 제공될 수 있도록, 치료제가 있는데도 가격이 비싸 접근할 수 없는 경우 지원을 통해 이를 접근 할 수 있도록, 신약이 개발되었을 때 필요한 곳에 치료제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의 집무실은 검소하면서도 모던했다.

5. WFH 총재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어려운 환경에 있는 환우들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Admiration of people who suffer.)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악의 상황 가운데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농담을 할 줄 알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가진 환우들을 만나면서 얻은 교훈이 가장 큽니다.
 

6. 2019년 주요 슬로건과 변화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WFH가 2019년에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의료진과 환자 등 모든 영역에서 혈우병에 대한 교육을 확산하여 혈우병 진단 환자 수가 증가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국도 WFH가 보았을 때 진단 받은 환자 수 보다 실제 환자 수가 많은 국가 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단 받은 환자 수가 많을수록 해결해야 할 중요 안건들을 더욱 정확히 결정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치료제 기부를 증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현재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의 수와 기부 받은 치료제의 수를 비교하여 모든 지역에 치료제가 보급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지를 계산하면 비현실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이에 따라 접근성과 경제성을 증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전자 치료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여성 출현질환 환우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에도 옆 회의실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위원회가 세계 여성 출혈질환 환우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WFH가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WFH 본부 출입구. 이곳 몬트리올은 캐나다에서도 프랑스어를 주로 쓰는 퀘백 주에 위치해 있다.

7. 아시아지역 활동에 대한 평가와 계획을 얘기해주세요.

2년 전부터 두 명의 아시아 지역 담당자를 지정하여 한 명은 필리핀에, 한 명은 인도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WFH로서 큰 투자입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였을 때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거든요. 필리핀에 있는 담당자는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라오스와 베트남을 담당하고, 인도에 있는 담당자는 한국과 몽골을 포함한 국가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담당 국가들을 대표하는 동시에 각 나라에게는 WFH를 대표하고 있어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담당하고 있는 지역들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고 교류를 증가시키고 있는 면에서 잘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WFH 중점 과제는 ‘세계 출혈질환 등록사업’(World Bleeding Disorder Registry)입니다. 이는 매년 세계적으로 실시되는 설문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있고, 이 자료는 정책, 연구, 교류 등 WFH가 도울 수 있는 전략적인 방향을 수립하는 데 쓰입니다. 한국도 KOHEM과 KHF가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이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중점 과제로는 아시아 회원국 간의 교류 증진을 위해 2년에 한 번씩 아시아 총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WFH가 아시아 회원국들에 대해 더욱 깊은 이해를 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인터뷰는 시종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8. 올해 글래스고에서 열린 WFH총회에 대해 평가해 주세요.

이번 총회는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의미 있는 의료 연구 결과들이 많이 발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장소도 좋았고, 전반적으로 짜임새 있는 총회였습니다.
 

9. 글래스고에서 코헴회와의 미팅 때 북한과의 교류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최근 북한의 호의적인 태도 및 최근 국제 정세를 보고 북한의 환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라는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구체적인 다음 단계의 활동들을 제안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KOHEM에서 주도적으로 북한 환우들을 위한 활동을 계획할 때에 WFH가 분명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며 장기적인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올해 5월 WFH총회 이튿날 '총재연설'을 진행하고 있는 알렌 웨일

10. ‘유럽혈우병컨소시움’처럼 아시아에도 연대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진 않나요?

먼저 유럽혈우병컨소시움은 EU가 출범하면서 제도적 변화로 인해 생긴 대응책이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기능 또한 여름캠프 등 사교적인 교류 보다는 함께 법률, 제도, 정책에 대해 논의 하고 각 나라에서 EU의 법률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 지가 중점입니다. 같은 이슈를 함께 풀어 나가는 것이지요. 현재 세계에서 EU처럼 국제기구가 출범하여 의료 환경의 법률 및 제도 변화로 영향을 받은 곳은 없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환우 단체들이 교류를 통해 비슷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와 욕구가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WFH에서 제공하는 트위닝 프로그램(Twinning Program)들이 이를 지원하고 있고, 향후 앞서 말씀드린 아시아 총회 등을 통해 교류할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다만, 아시아의 나라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더라도 제도도 모두 다르고, 혈우병 치료 환경도 모두 달라 접근해야 하는 방향성이 다른 상황에서 굳이 유럽혈우병컨소시움 같은 연대기구가 필요한 지는 의문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국가별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슈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해결해 나가며 WFH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세계 출혈질환 등록사업’에 참여하여 WFH가 큰 그림에서 협력할 방안들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우리와 함께 일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 웨일 총재는 한국 혈우환우들의 상황과 의견에 대해서 경청하고 꼼꼼히 메모했다.

11. 현재 글로벌 혈우병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등록 환자 수가 실제 환자 수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치료제의 접근성과 경제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12. 가까운 미래에 혈우병 치료는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 예상하시나요?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큰 기대를 갖고 있으며 피하에 직접 투여하는 치료제(subcutaneous product)와 경구형 치료제(oral product)도 더욱 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3. ‘한국’하면 떠오르는 것은?

항공업에 종사할 때 서울, 부산 등 한국의 큰 도시들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방문할 때마다 느낀 것은 한국은 역동적인 나라(Booming Country) 라는 것입니다. 항상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14. 한국 혈우병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

제가 황금 삼각형(Golden Triangle) 이라고 부르는 의료진, 정부, 환우들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소통을 할 때에 서로에 대해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고 우리가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에 나가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5. 다음 릴레이인터뷰 인터뷰이를 추천해주세요.

WFH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는 여성 출혈 질환 환우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인터뷰 잘 마쳤습니다."

한국 혈우사회가 글로벌 공동체와 관계맺어 온 지 20여 년이 넘어가는 현재, 비로소 여러 장벽을 극복하며 조금씩 진실성 있는 교집합을 넓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년마다 열리는 총회에 많은 사람이 '참가'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을 넘어, 이제는 세계연맹의 한 회원국으로서 당당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발전적인 성과를 공유하며 글로벌의 흐름과 요구를 파악해 실질적인 역할을 다 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를 느낄 수 있었던 인터뷰였다. 아직은 생소할 수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인터뷰 요청에 선뜻 응해준 알렌 웨일 총재에게 감사를 전하며, 편도 열 시간 넘게 운전해 몬트리올에서의 인터뷰를 성사시켜 준 변규선 명예회원께도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 WFH 심볼 안에 표시된 '국가회원기구'(National Member Organization = NMO) 심볼들 (클릭하면 확대)
   
▲ 인터뷰 직후 웨일 총재는 옆 방에서 진행되고 있던 여성 출혈질환 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환영사를 전했다.


[편집 :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 진행 : 변규선 코헴 명예회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추억의 사진관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