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음식, ‘아리스토텔레스와 우마미’라고 부를테야
▲ 麻辣烫 마라탕 : 오늘의 주인공이죠 |
얼마 전에 티비를 보다가 여러 명의 대식가 개그맨들이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는데요. 이미 알고 계신분도 많겠지만 저에게는 생소한 음식이었죠. 이름하야~ ‘마라탕’이라는 음식이었답니다.
이 음식은 중국 사천성의 유명한 요리라고 하더군요. 매운맛과 독특한 향이 어우러져 있는 음식인데 태국의 ‘c양꿍’에 버금가는~ 맛이 아주강한 녀석이더라고요. 마침 저희 집 앞에 마라탕 전문점이 생겼길래~ “아! 이건 신의 계시인가보다~” 가서 맛보라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고 찾아가봤답니다.
호기심에 맛을 보게 된 요리. 이번 주 ‘헤모맘’주제가 되었죠. ^^
마침 함께 시식해 주실 분들이 저희 동네를 방문해 주셨고~ 모두 함께 이곳에 들어섰답니다. 그런데 저희 집 앞에 있는 ‘마라탕’전문점은 매우 특이했어요. 음식 가격을 손님이 정하는 곳이랍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천천히 설명 드려볼게요^^ 우선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음식재료를 담을 수 있는 작은 바구니가 보입니다. 그걸 들고 오픈형 냉장진열대 앞으로 갑니다. 온갖 재료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곳에서 마음대로 바구니에 담습니다. 채소도 있고 면 종류도 있고 두부 어묵 메추라기 알 등등 여러 가지 재료가 있어요. 이렇게 바구니에 담아서 저울이 있는 계산대 앞으로 가면 무게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죠. ^^
▲ 골라~골라~ 원하는 재료를 바구니에 골라담아 보아요~ |
결제하고 재료를 주방으로 건네면 이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두 가지의 요리를 선택하게 되는데 한 가지는 ‘마라탕’이고 다른 한 가지는 ‘마라향궈’랍니다. 탕과 향궈는 탕과 볶음의 차이인데요. 탕은 단백하고 매콤하고 마라탕의 깊은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요, 향궈는 감칠맛이 입안에서 착착 붙는 느낌을 줍니다. 저희는 이 재료로 ‘탕과 향궈를 절반씩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벽에 붙어있는 요리 사진을 보다보니 민물가재 요리인 ‘마라롱샤’가 눈에 딱! 띠더라고요. 가격은 좀 쎈편인데~ 이왕 맛보는 거 이것도 선택해서 주문을 넣었답니다.
주문을 넣고 홀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기대반 설렘반~ 그렇게 있다보니 주변에 있는 분들 대화소리가 들리더군요~ 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중국분들이었어요. 주인 아주머니도 중국분이셨고 홀 써빙하는 아가씨도 중국사람, 손님도~ 중국 분들이 많더라고요. 혼자 와서 마라탕 한 그릇 비우고 가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
▲ 麻辣香锅 마라샹궈 (chilly pot) : 감칠맛이 입안에서 맴도는 이 느낌적인 느낌~ |
자~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습니다.
역시나~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라’라는 게 뭘까? 궁굼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정체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麻辣(마라)’라는 건 중국어로 ‘맵고 얼얼한’것이라는 형용사더라고요. 그러니까 마라탕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맵고 얼얼한 탕’이 되겠네요. 맛이 참 독특하고 은근히 중독성이 강하더라고요. 탕이나 향궈 모두 맛있는데요. 점차 찬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같은 날에는 마라탕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듯한 강한 맛이라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저는 이렇게 시큼하기도 하고 달달하기도 하고 매콤하기도 한~ 이 맛이 괜히 좋게 느껴지네요 ^^ 특히 술과도 궁합이 잘 맞더라고요.
아! 마라롱샤 이야기도 해야겠네요~
음식 이름으로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아까 위에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벽에 걸린 음식 사진을 보고 시키게 된 이 녀석, 바로 마라롱샤입니다. 맛있게 생겨서 주문했냐고요? 그게 아니였답니다. 나의 호기심을 자극시킨 건~ 바로 ‘범죄의 도시’라는 영화에서 배우 윤계상이 이 음식을 먹는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답니다.
▲ 麻辣龙虾 마라룽X (spicy lobster) : 민물가재 요리인데 생각보다 실속이 없는 녀석들이네요.^^ |
영화를 보신 분들은 기억하실 수 있을 거예요. 윤계상이 이 요리를 정신없이 먹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죠. 이 녀석의 정체는 민물가재랍니다. 접시에 몇 마리 올라가 있지도 않은데 가격은 3만원이나 해요~ 가성비가 좀 떨어집니다. 솔직히 양에 비해 실속은 없었어요. 요리는 발라먹기 좋게 가위 질이 되어서 나왔지만 그 속에서 나온 속살은 500원짜리 동전보다도 작고~ 맛은 예상할만한 그 정도의 맛이었어요. 저는 두개 먹고는 손 털었어요. 호기심에 먹어 볼만하기는 한데~ 찾아다닐 정도의 맛은 아니더라고요. 물론 맛있게 잡수시는 분들을 티비에서 몇 번 본거는 같아요. 그러나~ 저는 별로~ 저 뿐 아니라 이번에 같이 갔던 분들도 속살을 발라내는 노력에 비해 먹을 만 한 건 작다고 하셨답니다. 심지어는~ 남은 두 개의 가재 녀석들을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먹기로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 마라룽X를 열심히 손질하고 있는 이 분은 누구일까요? |
아~ 요리가 한 가지 더 있었네요!
중국식 찹쌀 탕수육 ‘꿔바로우(鍋包肉)’입니다. 꿔바로우는 앞서 말했던 위의 음식들보다는 많이 알려져 있죠. 비주얼은 중국집 탕수육처럼 생겼죠. 그러나 맛은 조금 다릅니다. 이 음식이 식탁에 놓였을 때, 먼저 새콤한 향이 코끝을 자극합니다. 새콤함의 강도가 어찌나 강하던지 레몬을 먹었을 때 보다 더 진했어요. 돼지고기를 납작하게 썰어서 감자전분에 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기는 요리죠.
단맛과 신맛이 매우 강하고 쫄깃하면서도 씹는 식감은~ 입 안에서부터 벌써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음식입니다. 이 음식을 처음 맛 본 건 꽤 오래전이네요. 양꼬치 먹으러 갔다가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는 가장 좋다는 꿔바로우를 맛보게 됐었죠. 처음 맛본 느낌이 나쁘지 않아서 가끔 양꼬치를 먹으러 가면 칭따오 맥주하고 자주 시켰던 음식입니다.
▲ 꿔바로우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ㅠㅠ 참고사진으로 대체 해봅니당~ㅋ |
이번에 시식했던 음식을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아리스토텔레스와 우마미’라고 말하고 싶어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론’을 통해 맛의 종류를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등 네 가지의 기본 맛을 정의했는데 이 맛들이 모두 포함된 음식이었어요. 여기에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가 발견한 ‘우마미(감칠맛)’가 더해진 거죠. 어쨌든 만족스러운 만찬이었답니다.
헤모맘 팬 여러분도 이번 주말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라탕 한 그릇 드셔보기를 강추합니다. 저는 이 음식점에서 아직 도전하지 못한 요리가 몇 가지 더 있는지라, 다음에 다시 찾게 되면 주인 아주머니가 추천해 주신 매콤한 새우볶음을 먹어 볼까해요.
그럼 환절기에 출혈 조심하시고 내주에 또 뵈어요. 들어가세요~
[헤모라이프 유성연 기자]
유성연 기자 tjddus@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