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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혈우병에 도움될 수 있어"

기사승인 2018.08.26  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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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레이인터뷰] 한마음한의원 김근우 원장

한국의 등록된 혈우병 환우는 2400여 명이다. 그 환우의 가족들과 의료진, 환우협회와 보건당국, 복지단체와 제약산업 관계자까지 포괄하여 '혈우 사회'라 부르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고, 내밀한 부분까지 터놓고 이야기 할 공간도 많은 것은 아니다. 본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한 번 서로의 맨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깃거리를 털어보자. '너와 나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시즌3 현재 릴레이 순서) 김은기 위원장 – 조수호, 조진원 형제 – 황정식님 - 조진기님 - 이명림님 - 이귀병님 - 전수지 간호사 - 이승민님 - 이남일 간사 - 지현승님 - 조달호님 - 김종필님 - 김수섭 아버님 - 김선경 복지사님 - 김진규님 - 김연수님 - 장영진님 - 이강안님 - 김대봉님 - 이상훈님 - 정재민님 - 김근우님

 

   
▲ 대구 한마음한의원 김근우 원장

혈우환우 중 많은 이들이 어린시절부터 자주 볼 수밖에 없었던 ‘의사’라는 직업을 동경하고 그 길로 도전해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과 체력적으로 빡센 트레이닝 때문에 많은 부분 힘들어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의 릴레이인터뷰 주인공은 같은 의학의 길 중에서도 본인이 감당할 수 있고 더 잘 할 수 있는 한의학의 길로 30년 넘게 정주행하고 있는 혈우환우 김근우 원장이다. 성형외과 정재민 원장의 추천을 받아 만난 그에게서 혈우병의 한의학적 접근 등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1. 소개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구 북구에서 한마음한의원을 하고 있는 김근우입니다. 혈우병 8인자 환우입니다. 그냥 봤을 땐 ‘중증’인 것 같은데 활성도는 ‘중등도’ 인 것 같아요.

2. 한의학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

어렸을 때부터 많이 아프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의사가 되는 게 상당히 동경이 되었던 것 같았고 어렸을 때부터 장래희망은 항상 의사였습니다. 근데 한의학을 하게 된 계기는 저희 아버님이 한의사였는데, 그 당시만 했어도 인턴 등 수련의 과정을 겪을 체력이 아니니까 아버지께서 간곡히 권유하셨고 한의학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한의대 들어가기 어렵지 않으셨어요?) 학교 들어가는 건 다 어렵죠. (일동 웃음) 그래도 저희들 때만해도 지금보다는 나았죠. 그래도 어느 정도 등수는 돼야 갈수가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다른 학생들보다 한의학을 좀 듣고 그 생활 속에 있었기 때문에 공부하기는 편했던 것 같습니다.

3. 혈우병 환자는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도움 받을 수 있나요?

저는 아버님 덕분에 도움을 상당히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한의학적으로 말할 때 혈액 관련된 병증으로 보면 간과 비장이라는 장기가 혈을 조절하고 통섭하고 혈류량을 조절합니다. 그리고 출혈이라는 것은 한의학적으로 봤을 때 혈열의 개념이기 때문에 혈열을 내려줄 수 있는 약과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약을 쓰면 우리에게 많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혈열을 다스리는 한약재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지혈요소를 가지고 있는 건 전반적인 혈열을 다스리는 황금, 황백, 치자, 지우, 삼칠근, 약쑥 또는 아교... 화학약품 아교가 아닌 아교를 튀겼을 때 나오는 아교주라는 약제 이런 것들이 지혈을 시킬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거고요. 그다음 출혈이 되고 혈종이 생겼을 때 어혈을 빨리 흡수시켜 주는 약제들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거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간과 비장의 기능을 활성화 시켜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요.

한의학이 도움이 되었다고 느끼는 게, 저희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이 응고인자 치료제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제가 대구 동산병원에서 3~4살 때 진단을 받았는데 담당의사가 얘를 살리고 싶으면 도시에서 생활하란 얘기를 하셨대요. 어렸을 때 출혈이 생기면 당장 어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병원에선 무조건 가까운데 있도록 하라는 얘기였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아버님과 한의학의 도움을 많이 받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좌측부터 김태일 기자, 김근우 원장, 하석찬 기자

4. 더운 여름 이겨낼 수 있는 몸에 좋은 음식을 추천해주시겠어요?

저는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제일 중요한 건 피할 음식만 피하면 모든 음식 다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요즘같이 더울 때 신선한 과일, 채소 많이 먹고 그 다음 여름철이다 보니 외부의 뜨거운 열기로 내 몸도 같이 더워지다 보니 한의학적으로 기운소모가 많습니다. 기운소모를 보충해 줄 수 있는 보양식. 대표적인 게 삼계탕이 좋은 거 다들 아실 거고요, 특히 더울 땐 황기라는 약제도 좋습니다. 땀을 많이 흘리면 갈증이 생기고 우리 몸속에 진액이 부족해지니까 ‘생맥산’이라는 약을 차처럼 먹으면 좋습니다. (생맥산은 어떻게 먹는 건가요?) 약제는 간단한데 맥문동이라는 약제 8g, 인삼 4g, 오미자 4g, 감초 3g 이렇게 해서 물 7~800cc 넣어 약한 불에 끓여서 냉장고에 넣어둬 시원하게 물대신 마시면 갈증도 완화시키고 여름에 지친 기운을 조금 생기있게 해주는 약이죠.

5. 혈우병 환우들과는 어떻게 교류하고 계신가요?

한의원 진료라는 핑계로 많은 활동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혈우병 세미나 형식의 모임에는 일 년에 한두 번 참석하는 정도로 교류하고 있습니다.

6. 인상 깊었던 책을 한 권 추천해주신다면?

작년에 제가 임상의 30년이 되던 해인데, 그 때 서점에 갔더니 ‘30년만의 휴식’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걸 보고 느꼈던 게 나도 이정도의 진료를 하고 직업으로 가지고 살았는데 나한테도 휴식을 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결국 휴식이라는 게 조금 내려놓으라는 그런 내용이었거든요. 젊은 친구들 있는데 30년 한우물만 파라고 하는 건 좀 그렇고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저에게는 좋았던 것 같아요. 책 제목이 임상 연차랑 비슷해서 읽어 봤습니다.

7. 원장님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어찌 보면 욕심이고 어찌 보면 좀 쉬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과연 언젠가는 요양병원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요양병원이라는 게, 나도 똑같이 늙을 것이고 저도 10년만 있으면 70가까이 되는 나이에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요즘 요양병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많아서 진짜 좋은 요양병원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는 거죠. 그게 제 꿈입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큰 의미에서 봤을 때 나중에 우리 환우들도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하고 환우들 중엔 의료인도 있으니까 힘을 모아서 서로가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지요.

   
▲ 취재진이 만난 김근우 원장은 장년층 혈우환우 중에서도 매우 건강하고 활발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인물이었다.

8. 골프를 치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하셨나요?

골프는 91년도에 처음 시작을 했었죠. 요즘은 카트가 있어서 타고 다닐 수가 있는데 그 당시는 카트가 없어서 한 홀을 치고 나면 도저히 체력적으로 안 되겠더라고요. 88년도 교통사고로 발목과 팔을 다쳤었는데 골프를 오래 치는 건 나하고 안 맞다 싶어서 완전히 접었었죠. 그 후 한의원 일을 하면서 걸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그러다 8년 전부터 다시 골프를 시작한 게 조금씩이라도 다시 몸을 움직이고 걸어야겠다 판단해서 였어요. 수영도 조금씩 하다가 관절이 안좋으니까 물을 차는 건 관절에 부담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수영은 포기하고 조금씩 조금씩 걸으면서 골프를 하게 됐죠.

(혹시 몇 타 정도 치세요?) 80대에서 90중반 왔다 갔다 해요. 골프는 우리 환우들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관절이 많이 손상된 상태에서 다시 해서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운동효과가 훨씬 좋을 겁니다. 모든 운동이나 악기 할 때 보면 힘 빼라고 제일 많이 얘기하잖아요. 저는 대학 다닐 때 그룹사운드를 했었는데 처음 기타 할 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서 속주를 못하니깐 힘 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고 다른 운동할 때 당구를 치든 탁구를 치든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힘을 빼고 해야 하거든요. 골프도 힘을 빼야 잘됩니다. 처음에는 욕심이 있으니까 공을 세게 쳐야 멀리갈 것 같고 한데 진짜 설렁설렁 처야 멀리가고 더 잘 쳐지거든요. 환우들에게도 권해주고 싶은 운동입니다.

9. 혈우환우들에게 전하실 메시지를 얘기해주세요.

저도 여러분과 같이 혈우병A타입으로 지금까지 고생하면서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 혈우환자들은 나도 환자라는 생각 때문에 활동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형태든지 많은 활동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시고 사회에 나오시면 많은 사회활동도 하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하나의 부분을 찾아내는 것도 좋고 또 자기 개발을 위해서 그런 노력을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작은 모임들부터 지역 사회활동, 로터리 활동들을 많이 했었는데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아프다고 혼자 있게 되거나 내가 아프다고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게 되면 스스로 자꾸 벽을 쌓는 느낌이 들어서 웬만큼 아파도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하는 일이 아닌 다른 일들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많은 활동을 권합니다. 아무튼 좋은 시간 많이 보내시고 많이 웃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0. 다음 릴레이인터뷰 주자를 추천해주신다면?

대구경북 지역 지회장님이셨고 지금은 코헴회 회장이신 박정서 회장님을 추천합니다.

   
▲ 다음엔 대구 한의원으로도 한 번 찾아뵈어야겠다.

이날의 인터뷰는 김근우 원장이 자신의 정형외과 진료를 위해 서울 강동경희대병원에 방문한 날 병원 식당에서 이루어졌다.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하고 있는 그에게 더 건강하고 활동적인 시간들이 펼쳐지길 바라며, 시간을 할애해 준 김근우 원장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하석찬 기자 / 사진 영상 황정식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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